2018년 6월 14일 목요일

04 소이비도 제1권 불타는 여체女體





불타는 여체(女體)



초류빈은 그제서야 손육이 의도하는 바를 깨달을 수 있었다.

"오라! 그래서 당신은 저 금사갑만 입으면 매화도를 제거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군요. 매화도를 제거하면 명성을 날릴 수 있다는 생각이겠지요. 그리고 흑백 양도의 사람들은 당신이 매화도를 처치했다고 해서 당신에게 감격하여 다시는 당신의 은원을 논하지 않을 것이라고 계산하셨군요."

손육의 얼굴에 득의양양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렇다! 매화도의 일격만 피하면 패하지 않을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면 승산도 자연히 찾아올 것이 아니냐?"

그는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말에 힘을 주었다.

"그건 그가 일격에 실수를 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일격을 가할 때는 자신에 대한 방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

"매우 이치에 맞는 말씀이시군."

"허허허...만약 이치에 맞는 말이 아니라면 금사갑을 손에 넣고자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이곳에서 꽃이나 심고 술이나 마시면서 지내면 당신의 적들은 점점 당신을 잊게 될 것이오. 그러면 당신은 아무 걱정없이 편안히 살 수 있을 텐데 왜 그런 고생을 자초하시오?"

"네놈이 뭘 안다고 그러느냐? 만약 내가 매화도만 죽일 수 있다면 명성을 떨칠 뿐만 아니라 그 좋은 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좋은 점이 무엇이오?"

손육의 대답은 이러한 것이었다. 삼십 년 전에 매화도가 소리없이 잠적한 후 강호인들은 그가 더 행할 악이 없어 은퇴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반 년 전에 다시 출현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 짧은 몇 개월 동안 그는 팔십여 건(件)의 사건을 저질렀으며, 그 중에는 화산파 장문인의 금지옥엽을 겁탈해 몸을 더덥혀 놓은 것도 있었다. 때문에 그가 다시 강호에 출현한 이후에 강호에서 다소 재산이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위험을 느끼고 있었다.

더구나 딸과 예쁜 마누라를 얻은 자들은 밤잠을 자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때문에 구십여 명의 부호들이 모여 암암리에 약정을 맺었다는 것이다. 즉 누가 매화도를 죽이든 자기들이 모은 재산을 절반씩 주기로 말이다. 그 액수는 엄청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강호상에서 공인(公認)된 제일 미인이 누구이든 간에 매화도만 제거해 주면 신분을 막론하고 시집을 가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말을 들은 초류빈은 씁쓸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이제 보니 그런 좋은 점이 있었군. 마누라까지 죽인 것도 무리는 아니오. 그럼 이젠 내 차례가 되겠군요."

손육은 주름살이 잡힌 얼굴에 사악한 미소를 떠올렸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네가 죽는 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너를 꼭 죽여야만 하니 어쩔 수가 없구나."

초류빈은 갑자기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솔직히 말하겠소. 당신은 나를 죽이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시오?"

손육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너 같은 자가 지금까지 살 수 있었다니 죽이기는 정말 쉬울 것 같지 않군. 하지만 지금은....."

그때 돌연 어디선가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솔직히 말해서 너는 지금 그가 중독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느냐?으하하하!"

"누구냐?"

손육은 대경실색하여 급히 소리가 난 곳으로 몸을 돌렸다.

부엌으로 출입하는 문 앞에 유령처럼 한 명의 청의인(靑衣人)이 나타나 있는 것이 아닌가. 청의인은 몸집이 별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안색이 푸르뎅뎅한 것이 더할 수 없이 음산해 보였다.

이런 모습은 그가 인피면구(人皮面俱)를 쓴 것 같기도 했다.

청의인은 팔짱을 낀 채 서서히 걸어와 넌지시 입을 열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술 속에다 독을 탈 생각을 했다면 또 어떤 바보스러운 일이라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오. 내 말이 어떻다고 생각하시오?"

마지막 한 마디는 초류빈을 보며 묻는 말이었다.

초류빈은 이 청의인에게 얼굴과는 지극히 대조적인 한 쌍의 눈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마치 썩은 돼지고기 위에다 두 개의 진주를 박아 놓은 것처럼 고귀해 보이는 눈이었다.

초류빈은 청의인의 눈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도박꾼 앞에서 수작을 부리고, 술꾼의 술에다 독을 탔으며, 자기 마누라 앞에서 딴 여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하는 것, 어떤 사람이든지 이 세 가지 일을 하고 나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오."

청의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하지만 후회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것이 상례(常例)요."

손육의 안색은 흉칙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그는 두 사람이 얘기하는 것을 멍청히 듣고 있다가 갑자기 앞으로 달려가 주전자를 들었다.

그것을 본 초류빈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만류했다.

"그건 볼 필요가 없소. 술에 독이 들어 있는 건 분명하니까."

손육은 아연실색하여 자신도 모르게 부르짖었다

"그럼 너...너는....."

초류빈의 얼굴에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술 속에 독이 들어 있는지 여부를 다른 사람이 알아내기엔 힘들지 모르지만 나 같은 술귀신에게는 어림도 없소. 나는 술 냄새만 맡아도 어떤 술인지 알 수 있소."

여기까지 말한 그는 손육을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것이 또 술을 마셔도 유익한 점이오. 술을 먹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필히 알아둬야 할 것이오."

손육은 안면 근육에 파르르 경련이 일었다.

"하지만...너는 분명히 술을 마시지 않았느냐?"

초류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웃었다.

"내가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실은 기침을 할때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토해 버렸소."

손육은 얼굴색이 잿빛으로 변하여 우두커니 서 있다가 들고 있던 주전자를 팽개쳤다.

청의인이 이것을 보며 안쓰러운 듯이 입을 열었다.

"이제야 후회하는 것 같군.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소."

"뭐라구?"

손육은 천둥같이 울화가 치밀어 돌연 외마디 고함을 지르더니 청의인을 향해 주먹을 세 번이나 후려쳤다.

휙휙휙!

사나운 주먹바람이 금방 주방 안에 가득찼다. 숨어 산 이십 년 동안 그는 공력을 연마하는데 게으르지 않아 더욱 증진되어 있었다. 또한 이번 공력은 필생의 힘을 다해 휘두른 것이라 위력은 비할 데 없이 강했다.

그러나 몸집이 작은 청의인은 너무나 태연했다. 그는 제자리에 선 채 피하기는커녕 움직이지도 않고 그저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는 분명히 손육보다 늦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손육의 손바람이 그의 몸에 채 와서 닿기도 전에 청의인의 일장은 손육의 면상을 가격하는 것이 아닌가. 그의 동작은 파리채로 파리를 잡는 것처럼 가벼웠다.

"아악!"

처절하게 비명을 내지른 손육은 일 장 밖으로 날아가 떨어져 보기싫게 뒹굴었다. 손육이 엉금엉금 기어 일어났을 때 그의 얼굴은 이미 시뻘겋게 부어 올라 있었다.

청의인은 소리없이 웃으며 손육을 주시했다

"솔직히 말해서 네가 죽는 것은 억울하다. 난 본시 너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 나의 이 손이....."

이렇게 말한 청의인은 천천히 두 손을 앞으로 뻗어냈다.

손!

그 손을 본 순간 손육의 얼굴색이 완전히 사색이 다 되는가 싶더니 이윽고 전신에 심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당신은...당신은....."

청의인은 두 손에 청색으로 된 쇠장갑을 끼고 있었으며, 그 형태는 추악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전신의 솜털이 모두 일어설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드디어 손육의 두 눈에는 절망의 빛이 나타났다. 그는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혼자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내...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다고 오늘 청마수를 만나다니...초...초탐화, 제발 부탁이니 어서 나를 죽여주시오. 어서....."

초류빈은 자리에 앉은 채 청의인의 두 손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발끝으로 죽은 홍한민의 연자창을 손육 앞으로 차 주었다

"초탐화, 고맙소. 고마워! 내 죽은 뒤에도 이 은혜는 잊지 않겠소!"

말을 끝마친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자창을 자기의 목에 대고 찔렀다.

푹!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즉시 손육의 목에서 시뻘건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손육은 죽었다. 어이없이 금사갑을 탐낸 이유 때문에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이를 본 초류빈은 두 눈을 감더니 혼잣말인 양 중얼거렸다.

"무림에 칠 독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독한 것이 청마수라고 했지. 오늘 보아하니 과장은 아닌 것 같군."

청의인도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며 장탄식을 했다.

"남들이 청마수에 얻어맞는 것이 그냥 죽는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다고 하여 빨리 죽기를 원하는 것뿐이지 과장한 것은 없소."

"하지만 귀하는 청마수 이곡이 아닐 것이오."

"당신은 내가 이곡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아시오? 당신은 이곡을 알고 있소?"

초류빈이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자 청의인은 비시시 웃었다.

"나 역시 그를 가장하고 싶지는 않소. 다만 그의....."

청의인은 초류빈이 말을 가로채는 바람에 그만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이곡에겐 제자가 없소."

"누가 그의 제자라고 했소? 흥! 그는 나의 제자가 될 자격도 없소."

초류빈은 청의인의 호기로운 말에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러자 청의인은 다그치듯 물었다.

"당신은 내 말을 못 믿겠다는 거요?"

초류빈의 창백하면서도 준수한 얼굴에 한가닥 미소가 피어 올랐다.

"나는 당신의 신분과 내력에 대해 별 흥미가 없소."

"그럼 당신은 무엇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오? 금사갑?"

초류빈은 그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작은 칼만 매만지고 있을 뿐이었다.

청의인은 그의 수중에 있는 작은 조각칼을 바라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은 당신의 비도가 일단 발해지면 절대로 빗나가는 예가 없다고 하던데 그 말에는 과장된 것이 없소?"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 말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소."

"그럼 지금은?"

"지금 그 자들은 모두 죽었소."

잠시 침묵을 지키던 청의인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청의인은 비록 웃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 오직 웃음소리만이 그의 입을 통해 터져나올 뿐이었다. 그러더니 신중하게 말을 던졌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한번 시험해 보고 싶소."

초류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 귀하에게 권하지만 아마 시험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요."

청의인은 즉시 웃음을 거두고 초류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금사갑은 바로 저기에 죽어 있는 자가 입고 있소."

초류빈이 고개를 끄덕이자 청의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만약 내가 저 자에게서 입고 있는 금사갑을....."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초류빈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귀하도 아마 죽게 될 것이오."

청의인은 흠칫하더니 다시 가벼운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이 두려워 이러는 것이 아니오. 나는 단지 도박과 모험을 가장 싫어할 뿐이오."

초류빈은 다행이라는 듯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 그건 극히 좋은 버릇이오. 그저 당신이 그런 마음만 계속 간직한다면 귀하는 꼭 오래 살게 될 것이오."

이 말을 들은 청의인의 크고 시원한 눈은 유난히 빛을 더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금사갑을 나에게 양보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소."

"그래요?"

초류빈은 의외라는 듯이 의아한 눈으로 청의인을 바라보았다.

청의인은 입가에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청마수는 무림에서 가장 무서운 병기로 이곡이 칠 년이나 심혈을 기울여 백독(百毒)을 내포시켜 만들어 낸 것이오."

초류빈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백효생(百曉生)이 만들어 낸 병기보(兵器譜)에 의하면 청마수는 아홉 번째에 기재되어 있으니 정녕 진품(珍品)이라 할 수 있소."

청의인의 목소리는 득의양양했다.

"내 이 청마수를 당신에게 주겠소. 대신 당신은 금사갑을 나에게 주지 않겠소?"

잠시 생각에 잠겼던 초류빈은 수중의 조각칼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의 이 칼은 대장장이가 고작 세 시진 만에 만들어 낸 것이지만 백효생의 병기보에서는 세 번째에 나열되어 있소."

"당신의 뜻은 병기가 어떤 것이든 상관이 없고 그 병기를 어떤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지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오?"

"귀하께선 매우 총명하시군."

"그래서 당신은 청마수를 원치 않는다는 말이오?"

"만약 내가 그것을 원했다면 그건 이미 귀하의 손에 있지 않을 것이오."

청의인은 잠시 궁리를 하는 눈치더니 품 속에서 납작한 장방형의 상자를 하나 꺼내어 조심스럽게 상 위에 올려놓더니 청마수를 낀 손으로 상자를 열었다. 뚜껑이 열리는 순간, 즉시 강한 검기가 상자 안에서 뻗어나왔다. 그 상자 안에는 강하면서도 싸늘한 검기를 발하고 있는 단검이 들어 있었다.

청의인은 가슴을 쫙 펴며 입을 열었다.

"보검은 영웅이 지녀야 제구실을 하게 되어 있소. 이 어장검(魚腸劍)은 천하무쌍이오. 이것이면 되겠소?"

초류빈은 두 눈을 빛내며 청의인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물었다.

"귀하는 혹시 장검산장(藏劍山莊) 장룡노인(藏龍老人)의 제자가 아니오?"

"아니오."

"그럼 귀하는 그 검을 어디서 얻은 것이오?"

청의인은 약간 망설이는 듯했으나 서슴없이 대답했다.

"장룡노인은 이미 죽었고 이것은 그의 아들 유룡생(游龍生)에게 준 것이오."

초류빈의 얼굴에 의혹의 빛이 나타났다.

"어장검은 상고(上古)의 신병(神兵)으로 무림의 보물이오. 장검산장은 이 검으로 명성을 날렸소. 만약 장룡노인이 소림, 무당, 곤륜 등 삼대문파의 장문인과 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막역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이 검은 벌써 빼앗겼을 것이오. 그리고 장룡산장은 이 검으로 인해 무수한 혈투를 벌여 왔소. 그런데 유소장주가 어찌 가전의 보물을 귀하에게 순순히 내주었다는 것이오?"

"후후후...비단 검뿐만 아니오. 내가 그의 목을 요구한다 해도 그는 결코 거절하지 못할 것이오. 당신은 믿어지지 않소?"

"이 검의 가치는 금사갑보다 더 귀중하오. 그런데 귀하는 왜 밑지는 장사를 하려는 것이오?"

"나에게는 괴상한 취미가 있소. 얻기 어려운 물건일수록 나는 그것을 더 손에 넣고 싶어하오."

초류빈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기품있게 웃었다.

"유감이지만 나에게도 그런 성미가 있소."

청의인은 눈을 크게 떴다.

"그래도 싫다는 말이오?"

초류빈이 거절의 뜻을 표하자 청의인은 노기띤 음성으로 소리쳤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금사갑을 손에 넣고자 하는 것이오?"

초류빈의 의젓한 태도는 하늘이 무너져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건 나 개인의 일이라 당신이 상관할 바가 못되오."

갑자기 청의인은 양천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초탐화는 항상 명리(名利)에 담백하고 부귀를 하늘의 뜬구름처럼 여긴다고 오래 전부터 들어왔는데 어째서 금사갑에 대해서는 이렇게 중요시하는 거요?"

초류빈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지금 금사갑을 얻고자 하는 목적은 귀하와 같을 수도 있소."

이 말을 들은 청의인의 눈빛이 번쩍 빛났다.

"당신은 천하 제일의 미녀를 얻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오?"

초류빈은 만면에 신비스러운 미소를 띠며 아리송하게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르오."

청의인은 키득키득 묘하게 웃었다.

"과연 그렇군. 당신이 여자와 그리고 술에 대해서 거절한 적이 없다고 하던데 그것이 사실인 것 같소."

"하지만 당신이 그 절세의 미녀가 아닌 것이 안타깝소."

"내가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당신은 어떻게 아셨지요?"

청의인의 음성이 갑자기 변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음성은 지극히 아름다우면서도 간드러진 것이었다. 금쟁반에 옥구슬을 굴린다는 식으로 속된 표현을 하기에는 이 청의인의 목소리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마치 화창한 봄날의 훈풍처럼 사나이의 가슴을 간지럽히는 듯했다. 이렇게 말한 청의인은 두 손에 끼고 있던 청마수를 천천히 벗었다. 과연 초류빈이 보는 눈은 날카롭기 짝이 없었다.

초류빈은 이렇게 아름다운 손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미녀들과 정사(情事)를 즐겨왔다. 또 수중에 칼과 술잔을 들지 않았을 때는 수많은 여인들의 손을 쥐어 보았다. 미인의 손, 아니 여자의 손이란 대부분이 아름다우나 제아무리 아름다운 손이라 해도 그는 거기에 결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피부가 다소 검다거나 아니면 손톱이 약간 크다거나 아니면 땀구멍이 유난히 큰 것 등이다. 심지어는 그가 밤낮으로 그리워하는 여인의 두 손도 완전무결하지는 않다. 그것은 그녀의 개성(個性)이 너무 강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손은 비교적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손, 그 손만은 완전무결하여 결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것은 마치 백옥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것과도 같았다.

청의여인은 달콤한 꿀물이 흐르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나의 이 두 손이 청마수보다 예쁘다고 생각지 않나요?"

그녀의 음성은 너무도 고와 이 세상의 온갖 형용사를 다 동원한다 해도 부족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초류빈은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신중하게 물었다.

"당신이 설사 그 두 손으로 사람을 죽인다 해도 저항할 사람이 없을 것인데 어째서 청마수를 사용하는 것이오?"

청의여인은 간드러지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당신과 조건을 논해도 되겠나요?"

초류빈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직 부족하오."

청의여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들어 양쪽 옷소매를 걷었다. 백설같이 희면서도 토실토실한 양팔이 초류빈의 눈앞에 눈부시게 드러났다. 아름다운 손에 백옥같이 흰 팔,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청의여인은 다시 물었다.

"지금은 어떠세요?"

"아직도 부족하오."

그러자 청의여인은 봄날의 훈풍처럼 간지러운 웃음을 날렸다.

"호호호...남자들이란 원래 욕심이 많지요. 특히 능력이 풍부하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더 그래요. 능력이 있으면 있을수록 욕심은 더 큰 법이에요."

전신을 요염하게 흔들면서 이렇게 말한 그녀는 어느 새 모기장같이 투명한 속옷만 입은 보습으로 변해 있었다.

희고도 투명한 속옷은 그녀의 신비스러운 몸을 살포시 감싸고 있었다. 그러한 광경은 마치 뽀얀 안개를 통해서 활짝 핀 꽃을 보듯 신비스러워 혼을 빼앗을 것만 같았다.

초류빈은 술을 한 잔 따라 높이 들면서 탄복한 듯 중얼거렸다.

"꽃을 구경하는데 어찌 술이 없으리오. 자!"

그리고는 한 잔의 술을 단숨에 마셔 버렸다.

청의여인은 가볍게 웃더니 초류빈에게 물었다.

"보아하니 당신은 아직도 부족한 것 같군요."

"남자는 욕심이 많다고 방금 당신이 말하지 않았소?"

"호호호호....."

청의여인은 사나이의 넋을 빼앗을 듯이 요염하게 웃더니 이번에는 신발을 벗었다. 어떤 여자든 신을 벗는 자세는 과히 보기가 좋지 않다. 그러나 지금 이 신비의 여인은 조금도 그렇지 않았다.

세상 어떤 사람의 발이라도 발은 거칠은 것이 통례지만 그녀의 발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발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조그마한 복숭아뼈는 뭇 사내들의 혼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이 순간 초류빈은 호흡이 딱 정지되는 것 같았다.

이때 청의여인이 다시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물어왔다.

"아직도 부족하세요?"

초류빈은 다시 술을 한 잔 마시고 나서 빙글거리며 웃었다.

"만약 지금 내가 족하다고 하면 당신은 아마 나를 바보라고 할 것이오."

청의여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그나마 남은 투명한 속옷까지 완전히 벗어버리고 말았다. 정녕 세상에 이토록 완전무결하고 아름다운 육체가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지금 청의여인은 이미 완전한 나체가 되어 초류빈 앞에 섰다.

학처럼 긴 목, 가냘프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둥그스럼한 어깨, 풍만한 젖가슴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삼각지대의 신비한 숲, 등등 여자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이 거리낌없이 드러났다.

굴곡이 또렷한 젖가슴 가운데 자리잡은 젖꼭지는 엷은 분홍색을 띤 채 그래도 약간은 수줍은 듯이 떨리고 있었으며, 양쪽 다리를 살짝 벌린 채 서 있는 그녀의 자세는 불가항력적인 유혹을 발하고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거기에는 처절한 욕정까지도 내포되어 있었다.

여인의 이러한 모습은 세상의 어떤 남자들에게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을 안겨다 주는 것이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푸르뎅뎅한 인피면구를 벗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여인은 고귀하면서도 수정같이 반짝이는 두 눈으로 초류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젠 충분하시겠지요?"

초류빈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거의 다 되었지만 아직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소."

"당신은...이제 만족하게 여길 때도 되었는데요?"

"이것으로 만족하기 쉬운 사랑은 때때로 좋은 것을 놓치는 수가 있소."

벌거벗은 여인의 숨소리가 점차 가빠지기 시작했다. 연분홍색을 띤 젖꼭지가 그녀의 거친 숨결을 따라 파동을 일으키며 점점 팽창해지는 것 같았다.

여인은 가볍게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은 어째서 꼭 저의 얼굴을 보려는 것이지요? 그냥 이렇게 있는 것이 더 환상적이며 더 기분이 날 게 아니겠어요?"

"세상에 몸매는 비할 데 없이 아름답지만 얼굴이 매우 추한 여자가 때때로 있소."

"당신은 제가 매우 추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직접 보지 않은 이상 나는 알 도리가 없잖소?"

벌거벗은 여인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정말 고집스럽군요. 하지만 제 얼굴은 보시지 않는 게 좋다고 저는 권하고 싶군요."

"그건 무엇 때문이오?"

"나는 당신에게서 금사갑을 받은 후 즉시 떠날 거예요. 그러면 당신은 다시 저를 만날 수가 없어요. 당신은 나에게 금사갑을 주고 또 나는 당신에게 최대한의 쾌락을 드릴 거예요. 이건 매우 공정한 교환조건이라고 할 수가 있어요. 그러니 교환이 끝난 다음엔 서로 기억할 필요가 없지 않겠어오?"

"일리가 있는 말이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저의 얼굴을 보면 당신은 저를 영원히 잊지 못하게 될 거예요."

"당신은 자신의 미모를 매우 자부하고 있군요."

여인은 자신의 풍만한 젖가슴을 나긋나긋한 손으로 한 번 자극적으로 쓰다듬더니 초류빈을 향해 한걸음 더 다가갔다. 여인의 향긋한 살내음이 초류빈의 코를 벌름거리게 했다.

여인은 홀릴 듯한 자세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당신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초류빈은 고집스러운 표정을 떠올렸다.

"만약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금사갑을 주지 않겠다면 어떻게 하시겠소?"

여인은 매우 당황하는 것 같았다.

"교환하는 것을 거절한다고요?"

이렇게 말한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탄식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이래도 당신은 거절하겠어요?"

이윽고 그녀는 인피면구를 벗었다. 여인의 얼굴, 그것은 사람의 숨통을 막을 것처럼 아름다웠다. 똑바로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것이었다.

초류빈의 입에서는 절로 감탄사가 발해졌다.

"오!"

여인의 얼굴과 관능적인 육체. 그것은 이 세상의 어떤 아름다움과도 비교할 수가 없었다. 설사 장님이라 해도 그녀의 몸 전체에서 풍기는 성숙한 여인의 체취를 맡을 수는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가 그녀의 고혹적인 목소리는 그 장님을 강한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었다.

여인의 모든 것은 남자로서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것이었다.

멍하니 그녀를 주시하던 초류빈은 돌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곡이나 유소장주가 자기들이 가장 중하게 여기고 있던 것을 당신에게 준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니었소."

관능적인 육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놓고 있는 이 절세의 미녀는 그윽한 미소만 지었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말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녀의 두 눈이 말을 하고 있었고, 손, 가슴, 그리고 신비의 샘뿐만 아니라 그녀의 몸 전체에 있는 땀구멍 하나하나에서도 말이 나오고 있지 않는가! 그녀는 초류빈이 만족해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남자로서 그녀가 무엇을 요구하였는지 모르고 있다면 그것은 백치이며 인간이 아닐 것이다.

여인은 초류빈이 안아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마음껏 짓밟아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초류빈은 의자에 앉은 채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유유히 술을 한 잔 들이키더니 흐뭇한 듯이 웃었다.

"나는 오랫동안 이런 축복을 누린 적이 없소. 정말 고맙구려."

여인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더니 약간 부끄러운 듯이 입을 열었다.

"당신같이 호탕한 남자도 담량을 키우기 위해 술을 마셔야 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건 아름다운 여인일수록 쉽사리 만족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오."

"흥!"

여인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고 살짝 눈을 흘기더니 갑자기 벌거숭이 몸을 초류빈의 품 속으로 던졌다. 참을 수 없는 욕정이 드디어 그녀가 먼저 행동을 취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쨍그랑!

순간 초류빈의 손에 들려 있던 술잔이 땅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이어 초류빈은 그녀의 부드러우면서도 매끄러운 등을 천천히 애무했다.

그러나 그의 한 손에는 여전히 그 조각칼이 들려 있었다.

여인은 전신을 뱀처럼 꿈틀거리면서 초류빈의 온몸을 칭칭 감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이...이럴 때는 수중에 칼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닌 줄 아는데 요?"

초류빈은 한 손으로 그녀의 향기로우면서도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더할 수 없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남자가 손에 칼을 쥐고 있을 땐 품 속으로 파고들어선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소."

여인은 요염하게 웃으면서 초류빈의 입술을 빨았다.

"그럼 당신은 저를 죽이기라도 하겠단 말인가요?"

초류빈 역시 가볍게 눈웃음을 치며 응수했다.

"여자란 너무 자신을 가져서는 안 되오. 그리고 홀랑 벗어 던지고 남자를 유혹해서는 더더욱 안 되오. 여자란 옷을 단정하게 입은 채 남자가 스스로 옷을 벗겨 주기를 기다려야 그것이 미덕이고 또 그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오."

이렇게 말한 그는 서서히 여인의 머리카락을 뒤로 잡아당겨 예리한 칼로 가볍게 그녀의 목을 그었다.

일순, 그녀의 목에 빨간 선이 그어지면서 즉시 붉은 피가 목을 타고 내려와 그녀의 희고도 탐스러운 젖가슴에 떨어졌다.

그것은 마치 하얀 눈이 덮인 동산에 붉은 매화꽃 한 송이가 떨어진 것과도 같이 보였다.

"아아....."

신음소리를 지른 그녀의 안색은 순식간에 사색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방금까지만 해도 물결치듯 꿈틀거리던 그녀의 야들야들한 몸은 완전히 굳어진 듯 움직이지 않았다.

초류빈은 여인의 입술에 자기의 입술을 대고 부드럽게 물었다.

"당신은 아직도 자신을 갖고 있소? 당신의 몸 하나로 이 세상에서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말이오?"

그의 칼날은 여인의 목에 바싹 붙은 채 떨어질 줄을 모르고 있었다. 여인의 탐스러운 육체가 드디어 천천히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윽고는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왔다.

그녀는 초류빈의 목을 두 팔로 안고 있었으나 꼼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초류빈은 안타까운 듯이 탄식을 터뜨리며 말을 꺼냈다.

"내 당신에게 몇 가지 일러줄 것이 있는데 명심해 주기를 바라오. 첫째, 남자는 피동적(被動的)인 것을 싫어하오. 그리고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아름답지도 않소."

여인의 음성은 무섭게 떨려 나왔다.

"제가...제가 졌어요. 이젠 그만 이 칼을 좀 치워 주세요."

"내 당신에게 한 가지 더 물어볼 것이 있소."

"어...어서...말씀해 보세요."

"당신은 무엇 때문에 모든 것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금사갑을 얻고자 하는 것이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얻기 어려운 것일수록 저는 더 얻고 싶어합니다."

초류빈은 바로 눈앞에 있는 여인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표정없이 웃으며 말했다.

"만약 내가 당신의 목에서 칼을 치우지 않으면 당신은 영원히 이렇게 있을 작정이오?"

여인은 그 말의 뜻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우둔한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목을 서서히 칼에서 떼더니 이어 그의 품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수치와 모욕으로 인한 본능적인 동작으로 몸을 움츠려 한손으로는 젖무덤을, 그리고 한 손으로는 두 다리 사이의 숲이 우거진 곳을 가렸다. 그러나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탄력 있는 젖가슴은 한쪽 손으로 가리기에는 너무도 컸다.

초류빈은 추호도 애석한 빛을 보이지 않고 말했다.

"날씨가 매우 추우니 어서 옷을 입으시오."

여인의 두 눈은 당장 불이라도 쏟아져 나올 것처럼 붉게 충혈되었다. 그녀는 그런 눈으로 초류빈을 태워 버리기라도 할 듯이 무섭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인은 이내 방그레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이 나를 죽이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초류빈은 갑자기 두 눈에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싸늘한 광채를 뿜어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말이 끝나는 순간 당신이 아직 이곳에 있다면 나의 이 칼이 당산의 목을 여지없이 관통시킬 것이오!"

아니나다를까. 그녀는 초류빈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때 이미 옷을 안고 밖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리고는 멀리서 악에 바친 독설을 퍼붓는 것이었다.

"초류빈! 너는 남자가 아니다. 아니, 사람새끼도 아니다. 너의 미혼처가 너와 가장 절친했던 친구를 따라 도망친 원인이 무엇인지 이제야 나는 알았다."

말소리의 여운은 까마득히 먼 곳에서 들려왔다. 넓은 대지는 온통 백설로 덮여 있었으며, 주루는 밖에 쌓인 눈의 반사로 인해 별로 어둡지 않았다.

하지만 이 주방은 마치 무덤 속처럼 음산하여 더 이상 머무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게 했다. 죽어 나자빠진 시체들이 금방이라도 살아서 벌떡벌떡 뛰쳐 일어날 것 같았다.

초류빈은 여전히 그곳에 앉아 자세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그의 두 눈은 고통과 비애의 빛으로 가득차 있었다. 청의 여인의 마지막 말 한마디가 그의 가슴을 비수로 찌른 것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너의 미혼처.

너의 가장 절친한 친구...라고 한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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