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1일 목요일

54 소이비도 제4권 성숙한 여인





성숙한 여인



보아하니 결투는 남자만의 특권이 아닌 것 같다. 여자도 때론 결투를 한다. 그런데 여인이 결투하는 방법도 과연 남자와 같을지 의문이다.

손소홍은 결연한 눈빛으로 설소하를 쏘아보았다.

"내가 이미 시간을 정했으니 이번엔 당신이 장소를 선택할 차례예요."

"장소도 구태여 선택할 필요없어요. 이곳이면 충분하니까. 다만 ....."

"다만 뭐죠?"

"우린 어떤 방법으로 결투를 하죠?"

손소홍은 그녀의 질문에 약간 멍해졌다.

"결투는 생사의 판가름이거늘 그것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단 말예요?"

설소하는 요염하게 그녀의 말을 받았다.

"물론이죠. 준정으로 하는 결투, 무공으로 하는 결투, 독약으로 하는 결투 등등이 있죠. 우리는 어디까지나 여자이니 무슨 일을 하든 남자들보다야 다소 정적인 면을 중요시해야 되지 않겠어요?"

손소홍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방법을 원하고 있죠?"

"방법의 선택권을 나에게 넘겨주겠다는 말인가요?"

설소하는 두 눈에 기광을 발하며 손소홍을 응시했다.

바로 그때 초류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어쩌면 독약을 사용할 것이오?"

행여나 손소홍이 손해를 볼까 봐 그는 미리 귀띔을 해준 것이다.

손소홍은 그 뜻을 알고 생긋이 그에게 웃음을 보였다.

"독약을 사용해도 괜찮아요. 저의 칠숙(七叔)께선 독에 대한 대행가(大行家)죠. 그의 솜씨는 오독동자 못지 않아요. 다만 그는 독을 사용해 사람을 구할 뿐 독을 이용해 사람을 해치지는 않아요."

"만약 사람을 구하는 데 독약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의 솜씨는 필시 선경(仙境)에 도달해 있겠군요. 독을 이용해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확실히 독약으로 사람을 해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니까요."

설소하는 한숨을 내쉬며 다음 말을 이어갔다.

"보아하니 독약으로는 당신과 결투를 할 수 없을 것 같군요."

손소홍은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이 어떤 방법을 제시해도 좋아요."

그녀의 확고한 말에 초류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노선생의 무공을 전수받았다면 어느 면에서도 설소하를 능가할 것이다.

설소하는 다시 힐끗 초류빈을 쳐다보았다.

"초탐화 같은 절정 고수 앞에서 손발을 놀려 싸운다는 것은 스스로가 망신을 자초하는 일이 아니겠어요? 남들이 알면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해요."

"그럼 어떤 방법을 원하죠?"

"우리는 정녕 여자이니 여자다운 방법을 택하는 게 현명할 것 같아요."

"여자라고 해서 무슨 특수한 방법이라도 있단 말인가요?"

"물론 있고 말고요."

"어서 말해 봐요."

"남자들은 모든 면에 있어 여자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어떤 일은 여자라야만이 해낼 수 있어요. 제아무리 재주가 비상한 남자라 해도 해낼 수 없는 일이 있죠."

손소홍은 눈살을 가볍게 찌푸렸다.

"그래서요?"

설소하의 눈빛은 유난히 빛났다. 그리고 똑바로 손소홍을 주시했다.

"예를 들자면 아기를 낳는 일....."

손소홍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아이를 낳는 일이라니....."

설소하는 대답을 하기에 앞서 다시 초류빈을 요염하게 쳐다보았다.

"그래요. 애를 낳는 일은 여자들의 가장 큰 영광이죠. 애를 낳지 못하는 여자는 고통을 받기 마련이에요. 내 말이 틀린가요?"

손소홍은 문득 느끼는 바가 있어 얼굴이 대뜸 붉어지며 말을 더듬거렸다.

"설마...설마 당신은....."

설소하는 안색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우리는 누가 어린애를 많이 낳고 빨리 낳느냐를 겨룰 수 있을 거예요."

손소홍은 펄쩍 뛰었다.

"당신 미쳤어요? 그런 일을 어떻게 겨룰 수 있단 말예요?"

설소하는 여유자작했다.

"그게 불가능한 일인가요? 설마 당신은 애를 낳지 못한다고 하지는 않겠죠?"

손소홍의 얼굴은 더욱 홍당무로 변해 시인도 부인도 할 수 없었다.

설소하는 더욱 득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방법이 너무 느리고 힘들다고 생각된다면 다른 방법을 택하도록 하죠."

손소홍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물론 방법을 바꿔야죠."

"남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여자들은 해낼 용기가 없는 일도 있어요."

설소하는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으며 하얀 이빨을 내보였다.

"당신은 정녕 여자들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다한다면 이번에는 여자들이 해낼 용기가 없는 일로 겨루어 볼까요?"

손소홍은 한참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우선 구체적인 것을 말해 보세요."

설소하는 고개를 약간 갸우뚱거리더니 서슴없이 말했다.

"예를 들자면 옷을 벗는 일...우린 이곳에서 누가 빨리 옷을 전부 벗을 수 있는가를 겨루도록 해요. 만약 내가 패한다면 아무 불평없이 목숨을 당신에게 바치겠어요."

이곳은 어수선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비록 남의 일을 참견하고 싶지 않지만 만약 여자가, 그것도 아름다운 여자가 그 자리에서 옷을 홀랑 벗는다면 머리통이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달려와 구경할 것이다.

손소홍은 화끈 달아오르는 얼굴을 식히기 위해 입술을 꼭 깨물었다.

"이제야 똑똑한 남자는 여자와 도박을 하지 않는 이유를 알겠어요. 알고보니 당신 같은 여자가 있기 때문에 무슨 도박을 하든 생떼를 쓸 테니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상대방이죠."

설소하는 간드러지게 웃었다. 풍만한 가슴은 웃음소리에 맞추어 율동이 일었다.

"호호호...남자에게 생떼를 쓰는 것은 본래 여자의 특권이에요. 그러한 특권을 이용할 줄 모르는 여자는 극히 추악하게 생겼거나 아니면 바보천치일 거예요."

손소홍은 음성을 높여 호통을 치듯 외쳤다.

"나는 남자가 아니에요!"

어떤 자극적인 말도 설소하의 안색이 달라지게 하기는 어렵다. 그녀의 표정은 천연덕스럽기만 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엔 내가 생떼를 쓴 게 아니에요. 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좋다는 말은 당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요?"

손소홍의 표정은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파렴치한 방법을 제시할지 누가 알았겠어요?"

설소하는 생글생글 웃으며 노화에 기름을 부었다.

"그것은 당신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어요. 당신은 간단하게 나를 죽일 수 있었는데 왜 깨끗하게 살수를 전개하지 않고 쓸데없이 입을 놀렸죠?"

분노로 일그러진 손소홍의 얼굴에서 그녀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지 웃음의 농도는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완전히 당신 자신만 탓할 수는 없어요. 말이 많지 않은 여자를 나는 아직 본 적이 없으니까요."

보아하니 결투는 역시 남자만의 특권인 것 같다. 결투라면 단지 손을 사용할 뿐 입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로 되어 있다. 어떤 사람이라도 말을 많이 하면 용기와 투지가 모두 점점 사라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장소에서도 싸움을 하기에 앞서 먼저 잔소리를 늘어놓는다면 그 싸움은 시시한 싸움이 되고 말 것이다.

공자왈, 군자는 입을 봉하되 손은 봉하지 않는다 했다. 여인네들은 대부분 그 도리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소슬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석양빛을 받으며 두 여인이 아무 말없이 낙엽을 밟고 서서 생사의 일순간을 기다린다. 그런 장면을 본 자가 있을까? 비단 본 사람이 없을 뿐더러 심지어 들은 일조차 없을 것이다.

여자는 어디까지나 여자다. 남녀는 비록 평등하지만 세상만사 여자들이 해서는 아니 되고 또한 할 수 없는 일이 가끔 있다.

여자가 만약 그러한 일을 한사코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그것은 자신을 거울에 다시 한번 비춰 봐야 할 문제고 결국 망신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여자는 때와 장소를 가릴 것없이 여자일 뿐이다. 그것은 확고부동한 사실이며 아무도 무너뜨릴 수 없는 진리다.

설소하는 더욱 달콤하게, 더욱 득의하게 웃는다. 설소하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초류빈은 문득 남갈자가 뇌리에 떠올랐다.

남갈자는 비록 더럽고 악랄한 여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종의 비범한 열성(烈性)을 지니고 있는 여인이었다. 초류빈은 홀연 남갈자의 죽음에 대해 애석한 느낌이 들었다.

손소홍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다 못해 푸르락붉으락 변해갔다. 모든 것이 설소하의 뜻대로 되었다.

그녀는 흐뭇하고 만족스러웠다.

"이제 결투할 시간, 장소, 방법이 전부 결정되었으니 더 이상 주저할 필요가 없겠지요?"

손소홍은 고개를 좌우로 내둘렀다.

"내가 패배를 시인하겠어요."

"그렇다면 나는 이곳을 떠나도 좋겠죠?"

"떠나도 좋아요."

그러더니 별안간 한숨을 내쉬며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의 운이 나빴다는 것을 탓할 수밖에 없군요."

손소홍는 입을 삐죽거리며 웃었다.

"무엇을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운이 나빴던 것은 당신 쪽이에요."

손소홍은 못을 박듯 단호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당신이에요!"

이렇게 되니 설소하는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면에서 내 운이 나빴다는 거죠?"

손소홍은 시선을 천장에 주고 대꾸했다.

"나는 비록 당신을 죽이겠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과장된 것이었어요. 진짜로 싸움이 붙었다면 나는 기껏해야 당신에게 부상을 입혀 다시는 다른 사람을 해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끝냈을 거예요."

설소하는 약간 멍해지더니 소리내어 웃었다.

"호호호...그렇다면 나는 운이 좋았다는 결론이 아닌가요?"

손소홍은 여전히 천장을 주시하며

"내가 당신에게 부상을 입힌 이상 만약 다른 사람이 다시 당신을 죽이려 한다면 나는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당신의 목숨만은 지켜주었을 거예요."

하고 말하더니 얼굴에 자신감이 넘치는 웃음이 감돌았다.

"그러나 지금 만약 누가 당신을 죽이려 한다면 나는 절대 제지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설소하는 이미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떤 일에 있어서 그녀의 반응은 초류빈과 낭천 못지 않다.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가장 어두운 구석에 눈빛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때 손소홍은 이미 초류빈의 손을 잡고 담담하게 말했다.

"자, 이제 우리도 떠나도록 해요. 저는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보기 싫어요."

설소하는 다그치듯 물었다.

"나를 죽이려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요?"

손소홍은 눈을 깜박거리며 이번에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가 그런 말을 했나요?"

설소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자는 지금 어디에 있기에 왜 내 눈엔 보이지 않죠? 당신은 그를 보았나요?"

손소홍은 대답을 거절했다. 그녀가 시인을 하든 부인을 하든 설소하는 절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침묵을 지키자 설소하는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시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왜 내 눈엔 보이지 않죠?"

손소홍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 눈에는 물론 보일 리가 없죠. 당신이 보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을 거예요."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당신은 어떻게 보았죠?"

"그들이 죽이려는 대상은 내가 아니니까요."

그녀는 다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나는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당신을 죽이려면 살인자는 당신 눈에 띄지 않아야 해요. 당신이 먼저 상대방을 발견하면 그 살인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니까요."

설소하의 음성은 떨렸다.

"그...그들은 대관절 누구죠?"

"당신을 죽이려는 자를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당신 자신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텐데요."

설소하는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녀의 눈동자는 공포의 빛으로 충만했다. 그녀가 공포를 느낀 적은 극히 드물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기를 죽이려는 자로 하여금 살수를 전개하지 못하게 하는 이상한 재주를 지녔으며 그 재주는 아직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게 아예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아무리 신통한 재주를 지니고 있다 해도 비법을 전개할 수 없었다.

손소홍은 그것을 노린 것이다.

"당신을 죽이려는 사람은 원체 많으니 상대방이 누구인지 도무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군요."

설소하는 자신도 모르게 손등으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쳤다. 그녀는 무슨 일을 하든 자태가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땀을 닦는 자태는 둔해 보였다.

제아무리 여우같이 교활한 사람도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황 하에선 모든 행동이 둔해지기 마련인가 보다.

그래서 만약 한 사람을 쓰러뜨리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쪽에서 출수할 필요도 없이 상대방은 스스로 자신을 쓰러뜨릴 것이다.

초류빈은 손소홍을 바라보며 내심 미소를 금치 못했다. 손소홍은 이미 어린애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문뜩 느낀 것이다.

어느 면으로 보나 그는 엄연히 성숙한 여인이다. 성숙한 여인만이 성숙한 여인을 이해할 수 있다.

설소하와 손소홍의 이번 결투는 비록 생사를 내걸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매우 격렬했다. 더구나 두 차례에 걸친 결투였다.

그들은 무공을 겨룬 것이 아니라 마음을 겨룬 것이었다. 첫 번째는 설소하가 승리를 거두었다.

그것은 그녀가 여자의 심리와 약점을 잘 알고 있으며 또한 그것을 지혜롭게 이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승리를 거둔 자는 손소홍이었다. 그녀도 역시 설소하와 같은 수단과 방법을 이용한 것이었다.

손소홍은 여자들이란 어떠한 일에 대해서도 매우 소심하고 회의를 느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에 손소홍이 여자가 아니고 남자였다면 그녀는 이미 설소하를 살해했을 것이다.

설소하 역시 남자였다면 손소홍이 뭐라고 하든 벌써 갔을 것이다.

그녀들이 이렇게 괴상한 변을 조성해 낸 것은 바로 그녀들이 남자가 아니고 여자였기 때문이다. 만약 남자와 여자가 이와 같은 일을 한다면 어떠한 일에서도 그 과정이 다를 뿐만 아니라 결과도 역시 다를 것이다.

결투도 역시 마찬가지다. 여자들 간의 결투란 남자들처럼 그렇게 무섭고 긴장되고 격렬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어쩌면 남자들보다 더 미묘하고 복잡하고 흥미로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것도 여자들의 결투는 변화무쌍하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변화는 공력의 변화와 같이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공력이 초식보다 더욱 변화무쌍하고 더욱 복잡하고 빠르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꼬집는다면 그들의 변화를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여자 마음의 복잡하고 미묘한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여자의 결투가 이 세상에서 그 어떠한 남자들간의 결투보다도 더욱 절묘하고 변화가 많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여자가 아무리 남자와 같다고 해도 여자는 어디까지나 여자인 것이다. 만약에 누가 이 이치를 뒤집으려 한다면 그는 아마 바보일 것이다. 이상한 것은 세상에서 이러한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손소홍은 초류빈의 손을 꼬옥 잡은 채 앞서 걷고 있었으며 설소하는 혼자서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얼마를 걷자, 손소홍은 매우 못마땅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다 보았다.

"우리는 우리가 가는 길이 있는데 당신은 어째서 자꾸만 따라오고 있죠? 당신은 갈 곳이 많을 텐데....."

설소하는 씁쓰레한 미소를 지었다.

"나...나도 낭천이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무엇 때문에 그를 보려는 거죠? 그를 그 지경으로 해치고도 부족해서 또 그를 보겠다는 건가요?"

설소하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다만....."

손소홍은 날카롭게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당신이 다시는 그를 만날 수 없게 할 거예요. 그러니 당신이 아무리 끈질기게 따라와도 소용없어요."

설소하의 얼굴은 몹시 쓸쓸하고 애절해 보였다.

"나는 그저 멀찌감치서 단 한 번만이라도 그를 보고 싶어! 그가 나를 보고 안 보고는 상관하지 않겠어요."

손소홍은 싸늘한 냉소를 터뜨렸다.

"흥! 맘대로 하시죠. 다리는 당신 것이니 낸들 어쩔 수 있겠어요? 당신이 꼭 따라오겠다면 우리로서도 말릴 수는 없지만 그러나 후회는 말아요!"

"나는 지금껏 후회라곤 해 본 적이 없어요."

이때 손소홍은 설소하가 그저 담담하게 한마디 한마디 대꾸해 오자 약이 올랐다. 하지만 초류빈 앞에서 또 다툴 수는 없었다. 초류빈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저것 좀 보세요. 저렇게 끈질기게 달라붙잖아요. 내가 말했잖아요. 저 여자는 분명히 쫓아올 것이라고....."

이 말은 초류빈에게 하는 것이었다. 초류빈은 빙긋 소리없이 웃었다.

"낭자는 처음부터 그녀가 따라오기를 바랐던 것이오?"

손소홍은 뾰로통해지며 냉랭히 말했다.

"그야 물론이지요."

"그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오?"

"저는 더 이상 저 여자에게 손을 쓸 수가 없어요. 저는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수밖엔 없었어요. 그런데 따라오지 않는다면 저에게 또 무슨 기회가 있겠어요?"

초류빈은 쓴입맛을 다시며 나지막이 말했다.

"사실 낭자는 기회를 기다릴 필요없이 아까 손을 쓸 수 있었소. 그녀가 무어라고 말을 하든 간에 듣지 않으면 그만이 아니겠소!"

손소홍은 입을 삐죽거렸다.

"남자들의 한 마디는 무슨 장부일언중천금이라고 하면서 우리들 여자가 한 말은 무시해도 된다는 말인가요?"

초류빈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빙긋 웃었다.

"한데 그녀가 따라오리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소?"

"저 여자는 우리의 보호를 바라고 있는 거예요. 그녀가 초탐화와 같이 있기만 하면 그 누구도 감히 그녀에게 덤벼들지 못할 테니까요."

중간에 말끝을 맺은 그녀는 초류빈을 보며 빙긋 웃었다.

"좋은 의미로 말한다면 우리가 호랑이 흉내를 내는 것이죠. 그리고 좀 나쁘게 말하면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짖어대는 개와 같은 것이구요."

초류빈은 그만 실소를 터뜨렸다.

"그 두 가지 말 다 듣기가 좋지 않은데....."

"만약 당신이 그러한 일을 했다면 아무리 듣기 싫은 소리라고 해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죠 뭐."

설소하는 묵묵히 그들의 뒤를 따르면서 그들의 대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다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손소홍은 그녀가 듣기를 바라고 일부러 큰소리로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설소하는 못 들은 척하며 입을 열지 않았다.

손소홍이 갑자기 화제를 바꾸었다.

"당신은 호유성이 상관금홍과 의형제를 맺는다는 소식을 들었나요?"

"들어 알고는 있소. 당신들은 그 일 때문에 온 것이 아니오?"

손소홍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우리는 이곳에 오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어요."

손소홍은 잠시 말을 멈추고 초류빈을 곱게 흘겨보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에 오면 당신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을 한 거예요."

초류빈은 그녀를 바라보고 빙긋 웃었다. 갑자기 가슴속이 훈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마치 고급 술을 따스하게 데워서 쭉 들이켜는 기분이었다. 초류빈, 그가 이렇게 훈훈한 감정을 느껴본 지가 무척 오랜 만이었다.

손소홍은 초류빈의 다정스런 눈길을 받자 잔뜩 응결되었던 가슴이 사르는 녹는 감동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들 쌍방은 모두 가슴이 뿌듯해 잠시 동안 묵묵히 걸음만 옮겨 놓았다.

손소홍이 잡았던 초류빈의 손을 갑자기 으스러져라고 꼭 쥐어왔다. 이들의 손이 맞닿는 통로에 눈빛보다 더 따스하고 감미로운 열기가 오갔다.

얼마쯤의 침묵이 흘렀다. 초류빈은 여전히 손소홍의 손을 잡은 채 탄식을 터뜨렸다.

"만약에 당신들이 오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는....."

초류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소홍이 갑자기 말을 가로챘다.

"어쩌면 상관금홍이 무덤 속에 묻혔을지도 모르지요."

초류빈은 담담히 웃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초류빈, 그는 언젠가 한 번쯤은 상관금홍과 생사결투를 벌여야 하는 것이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 지금 손소홍과 논하고 싶지 않았다. 또한 그는 이 일에 관해서 그렇게 많이 마음을 기울이고 싶지도 않았다.

많은 마음을 기울이게 되면 좋은 묘안보다는 걱정거리가 생기게 되며 걱정거리가 많아지면 마음이 어지럽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음이 어지러울수록 승리의 확률은 그만큼 줄어들게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손소홍은 이 일에 대해서 초류빈보다 많은 마음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녀는 매우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상관금홍과 같은 사람에 대해선 도의라는 것이 필요없어요. 만약에 그가 상관비의 시체를 보고 있었을 때 당신이 손을 썼으면 그를 쉽게 죽일 수가 있었을 거예요."

초류빈은 가벼운 탄식을 터뜨렸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오."

"쉽지가 않다니요? 당신은 그가 아들의 시체를 보고도 흥분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셨어요?"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이오. 상관금홍에게도 인간의 본성은 잠재해 있는 것이오."

"그렇다면 어째서 손을 쓰지 않으신 거예요? 당신이 그에게 아무리 도의적으로 대한다고 해도 그는 당신에게 도의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것은 나도 알고 있소."

"그런데 어째서....."

초류빈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손소홍의 말을 가로챘다.

"내가 손을 쓰지 않은 것은 더 좋은 기회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오."

"제가 보기엔 그때가 가장 좋은 기회 같았는데....."

"낭자가 잘못 보았소."

"무엇을요?"

"누구나 자신의 아들이 살해 당한 모습을 보게 되면 비록 심기가 몹시 어지러워지긴 하지만 거기엔 반드시 비분이 따르기 마련이오. 상관금홍도 예외는 아니었소. 만약 내가 그의 비분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손을 썼다면 그는 모든 비분을 나에게 발산했을 것이오. 사람이 분에 차 있을 때는 그 힘이 평상시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지고 또 용기도 더 커지는 법이오. 만약 그러한 때에 상관금홍이 손을 쓴다면 그 위력은 감히 상상도 할 수가 없을 것이오."

손소홍은 초류빈을 바라보며 입을 삐죽거렸다

"이제보니 당신도 제가 생각한 것처럼 좋은 사람은 아니군요. 때때로 계교도 다 부리고....."

초류빈은 피식 웃었다.

"내가 만약에 남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라면 최소한 팔십 번은 죽었을 것이오."

손소홍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

"상관금홍이 당신의 속마음을 알았다면 그는 몹시 후회하며 술을 마실 거예요."

"아니오. 그는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오."

"그건 또 왜요?"

"그는 처음부터 나의 뜻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오."

"그럼 그는 어째서 당신에게 술을 대접한 것이죠?"

"그가 나에게 술을 권한 것은 내가 그에게 도의적으로 대해 주었기 때문은 결코 아니오. 그의 눈에는 도의적인 사람이 바보천치로 보이니까....."

"그럼 무엇 때문이에요?"

초류빈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그가 내 뜻을 잘 알고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오."

손소홍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반짝이는 눈을 깜박거렸다.

"그는 당신이 그와 같이 참고 기다릴 수 있고 기회를 포착할 줄 알고, 또 어느 때가 가장 좋은 기회인지 판단할 줄 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술을 권한 것인가요?"

초류빈은 빙긋이 웃으며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손소홍은 묘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당신은 과연 그가 생각한 그런 사람일까요?"

초류빈은 잠시 생각을 굴렸다.

"어떻게 보면 그와 같다고 할 수 있소. 만약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성장해 온 환경이 다르고 그간에 만났던 사람과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오. 그래서 지금에는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형성된 것이오."

초류빈은 잠시 말을 멈추고 허공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짓더니 다시 말했다.

"어떤 사람은 사람의 마음이란 본시 선하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원래부터 악하다고 했소.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사람에게는 본시 선과 악의 구별이 없었을 것 같소. 한 인간의 선과 악은 후천적인 환경에서 조성된 것이라고 생각하오."

손소홍은 초류빈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낭랑하게 말했다.

"당신은 남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계시는군요."

초류빈은 또 장탄식을 터뜨렸다.

"사람이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오."

순간 초류빈의 표정은 갑자기 암담해졌고 두 눈에서는 고통의 빛과 번뇌의 빛이 서로 엇갈렸다. 초류빈도 맥이 풀리는지 나지막이 탄식을 터뜨렸다.

"사람이 만약 자신을 이해하면 많은 괴로움을 겪고 많은 고통의 맛을 보아야 할 것이에요. 안 그런가요?"

초류빈은 역시 암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바로 그것이오."

"그런데 저는 제 자신을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겠어요. 이해하면 할수록 더 많은 고통이 따르게 될 것이 아니겠어요? 차라리 자신을 전혀 모른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초류빈은 역시 암담한 표정으로 손소홍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간의 침묵이 흘렀다.

초류빈은 묵묵히 걸음을 옮겨 놓고 있었으며 손소홍도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또한 설소하도 이들의 대화를 전혀 못 들은 양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어오고 있었다.

얼마의 거리를 걸었을까. 초류빈은 무슨 생각에선가 갑자기 침묵을 깨고 화제를 돌렸다.

상관금홍이 내게 술대접을 할 때 당신들은 그곳에 있었소?"

"우리들은 이미 떠난 후였어요. 모든 것은 나중에 알게 된 것이에요."

손소홍은 말을 멈추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새삼스레 방긋이 웃었다

"지금 당신과 상관금홍은 모두 대단한 인물이에요. 당신들의 일거일동은 뭇사람들에게 커다란 화제거리예요. 오늘밤, 이 성에서만 무려 일만 명 이상의 사람이 당신에 대해서 얘기했어요. 제가 한 말을 믿지 못하시겠나요?"

초류빈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나는 낭자의 할아버지에 대해 감탄을 하는 것이 아니오. 몸은 뜬구름과 같고 마음은 흐르는 물과 같아 무엇이든지 마음먹은 대로 하고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잖소. 그러한 사람이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이오."

손소홍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침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 어르신네께선 무슨 일이든지 꿰뚫어 보는 성격이에요. 한데 당신은 그 관을 누가 보낸 것인지 알고 계시나요?"

"낭자는 짐작이 가지 않소?"

손소홍은 눈을 깜박거리며 입을 열었다.

"혹시 상관비를 죽인 사람이 그것을 보낸 것이 아닐까요?"

초류빈은 손소홍이 상관비를 살해한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 뒤에서 암중에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설소하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귀를 곤두세우긴 했으나 분명히 상관비를 살해한 사람이 누구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들이 상관비를 살해한 사람이 누군가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초류빈은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그가 틀림없을 것이오. 상관비의 시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한데 그는 무엇 때문에 상관비를 죽인 것일까요?"

"그것은 상관금홍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일 거요."

"그도 상관금홍을 증오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증오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오. 그가 상관금홍에게 타격을 주려는 목적은 그를 쓰러뜨리기 위한 것이오. 그래야 만이 그가 상관금홍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일 것이 아니겠소?"

손소홍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그가 상관금홍을 구하고 싶다면 무엇 때문에 그에게 타격을 주려는 것이죠?"

"어쩌면 상관금홍으로 하여금 막심한 후회를 하게끔 하려는 생각일지도 모르오."

손소홍은 탄식을 터뜨렸다.

"사람들의 마음은 정말 그 무엇보다도 이해하기가 힘들군요."

"그렇소.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과 성격이오. 성격의 복잡함은 그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가 없소."

손소홍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초류빈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성격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공력에 대해서도 최고봉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오. 이 세상의 어떠한 일이라 해도 그것은 사람의 성격과 다소나마 관련이 있으며 공력도 예외는 아니오."

초류빈이 말한 철리를 나이 어린 손소홍이 이해하기란 너무 깊고 어려운 것이었다. 손소홍은 초류빈의 말뜻을 이해한 것인지 아니면 그렇지 못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고개를 떨구고 묵묵히 생각을 거듭하고 있었다.

잠시 후, 손소홍은 눈망울을 영롱하게 굴리며 입을 열었다.

"저는 다른 것은 이해하지 못하고, 또 이해할 생각도 없어요. 그러나 오직 당신만은 이해하고 싶어요."

그녀의 음성은 몹시 부드러워 듣는 이로 하여금 포근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손소홍, 그녀의 두 눈엔 초류빈을 향한 신뢰와 찬미의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가 그녀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그녀는 마음의 모든 것을 다 말해 줄 수가 있다는 것을 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초류빈은 가슴속 구석구석에 따스한 열기가 감도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손소홍의 잘 익은 사과처럼 붉고 귀여운 얼굴을 마구 애무해 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고 애써 자신의 그러한 충동을 억제해야만 했다.

초류빈은 서서히 고개를 돌리더니 가볍게 기침을 토했다.

손소홍으로부터 자신의 뜻을 이해하는 달콤한 한마디 대꾸를 기대하고 있었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실망이 매우 컸다.

"당신은 다른 사람이 당신을 이해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는 것 같군요. 그래서 시시각각으로 방비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었던 거예요."

"두렵다니, 뭐가 두렵다는 것이오?"

손소홍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당신은 누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에요. 당신은 누구든지 간에 일단 당신을 알게 되면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남에게 미움을 받을망정 사랑받기를 싫어해요. 제 말이 틀렸나요?"

초류빈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 세대는 크게 변했군. 예전 낭자들은 사랑이란 말을 감히 입 밖에도 내지 못했는데....."

손소홍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새침하게 말했다.

"모르긴 해도 장래의 여자들도 감히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저는...어떠한 세대에 태어난다고 해도 저의 가슴속에 있는 말이라면 다 해 버릴 거예요."

손소홍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또한 그녀와 같은 여자가 어떠한 세대건 최소한 두 명은 있다. 이러한 여자는 솔직하다 못해 당돌한 것이다. 그녀들에게는 이것이 도리어 흠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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