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8일 목요일

[무협] 강호무정 제19장 전족(纏足)한 여인 - 검궁인





제19장 전족(纏足)한 여인



- 왜? 어째서 날 구했소......?

- 저도 몰라요. 왜 그랬는지....... 저도 제 마음을 알 수가 없답니다.......

두 사람의 눈이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여인은 사슴처럼 슬픈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여인의 옷이 바뀌어져 있었다. 눈처럼 하얀 소복(素服)이었다. 그는 여인이 소복을 입은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을 잃은 여인이 소복을 입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다. 도리어 안 입는다면 더욱 이상한 것이다.

그러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소복 입은 여인이 어째서 남편이 아닌 다른 사나이를 돌보고 있느냐는 점이었다.

장천림은 의혹의 눈을 떴다.

여인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는......?"

"몹쓸 계집의 방입니다. 이곳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거예요."

장천림은 죄의식을 느꼈다. 여인은 미망인이었다. 그것도 그가 죽인 백유성의 아내였다. 그런데 그 미망인이 남편을 죽인 원수를, 그것도 자신의 침실 깊숙한 곳에 모셔오다니.

장천림은 눈을 감았다. 마음 속으로 회한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되었군. 복수를 할 때마다 또 하나의 불행이 잉태되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건만.......

그는 눈을 떴다. 그는 부드럽고 향기로운 침상에 누워 있었고 여인은 그 옆에 앉아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느껴졌다.

소복을 입은 모습이 더욱 신비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길게 풀어헤친 머리칼과 눈처럼 흰 소복, 슬픔에 젖은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만 같았다.

"당신의 이름은......?"

여인은 손수건으로 눈가에 고인 눈물을 찍는다.

"천첩의 이름은 망아(忘我)....... 망아랍니다."

"망아?"

몹시 이상한 이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릴 적에 어떤 스님이 붙여주신 이름이에요. 이 이름은 당신에게 처음으로 알려드린 것이랍니다."

장천림은 다시 눈을 감았다. 마음에 돌을 얹어놓은 듯이 무거웠다.

왜 이렇게 되었나.

그는 차라리 백유성을 죽이고 그 자리에서 자신도 죽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악연은 악연을 낳는 것....... 그는 새삼 얽힐 지도 모를 또 하나의 운명의 굴레를 어찌해야 할 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차라리 당수문의 여인이었던 여옥환을 능멸할 때는 결코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당수문에 대한 복수심으로 여옥환을 능욕하는 순간에는 도리어 일말의 쾌감마저 느꼈었다.

게다가 여옥환이 명문의 여인답지 않게 그에게 달라붙었을 때는 더욱 잔인하게 짖밟아 주고 싶은 마음까지도 들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랐다.

백유성의 아내, 스스로를 망아(忘我)라고 밝힌 여인에게서 그는 도리어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장천림은 운기를 해보았다. 그러나 한 줌의 진기도 모아지지 않았다. 도리어 운기를 하자 가슴이 쪼개질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그가 고통으로 눈살을 찌푸리자 여인 망아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힘쓰지 마세요. 백가 비전의 영약을 복용시켰으니 아직 움직이면 아니 됩니다."

망아의 말에 장천림은 멍해졌다.

"백가 비전의 영약을......?"

망아는 고개를 떨구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당신을 처음 본 순간, 아니 당신의 눈을 대한 순간 왠지 저처럼 고독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화원에 쓰러져 있던 당신을 무사들에게 넘겼을 거예요. 어쨌든 당신은 부군을 죽인 원수니까요......."

"......."

장천림은 할 말을 잃었다.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자신과 망아의 관계가 너무도 기구하다는 생각뿐이었다.

망아의 안색은 백짓장처럼 창백했다. 너무나도 창백하여 마치 흰색 꽃을 보는 듯 했다. 그녀는 가늘게 탄식했다.

"아아! 유성은 저에게 있어 먼 분이셨어요. 그 분이 절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었기에 순종했을 뿐이에요. 아....... 어쩌면 그 분과 저는 전생에서 악연이었을지도 모르죠."

"......."

"유성은 저를 곁에 두고도 다른 여인을 집 안에 끌어들이곤 했어요. 그 이유는...... 제가 너무나 차갑다는 것이었어요. 전 왠지 그 분에게는 가까이 갈 수가 없었어요."

장천림은 침상에 누운 채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여인. 창백한 여인. 고결한 여인. 그리고 고독한 여인. 이 여인에게 붙는 수식어는 너무나도 많았다.

여인은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듯 말하고 있었다.

"당신은 이해하시겠어요? 부부이면서도 이미 수년 간이나 잠자리를 따로 하였던 것을......? 그 분은 종종 제 앞에서 다른 여인의 이야기를 하곤 하였죠. 그리고...... 보란 듯이 그 여인을 끌고 와 술을 드시는 거예요."

장천림은 곤혹스러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째서 백유성이 이 여인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깨달아 지는 것이 있었다.

그래....... 이 여인에게는 이상한 향기가 있어. 그것을 백유성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야.

백유성이란 자는 근본적으로 망아를 모르고 있었다. 망아는 특이한 분위기를 지닌 여인이었다.

그녀는 정적(靜的)이었다. 백유성은 야망에 눈이 가려져 그녀 앞에서 자신이 속물(俗物)이라는 것을 느낀 순간 자신감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자존심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는 아내에게 복수라도 하듯 다른 여인과 바람을 피움으로써 자존심을 보상했는지도 몰랐다.

여기까지 생각한 장천림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어째서 처음 본 망아란 여인의 모든 것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부인 백유성도 모르는 망아의 내면과 성품, 분위기까지 어째서 타인에 불과한 그가 환히 알 수 있게 되었을까.

사람이란 참으로 묘한 동물인지도 몰랐다. 때로는 아주 간단한 사실조차 모를 때가 있고 또는 복잡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도 한 순간에 이해되는 경우가 있었다.

장천림과 망아.

그들은 천지간에서 가장 고독한 남과 여인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그들은 처음 본 순간 눈빛만 보고 서로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장천림은 다시 생각했다.

'이 여인은 왜 날 구한 것일까? 부군의 원수인 날 구한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일텐데.......'

그는 자신이 중상을 입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상세로 보아 최소한 한 달 정도는 누워 있어야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다.

그는 방 안을 둘러 보았다.

그가 누워 있는 침상은 망아의 것이었다. 금침에 향긋한 여인의 체향이 묻어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방 안은 규모는 작았지만 은은한 느낌이 들었다. 망아의 성품과 같은 분위기를 주는 규방이었다.

그는 상세를 치유하는 동안에는 이 방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일 밖으로 한 걸음만이라도 나간다면 바로 적지(敵地)의 한가운데 들어서는 셈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미 자신의 생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도 느끼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는 여인의 지아비를 죽인 원수였다. 언제라도 마음이 변하면 여인의 손에 의해 비명횡사하는 것은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

문득 그는 친구들 생각이 났다. 장하영과 석회림, 조천백은 얼마나 초조해 할 것인가?

그들은 지금쯤 자신의 행방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태로는 그들에게 소식을 전할 방법이 없었다. 마침내 장천림은 눈을 감았다.

'어쩔 수 없어. 회복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는.......'



상세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장천림은 이따금씩 혼수상태에 빠지곤 했다. 전신에 신열이 들며 정신이 가물가물해져 의식이 아득히 멀어지곤 했다.

그런데 그가 깨어났을 때는 언제나 망아가 옆에 있곤 했다. 그녀는 한 번도 그의 곁을 뜨지 않고 침상 옆에 앉아 그를 그윽한 눈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제 장천림은 그녀의 그런 모습이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소복을 입고 곁을 지키는 그녀의 모습이 몹시 거북했으나 차츰 습관화된 것이었다.

어떤 때는 그녀가 입은 소복이 소복으로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순결한 백의를 입고 있는 듯 했다.

가끔 그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망아의 모습에서 말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곤 했다. 청초한 백합이랄까? 그녀의 가녀린 흰 목줄기 선을 올려다 보며 그는 자신을 나무라곤 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저 여인은 네가 죽인 백유성의 아내다!'

기이한 일이었다.

꽤 많은 날짜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상세는 조금도 호전되지 않았다. 그는 시시때때로 운기해 보았으나 단전은 텅 비어 있었고 한 줌의 진기조차 끌어모을 수가 없었다.

백가 비전의 영약을 복용했고, 매일같이 망아의 정성어린 간호를 받고 있었음에도 체력이 회복되기는커녕 나날이 기력이 쇠잔해갈 뿐이었다.

장천림은 자신이 침상에 누워 있은지 족히 열흘은 지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두렵지 않았다. 설사 이곳에서 머물다 죽거나 철주부의 인물들에게 발각된다해도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장하영 일행이 걱정스러웠다. 그들이 누구인가?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며 우정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자들이었다.

그들은 장천림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하는 한 철주부를 떠나 않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를 찾기 위해 모험을 하고 있을 지도 몰랐다.

그것을 생각하자 장천림은 눈을 감고 말았다.

'어서 일어나야 할 텐데.......'



북리웅풍은 의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백유성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허탈한 심정이었다.

'결국 응보를 받았군. 허허......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나인가?'

왠지 아무런 분노나 감정이 일지 않았다. 올 것이 당연히 왔을 뿐이라는 느낌이었다.

북리웅풍은 내향 부근에 와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곳에서 장하영을 발견했다. 장하영은 백유성이 살해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내향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비록 변장을 했지만 북리웅풍은 한 눈에 그를 알아 보았다. 그리고 의문을 느꼈다.

사실 철주부 일대는 가히 천라지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백유성이 살해된 직후 무림총맹의 고수들이 대거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철주부가 있는 내향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어째서 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

북리웅풍은 의혹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암중으로 장하영의 뒤를 미행해 보기로 했다. 미행하는 동안 그는 몇 차례나 장하영의 종적을 놓칠 뻔 했다.

장하영이 여러 차례 변장을 했을 뿐더러 계속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북리웅풍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치밀하구나. 만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결코 뒤를 밟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미행한 지 반나절 만에 그는 장하영이 동료들을 만나는 것을 목도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가 동료를 만나는 장소나 방법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장하영은 농군으로 변장하고 막 작물(作物)을 수확하는 농부들 틈에 끼어들고 있었다. 처음 북리웅풍은 그의 그런 행동에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그도 곧 농사꾼으로 변장하고 농부들 사이에 끼어 들었다.

그는 장하영의 기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애초부터 무림맹의 감시를 벗어나기 위해 온 지혜를 짜고 있었다. 설마하니 추수를 걷는 농사꾼들 사이에 그들이 섞여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할 일이었다.

북리웅풍은 농사꾼들 틈에 섞인 채 삼인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엿듣게 되었다. 그리고......경악을 금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그들이 왜 내향을 떠나지 않는 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장하영 일행은 장천림 때문에 내향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백유성을 척살한 장천림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장하영은 벼를 묶으며 옆에 있는 석회림에게 말하고 있었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야. 천림의 행방을 그 작자들도 모르는 모양인데......?"

석회림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천림이 그들에게 잡히지 않았다면 어째서 나타나지 않는 거지?"

"어쨌든 무림맹의 동태로 미루어 천림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해."

그때 옆에서 벼를 베고 있던 조천백이 입을 열었다.

"정말 알 수가 없군. 천림은 분명 철주부를 나오지 못했어. 그렇다면 그가 어디 있는 걸까?"

장하영은 어두운 안색을 지었다.

"어쨌거나 그의 생사를 확인하기 전에는 우리도 이곳을 떠날 수 없다."

"물론이지!"

나머지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들은 시시각각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장천림을 버려두고 자신들만 살기 위해 이곳을 뜬다는 것은 세 사람 모두 꿈에도 생각지 않고 있었다.

한편, 북리웅풍은 그들이 하는 대화를 듣고 마찬가지로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저들의 말을 들어보면 장천림이란 자는 아직도 철주부에 있는 것이 분명한데....... 대체 어찌된 일인가?'

그는 추수하는 척 하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장하영 일행은 동료를 찾기 전에는 철주부를 떠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시간이 흐를 수록 그들의 위험은 커질 것이다. 아무리 그들이 치밀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해도 결국은 꼬리가 잡히게 마련이었다.

더구나 그들이 철주부로 뛰어들기라도 한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결국 모두 산화할 것이다.

'이들을 모두 죽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천인검객 북리웅풍은 장하영 일행을 바라보았다. 삼인은 대화를 끝낸 듯 서로 멀리 떨어져 일하고 있었다. 남들에게 의심받지 않기 위함인 듯 했다.

북리웅풍은 장하영, 조천백, 석회림을 하나씩 둘러 보았다. 그는 장하영을 구해준 적이 있었다. 당시 장하영으로부터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그들이 얼마나 강한 의리를 지니고 있는 지 알고 있었다.

반면 정도를 자처하는 자신의 친구들은 어떠했던가? 장하영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는 부끄러움마저 느꼈다.

'안 돼, 저들을 죽게 해서는 안 된다.'

북리웅풍은 결심을 굳혔다. 가을 햇볕 아래 추수걷이를 하는 농부들의 손은 바빠지고 있었다. 그 사이에 끼어 서툰 낫질을 하는 그를 눈여겨 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들판은 넓었다.

한편 장하영은 머리가 복잡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장천림이 실종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무림맹 인물들에게 죽음을 당하거나 생포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철주부의 동정을 볼 때 거의 확실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천림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철주부로 잠입해 들어가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하영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할 수 없지. 늑대굴로 뛰어들 수밖에......."

이때였다. 문득 그의 옆에서 나직한 음성이 들렸다.

"안 되오. 그곳에 들어가는 것은 화약을 지고 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나 같소."

"......!"

장하영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바로 옆에 한 명의 사나이가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린 채 벼를 베고 있었다. 방금 전의 말은 그가 한 것이었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고 있어 얼굴을 알 수 없었다. 그가 막 사나이에게 다가가려하자 다시 예의 음성이 들려왔다.

"부탁이오. 굳이 날 알려 하지 마시오. 당신들을 해칠 사람은 결코 아니오."

장하영은 흠칫했다. 사나이의 음성은 언젠가 들은 적이 있던 것 같았다. 마침내 기억이 났다.

바로 무협에서 위기에 처했던 자신을 구해 주었던 복면인의 음성이었다. 그는 놀라움을 가라앉히며 반문했다.

"당신은 바로......"

사나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렇소. 내게 악의가 없다는 것을 믿어 주겠소?"

장하영은 생각했다.

'그렇다. 당시 이 자가 아니었다면 나는 결코 살아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일로 볼 때 악의를 품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는 곧 음성을 부드럽게 하며 말했다.

"믿을 수 있소."

사나이는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다행히 주변에 농부들이 없었으므로 전음으로 말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럼 내 말을 들으시오. 지금 당신들은 완전히 사면초가나 다름없는 상태요. 이 일대는 무림맹의 수천에 달하는 고수들이 천라지망을 펼쳐 놓았소. 함부로 움직이다가는 덫에 걸리기 십상이오. 더구나 이런 상태로 철주부로 들어간다는 것은 하늘을 오르는 것보다 힘든 일이오."

장하영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그걸 모르는 우리가 아니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해야만 하오. 왜냐하면...... 그는 우리의 친구이기 때문이오."

북리웅풍은 탄식했다.

"알고 있소. 당신들이 생사를 함께 하는 사이라는 것을...... 그러나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한 일을 할 필요는 없지 않소?"

그 말에 장하영은 피식 웃었다.

"처음부터 이 일을 벌이는 동안 우리들 중 끝까지 살아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소."

"......!"

북리웅풍은 움찔했다. 장하영의 말은 몹시 비장한 것이었다. 아니, 어리석기까지 한 것이었다.

"후후후....... 하지만 죽으면 모두 죽고, 살려면 같이 살겠다고 생각했고, 우리는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는 중이오."

북리웅풍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백도의 청년고수들에게도 과연 이런 의리가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간단했다. 없었다. 결코 이런 의리를 주고받는 청년들이 그의 주변에는 없었다.

강호사공자만 해도 그렇다. 겉으로는 그들의 우의가 혈족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어떤가?

오래 전부터 강호사공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반목과 질시가 팽배해 있지 않았던가? 그는 고개를 돌려 장하영을 바라 보았다. 장하영은 묵묵히 고개 숙인 채 벼를 베고 있었다.

그는 장하영이 부러웠다. 친구를 위하여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마침내 북리웅풍은 입을 열었다.

"철주부에는 내가 들어가겠소. 당신들의 친구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 보겠소."

장하영은 흠칫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째서 당신이 그런 모험을 한단 말이오?"

사나이는 담담히 말했다.

"그렇게 하고 싶어서요."

장하영은 더욱 의혹이 차올랐다. 그는 내심 염두를 굴렸다.

'이 자는 우리에게 악의를 품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너무 지나친 호의가 아닌가? 대체 이 자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자신의 생명까지 도외시한 채 이런 호의를 베푼단 말인가?'

이때 그는 북리웅풍이 저만치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전음으로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명심하시오. 며칠 내로 당신을 다시 찾겠소. 그의 생사를 확인한 후에 말이오. 그 안에 절대로 움직여서는 안 되오.)

북리웅풍은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더니 곧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

장하영은 커다란 의문에 부딪친 느낌이었다. 그는 사나이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철주부 중의 집무실이었다.

"아미타불......."

청수한 인상의 한 젊은 중이 집무실을 둘러 보며 불호를 외우고 있었다.

그는 오현대사(五玄大師)였다. 그의 나이는 삼십육 세, 적지 않은 나이였으나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청년중이었다.

그러나 나이에 비해 그의 비중은 커다란 것이었다. 그는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사의 차기 장문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백유성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이곳으로 달려왔다. 철주부에 모여든 무림맹의 고수들을 지휘할 인물이 필요했다.

그는 임시로 이곳의 영수가 되었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백유성의 시신을 살펴본 후 집무실부터 찾았다. 사건의 현장을 조사하기 위함이었다.

집무실에 들어선 순간 그는 한 눈에 모든 것을 파악했다. 집무실의 도구들은 그다지 어지러져 있지 않았다. 다만 한 쪽 벽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매우 정갈한 분위기였다.

오현은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판단해 보았다.

'싸움은 한 순간에 끝나 버린 것 같다. 흉수는 백시주를 단 일초에 죽였다. 시신의 몸에 나 있는 검상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백유성의 옆구리에 난 상흔의 방향을 검사했다. 그 결과 분명한 사실 하나를 짚어낼 수 있었다.

'백시주는 마주 보고 있는 상태에서 몸을 반쯤 뒤로 돌렸다가 다시 자세를 잡는 순간 상대방의 갑작스런 급검(急劍)을 맞았다. 그 이유는.......'

오현은 당시의 정황에 대하여 이미 자세히 보고 받은 바 있다. 백유성이 철주부로 돌아온 후 대략 일 다경 후 정문 쪽에서 화약을 실은 마차 세 대가 달려와 대문에서 터졌다고 했다.

'그 폭음 소리는 이곳까지 들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백시주는 흉수와 얘기하다가 놀라 몸을 돌려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 보았을 것이다.'

오현은 백유성이 죽었으리라 짐작되는 위치로 가 섰다. 다리는 그대로 둔 채 상반신만 틀어 뒤를 돌아 보았다. 그 방향은 바로 정문 쪽이었다.

그가 뒤를 돌아보자 오른쪽 옆구리가 비게 되었다. 오현은 급히 고개를 돌렸다.

'흉수의 공격은 필살검일 것이다. 그 자는 수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절초를 펼쳐 백시주의 옆구리 급소를 단 일 초에 베어 버렸다. 그렇다면 저 구멍은.......'

그는 전면에 보이는 벽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바라 보았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서서히 우장(右掌)을 뻗어 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백시주는 비록 치명적인 검상을 입었으나 최후의 반격(反擊)을 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백시주의 일장을 맞은 흉수는 뒤로 날아가 벽을 뚫고 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충격이 컸던 이유는 그 자가 미처 수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현대사는 차분하게 상황을 추리하고 있었다. 그는 매우 침착한 위인이었다. 어릴 적부터 소림에서 자라 불문의 무상심법(無上心法)을 익혔으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심과 얼음같은 판단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흉수가 대단히 침착하고 치밀한 위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몇 명의 방수와 함께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잠입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었다.

그것은 그가 무림총맹에서 온 인물의 행세를 했다는 것이다. 정문을 수비하던 무사들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

'흉수는 총맹의 금어령(金魚令)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금어령이란 무림맹의 금은동목(金銀銅木) 네 가지의 신물 가운데 가장 서열이 높은 신물이다. 대체 그가 금어령을 어떻게 얻었을까?'

금어령. 그것은 순금으로 만들어진 물고기(魚) 모양의 신물로써, 무림맹에 속한 요인들만이 지닐 수 있었다.

오현대사도 물론 금어령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무림맹의 결맹문파에 단 한 개씩밖에 돌아가지 않는 것이었다. 오현은 그 말을 듣고 무사에게 자신의 금어령을 보여 준 결과 똑같이 생겼다는 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금 무림에서 금어령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도합 십육인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흉수는 십육인 가운데 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그들 중 어느 한 사람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되면 흉수의 윤곽은 다소 좁혀지는 것이다.

물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열여섯 개의 금어령을 모두 조사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해당되는 각 문파나 무가들을 모두 소집하기 전에는 불가능한 것이다.

오현대사는 이곳으로 오는 동안 철주부 일대에 포진하고 있는 무림맹의 무사들을 점검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백유성이 배치한 무사들이었다. 당시 오현은 백유성이 친 그물과도 같은 포진이 거의 완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상 백유성은 이곳에서 강호사공자를 노리는 흉수들을 일망타진할 작전을 세워 두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천라지망을 펼쳐 놓았고 각 요로로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보고와 전서구를 받고 있었다.

백유성이 죽은 후에도 전서는 계속 날아들고 있었다. 오현은 그 전서들을 읽은 바 있었다.

그 결과를 토대로 할 때 흉수는 네 명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각종 보고와 전서구의 내용을 취합해 볼 때 그들이 아직도 철주부 일대를 떠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현은 그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백시주를 살해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했다. 그런데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

오현대사는 다시 시선을 맞은 편 벽에 나 있는 구멍으로 향했다.

구멍의 크기는 사람만 했다. 그는 몸을 움직여 구멍을 통과하여 밖으로 나가보았다.

"......!"

오현대사는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 보았다. 밖은 잘 가꾸어진 화원이었다. 곧 그는 화원 중간 쯤 되는 곳에서 꽃들이 누워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 소리도 없이 꽃밭 한가운데로 날아간 그는 무엇엔가 짓이겨진 듯한 꽃들을 살펴보았다. 문득 그의 눈이 빛났다.

'흉수는 중상을 입었다. 그가 이곳에 쓰러진 채 금방 일어나지 못했기에 며칠이 지난 지금도 꽃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것이다.'

오현은 문득 영감이 떠 올랐다.

'흉수가 백시주를 만나는 시각에 대문 쪽으로 달려들었던 세 대의 마차에는 화약이 실려 있었고, 마차가 폭발한 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처 폭약이 터지며 일대 소란이 일어 났다. 그것은 백시주를 죽인 흉수가 달아날 기회를 얻게 하려는 양동작전(兩動作戰)이다. 그러나 만일 흉수가 중상을 입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는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 꽃밭의 부드러운 흙을 일일이 검사했다. 자세히 보니 누군가 누워 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오현은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꽃밭의 부드러운 흙에 아주 작은 발자국이 찍혀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여인......?'

그가 여인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발자국의 크기가 아주 작았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작아 전족을 한 여인의 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현대사의 머리는 다시 회전하고 있었다.

'이 여인이 목격자였다면? 그렇다면......'

오현의 눈은 날카롭게 빛났다.

'흉수는 쉽게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중상을 입었기 때문에 자력으로는 절대 밖으로 탈출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발자국의 주인일 가능성이 크다.'

마침내 그의 눈길은 여인의 작은 발자국을 쫓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약간 앞으로 나가자 발자국이 갑자기 깊게 패여 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이 여인의 발자국이 깊어진 것은 흉수를 부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흉수를 부축한 채 어디로 갔을까? 물론 그런 상태로는 경계망이 삼엄한 밖으로 나갈 엄두는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오현대사의 추리는 막힘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의 맑은 얼굴과 빛나는 눈동자에는 혜광이 감돌고 있었다.

'경황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인은 흉수를 이곳 철주부 어딘가에 숨겨 두었을 가능성이 크다.'

발자국은 꽃밭에서 나와 청석에 이르러서는 끊겼다. 단단하기 그지없는 청석판에 발자국이 찍힐 리는 없는 것이었다.

더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수확은 컸다. 오현은 짧은 동안에 많은 단서를 얻어낸 것이다.

첫째, 흉수는 철주부를 빠져 나가지 못했다.

둘째, 흉수 일행이 철주부 일대를 떠나지 않는 것은 자신의 동료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셋째, 흉수의 행방은 여인과 관련이 있다.

네 번째는 더더욱 확실한 것이다. 흉수를 구해 숨겨두고 있는 여인은 바로 철주부 내의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오현대사는 다시 집무실로 돌아간 후 사람을 불렀다.

"철주부의 총관이나 집사(執事)를 불러주시오."



황양우(黃陽羽)라는 이름의 집사는 사순이 넘었다. 그는 무림인이 아니었으며 꼬박 이십 년 이상을 철주부의 집사로 일하고 있었다.

철주부의 원래 주인은 백유성의 부모였다. 그러나 그들은 수 년 전 타계했으므로 부중의 모든 일은 그가 관리해오고 있었다. 특히 백유성이 무림의 일에 바빠 철주부를 거의 비우다시피한 이후 황양우가 실질적인 관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족을 한 여인이오?"

황양우는 문득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아미타불....... 그렇소이다. 철주부에 혹시 전족을 한 여인이 있소?"

황양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잠시 후 그는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양가(良家)의 여인이라면 대부분 전족을 하는 것이 풍습입니다. 그러나 부중에서 전족을 한 여인은 오직 한 분밖에 없는데......"

오현대사의 눈이 무섭게 빛났다.

"어떤 여인이오?"

"그건...... 왜 물으시는지요?"

황집사는 신중한 위인이었다.

"아미타불....... 사실대로 말씀해 주셔야 하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오. 백부주의 사인을 규명하는데 없어서는 아니될 물증이기 때문이오."

그 말에 황양우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어쩐지 꺼리는 점이 있는 듯 쉽게 입을 열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오현대사는 부드럽게 말했다.

"전족을 한 여인이 꼭 흉수라는 뜻은 아니오. 다만 그녀를 통해 흉수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물어보는 말이오."

그 말에야 황양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는 잠시 주저하다 결심한 듯 말했다.

"그 분은...... 마나님입니다."

"......!"

오현대사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백시주의 부인이라고? 어찌 그럴 수가......?'

그것은 실로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설마하니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꿈에도 예측하지 못했다.

한편 집사 황양우는 불안한 표정으로 오현대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철주부의 안주인인 마님을 몹시 존경하고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자신의 말로 인해 가뜩이나 슬픔에 잠겨 있는 그녀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저어하는 것이다.

오현대사는 곧 안색을 회복하며 담담히 말했다.

"아미타불....... 말해주셔서 고맙소이다. 아무쪼록 큰 일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오. 다만 당분간은 이 일을 비밀로 해주시면 고맙겠소."

"......?"

황양우는 의아했으나 더 묻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그는 정중히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한 후 집무실에서 물러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그가 집무실을 나와 회랑을 걸어가고 있는데 한 가닥 회영이 처마로부터 연기처럼 떨어져 내렸다.

회영의 신법은 괴이했다. 바닥에 떨어진 그는 다시 연기처럼 흐려지며 사라졌다. 그가 붙어있던 처마는 바로 집무실의 동정을 한 눈에 지켜볼 수 있는 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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