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8일 목요일
[무협] 강호무정 제20장 이상한 남녀(男女) - 검궁인
제20장 이상한 남녀(男女)
①
"죽을 드실 시간이에요."
장천림은 꿈결처럼 그 음성을 들었다.
그는 줄곧 늪에 빠진 기분이었다. 시일이 갈 수록 그의 체력은 더욱 나빠지고 있었다. 분명 상세는 더이상 악화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전될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만 그는 무기력할 뿐이었다. 딱히 아프지도 않았다. 다만 진기를 한 모금도 모을 수가 없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한 시라도 빨리 철주부를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이곳을 벗어날 만한 체력이 없었던 것이다.
여러 날이 흐르는 동안 그는 줄곧 망아의 침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망아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만일 그녀가 아니었다면 결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망아. 더이상 견딜 수가 없소. 날 차라리 밖으로 보내 주시오."
그는 망아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망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이대로 나가셨다가는 몇 걸음도 가시지 못하고 붙잡히고 말아요."
"하지만 이러다 들키면 망아에게도 위험이 닥치오. 그런 일은 절대로......"
그는 더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망아가 하얀 손을 뻗어 손가락 하나로 그의 입술을 살짝 눌렀기 때문이었다. 손가락이 입술에 닿자 말할 수 없이 그윽한 향기가 느껴졌다.
'망아.......'
장천림은 그만 스르르 눈을 감고 말았다. 가슴을 저미는 듯한 이상한 감동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만일 계속 망아를 바라본다면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지 자신할 수 없어 눈을 감고만 것이다.
망아의 손이 그의 어깨를 부축했다. 그녀는 장천림을 부축해 일으켜 앉힌 후 손수 죽을 떠 먹여 주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마치 남편에게 봉양을 하듯, 아니면 어린아이를 거두어주듯 다정하고 섬세하기만 했다.
장천림은 그녀의 남편을 죽인 원수였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이 두 사람은 행동했다. 벌써 며칠인가? 두 사람은 한 방에서 생활해온 것이다.
그동안 장천림은 그녀가 떠먹여 주는 죽으로 연명해 왔다. 다른 음식은 소화를 시킬 수가 없었다.
죽을 먹으면 그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 그가 잠들면 망아는 그의 곁에 지켜 앉아 언제까지고 그를 바라보곤 했다.
어떨 때는 잠든 장천림의 곁에 살며시 눕기도 했다. 그녀는 부드럽게 장천림의 이마를 쓰다듬기도 하고 머리칼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지금 그녀는 꿈꾸듯 몽롱한 눈빛으로 장천림을 보고 있었다.
내 사람이야....... 당신은 날 벗어날 수 없을 거야. 당신의 모든 것은 이 망아의 것이에요.......
그녀는 그릇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나가기 전 그녀는 머리를 숙이더니 장천림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었다.
'내 곁을 떠나지 말아요. 귀여운 사람.'
망아가 밖으로 나간 직후, 방 안에 한 가닥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바로 북리웅풍이었다.
북리웅풍은 침상에 누워 있는 장천림을 보고 눈썹을 경련하고 있었다.
"으음......! 역시 그랬었군."
북리웅풍은 황집사의 말을 엿듣고 이곳에 잠입한 것이다. 전족을 한 여인은 철주부에 오직 한 여인밖에 없었다. 그녀가 바로 망아였던 것이다.
망아는 죽은 백유성의 아내다. 북리웅풍은 얼핏 짐작되는 점이 있었다. 그는 평소 백유성이 아내를 사랑하지 않고 다른 여인들과 어울려 즐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망아가 남편의 원수를 감싸는 것도 어쩌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장천림의 현재 상태였다.
그는 장천림의 이불을 들추었다. 장천림은 상체를 벗고 있었으므로 곧바로 그의 가슴 한복판에 찍혀 있는 장인(掌印)을 볼 수 있었다.
장인은 희미하게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북리웅풍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장인의 흔적으로 보아 상처는 이미 거의 치유된 듯 한데......?'
그는 장천림의 맥을 짚어 보았다. 북리웅풍은 약간의 의술을 알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의 얼굴에는 서서히 경악의 빛이 드러나고 있었다.
'이럴 수가......!'
그는 전율을 금치 못했다.
'만성독약(萬性毒藥)을 복용했다! 그렇다면......?'
그는 가슴이 섬뜩한 기분이었다. 동시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이 자를 구해놓고 독을 먹인 이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다. 장천림이 회복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가 정기적으로 만성독약을 복용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가 매일 마시는 죽 속에는 일정량의 만성독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망아라는 여인이 죽 속에 풀어넣은 독이었다. 북리웅풍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녀가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정했다.
'어쨌든 이 상태로 놔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는 급히 장천림을 안아 들었다. 조만간에 오현대사가 들이 닥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막 장천림을 안고 신형을 날리려 할 때였다.
"움직이지 말아요!"
문득 한 가닥 싸늘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
북리웅풍은 몸을 돌렸다. 방문 입구에 망아가 만면에 살기어린 표정을 지으며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가슴이 철렁했다. 물론 여인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그가 섬뜩한 느낌을 받은 것은 망아의 두 눈에 서려 있는 기괴한 빛 때문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분명 정상인의 눈빛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에는 몽롱한 안개가 끼어 있는 듯 했고, 으스스한 독기마저 뿜어지고 있었다.
"부인......."
북리웅풍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망아는 섬뜩한 음성으로 외쳤다.
"닥쳐요! 어서 그 분을 내려놓아요. 그 분은...... 아무도 나에게서 떼어놓지 못해요. 그는 나의 사람이에요."
"......!"
북리웅풍은 전율을 느꼈다.
'미...... 미쳤다. 이 여인은 정상이 아니다. 남편의 무관심과 갑작스런 정신적 타격으로 미쳐버린 것이다.'
북리웅풍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의 능력으로는 여인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이는 것은 그녀가 소란을 피워 철주부의 무사들이 몰려오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렇게 되면 장천림을 데리고 탈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북리웅풍은 결국 결정을 내려야 했다.
'할 수 없다. 신속히 제압하고 나갈 수밖에......'
그가 막 손을 쓰려 하는 순간이었다.
"아미타불....... 부인, 잠시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소이까?"
느닷없이 들려온 불호! 북리웅풍은 그만 아찔한 기분이었다.
'오현대사!'
그렇다. 그 음성의 주인은 바로 오현대사의 것이었다. 그가 우려하던 일이 드디어 터진 것이다.
그는 현기증을 느끼며 염두를 굴렸다. 상황은 그야말로 진퇴유곡이었다. 만일 오현에게 자신의 정체를 발각당한다면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아무리 둘러댄다 해도 통하지 않을 게 뻔했다. 그런데 이때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무슨 일이죠?"
망아가 지극히 태연한 어조로 방문을 향해 묻는 것이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녀의 다음 행동이었다. 그녀는 몸에 걸치고 있던 소복을 하나씩 벗어 내리는 것이 아닌가?
'......!'
북리웅풍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무지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미타불....... 잠시 안으로 들어가 여쭐 말씀이 있소이다. 부인을 해칠 일은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이렇게 말하는 오현대사의 주위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는 듯 웅성거리는 인기척이 들리고 있었다.
북리웅풍은 진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간담이 크다 한들 이 상황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망아가 옷을 벗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어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마침내 망아는 거의 알몸이 되었다. 그녀가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젖가슴을 간신히 가린 한 장의 천과 아랫배를 살짝 가린 비단천뿐이었다.
북리웅풍은 그녀를 바라보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버리고 말았다. 아찔할 정도로 현기증이 났기 때문이었다.
백설보다 흰 피부였다. 두 장의 비단천 외에 나신으로 드러난 망아의 육체는 너무나도 아름다왔다. 만지면 묻어날 듯 부드럽고도 육감적인 육체였다.
"호호호호......! 이곳은 천첩 혼자만이 살고 있는 방이에요. 그런데 당신이 이 방에 들어오겠다는 건가요? 들어 오려면 들어 오시죠."
망아는 교소를 터뜨리며 문을 열었다. 북리웅풍은 급히 휘장 뒤로 몸을 감추었다.
약간 열려진 휘장 사이로 그는 방문 앞에 서 있는 오현대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 아미타불......!"
오현대사는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불쑥 그의 코 앞으로 향기로운 여인의 나신이 나타난 것이었다. 평생 여인이라고는 접한 적이 없는 오현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여체가 바로 코 앞에 나타나자 그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아니, 그는 합장하며 황망히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망아의 분노섞인 음성이 들렸다.
"옷을 갈아 입는 중이에요. 그래도 들어오겠다면 어서 들어오세요. 그러나 미망인을 희롱한다는 말을 들어야 할 거예요."
망아의 음성에는 차가운 한이 깃들어 있었다.
"호호홋......! 당신들은 천첩의 주인께서 타계하셨다고 미망인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건가요?"
"아미타불....... 아미타불......! 결코 그런 뜻은 아니외다. 부인."
오현은 눈을 감은 채 당황한 음성으로 불호를 연신 외우고 있었다. 그의 반듯한 이마에서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호호호......! 아니라면 무언가요? 꼭 들어오겠다면 어서 들어오세요."
망아는 길을 비켜 주었다. 그녀가 걸음을 옮기자 가는 허리가 흔들리며 여체가 미묘한 율동을 그렸다.
"아미...... 타불!"
오현은 비록 눈을 감고 있었으나 망아가 움직이자 향긋한 여인의 체향이 코로 풍겨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심금이 떨림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의심이 간다고 해도 일이 이 지경이 된다면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침내 그는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아미타불....... 그럼 다음에 다시 오겠소이다."
그는 자신의 뒤를 따라온 인물들에게 손을 저은 후 밖으로 나가 버렸다.
"......."
망아는 가만히 서 있었다. 한참 후에야 그녀는 몸을 돌렸다.
②
북리웅풍은 휘장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부인. 이제 옷을 입으시오."
그러나 망아는 듣지 못한 듯 여전히 반라의 몸으로 서 있었다.
"......!"
북리웅풍은 흠칫했다. 망아의 창백한 뺨에 두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감히 그녀의 벗은 몸을 보지 못하다가 어쩔 수 없이 바라보게 되었다.
망아는 실로 찬탄할 만한 육체를 지닌 여인이었다. 솟을 곳은 알맞게 솟았으며 꺼질 곳은 역시 기묘하게 꺼진 요철형의 굴곡이 완벽한 여인이었다.
북리웅풍은 문득 의문을 느꼈다.
'어째서 백유성은 이런 아내를 두고 마음을 딴 데로 돌렸을까?'
부부간의 일은 타인이 알 수 없는 법이었다.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부인......."
그가 다시 입을 열자 망아는 문득 중얼거렸다.
"아아. 그 사람을 살릴 수는 없나요? 저는......그 분이 죽으면 살 수가 없어요."
"......!"
북리웅풍은 경악했다. 그러고 보니 망아의 눈동자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줄곧 안정되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번뜩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 여인은 정신적인 타격을 받아 신지를 잃었다. 이 상황에서는 어쩌면 더 나은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설득해서......'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부인. 당신의 남편은 아직 죽지 않았소."
그는 침상에 눕혀 놓은 장천림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여인은 고개를 돌려 장천림을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정말인가요? 아아! 하지만 틀렸어요. 그 분은 너무나 심한 상처를 입었어요."
"아니오. 살릴 수 있소. 해약만 있다면......."
"해약이라니요?"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죽 속에 독약을 넣었소. 혹시 해약에 대해 알고 있소?"
"죽 속에 독을 넣었다고요? 죽......?"
망아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움이 떠올랐다.
"그렇소. 죽 속에 독이 타 있었던 것이오. 그 해약을 아마도 부인은 알고 있을 것이오. 잘 기억해 보시오."
망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죽이라면 내가 직접 만들었는데...... 독을...... 독을......?"
문득 그녀의 눈에 이상한 빛이 어렸다.
"그렇군요. 그 독은 내가 탔어요. 그리고 해약도 나에게 있어요."
"그렇소! 어서 해약을 내놓으시오. 밖에는 적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해약을 복용시켜야 하오."
그는 서둘렀다.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어쩔 수 없이 그는 눈부시게 흰 망아의 팔뚝을 잡고 흔들었다. 망아는 그의 재촉을 받자 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해약은......"
그녀의 눈동자가 한 쪽 벽으로 가고 있었다.
'저곳이다.'
북리웅풍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신형을 날려 벽장을 열었다. 벽장 속에는 서랍이 있었다. 그리고 서랍 속에 세 개의 옥병이 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북리웅풍은 옥병 세 개를 몽땅 꺼낸 뒤 물었다.
"이 중 어느 것이 해약이오?"
"그런데 당신은 누구죠?"
망아의 안색이 기이하게 변하고 있었다.
"나는 당신 남편의 친구요."
북리웅풍은 당황했다. 문득 그녀의 눈에 증오가 어리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호호호......! 유성은 아주 나쁜 사람이에요. 당신이 그의 친구라니 당신 역시도 나쁜 사람이겠군요?"
"아니오. 나는 그렇지 않소. 부인은 오해하고 있소. 유성은......"
이때였다. 어디선가 가벼운 탄식이 들렸다.
"귀하. 너무 그렇게 애쓸 것 없소. 그녀는 불쌍한 여인이오."
"......!"
북리웅풍이 돌아다 보니 침상 앞에 장천림이 서 있었다. 장천림의 안색은 잿빛에 가까왔으나 정신은 말짱한 듯 했다.
그는 걸음을 옮기더니 망아의 손을 잡았다.
"망아. 당신은 참으로 좋은 여인이오."
망아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시울이 빨갛게 충혈 되었다.
"당신은......."
장천림은 아직도 인피면구를 쓰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처음 이곳에 잠입할 때 쓰고 있던 중년인의 면구였다.
"당신은 눈을 떠야 하오. 백유성은 내가 죽였소. 나는 당신의 원수요."
장천림의 말을 듣고 있던 북리웅풍은 가슴이 철렁했다.
"귀하!"
그러나 장천림은 개의치 않고 담담히 말했다.
"나는 위선을 싫어하오. 불쌍한 여인을 더이상 속인다는 것은 남자의 도리가 되지 못하오."
그 말에 북리웅풍은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아....... 저 자는 백도인이 아니면서도 자신의 생명이 달린 일에도 저렇게 당당하다. 그에 비하면 우리 백도인들은... 아! 부끄러운 일이다.'
이때 망아는 긴 미몽에서 깨어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표정이 미묘해지고 있었다.
"그렇군요....... 당신은 나의 원수예요. 나의 유성을 죽인 사람......."
그녀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소. 그 자는 나의 원수였기 때문에 죽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오."
망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나는......."
"부인의 처분에 맡기겠소. 지금 이 자리에서 부인이 날 죽인다 해도 난 저항하지 않을 것이오."
그것은 장천림의 진심이었다. 그는 망아와 함께 보내는 동안 그녀가 얼마나 불행한 여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비로소 그녀가 자신에게 독을 먹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해 조금도 분노심이 일지 않았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망아의 태도였다.
"당신은 정말 좋은 분이군요. 아아! 유성이 당신의 반만 따라왔어도......."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검은 속눈썹 사이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편 북리웅풍은 초조한 기분이었다. 비록 오현대사가 잠시 물러갔다고 하지만 언제 또다시 올 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망아의 음성이 들렸다.
"빨간 색의 옥병이 해약이에요".
북리웅풍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급히 붉은 옥병을 장천림에게 내밀었다.
"어서 복용하시오. 당신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소."
장천림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누군데 날 돕는 것이오?"
북리웅풍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탄식하며 말했다.
"사정상 밝히지 못함을 용서하시오. 다만...... 참회객이라고만 불러 주시오."
"참회객?"
"시간이 없소."
장천림은 옥병의 뚜껑을 열었다. 향긋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옥병을 기울였다.
"안 돼요! 그건 독이에요!"
"......!"
망아의 다급한 외침에 장천림은 물론 북리웅풍도 깜짝 놀랐다. 두 사람은 도무지 그녀의 마음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말에 대한 진위 여부도 알 수가 없었다. 이때 장천림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
"부인. 날 죽이고 싶다면 굳이 독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오. 부인께서 직접 손을 쓰신다 해도 결코 저항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설사 이것이 극약이라 해도 난 먹겠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옥병의 약을 단숨에 입 속으로 털어넣었다.
"귀하!"
북리웅풍은 깜짝 놀라 그를 만류하려 하였으나 이미 늦은 후였다. 장천림은 약을 삼켜버린 것이다.
"......!"
망아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장천림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그녀의 소복을 집어 걸쳐주며 말했다.
"난 부인을 원망하지 않소."
그때였다. 망아가 갑자기 오열을 터뜨리며 그의 품에 몸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흐흐흐흑......!"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남녀라고 북리웅풍은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 일이란 왕왕 범인이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 법이었다. 장천림과 망아. 그들 두 사람은 이미 영적(靈的)으로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감정은 그들 두 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오직 고독을 경험한 사람들끼리만 오갈 수 있는 감정이었다.
북리웅풍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장천림은 망아를 껴안고 있었다. 그는 마치 다정한 연인인 양 망아의 긴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고 있었고, 망아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누가 그들을 불구대천의 원수 사이라고 하겠는가? 마치 아주 오래된 연인인 듯 보일 뿐이었다.
장천림은 한동안 망아의 머리칼을 쓰다듬더니 이윽고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고 있었다.
"만일 당신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 말은 북리웅풍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워낙 작은 음성이었다. 장천림은 고개를 숙여 망아의 작은 귀에 입술을 대고 속삭인 것이었다.
북리웅풍은 볼 수 있었다. 장천림이 뭐라고 말했는지는 몰라도 그 말을 들은 후 망아의 몸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아닌가.
그뿐이 아니었다. 그녀는 음, 하고 낮고 달콤한 신음을 발하더니 가냘픈 두 팔을 뻗어 장천림의 목에 매달리는 것이었다. 장천림은 그녀의 가는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
북리웅풍은 고개를 돌렸다. 방 안은 갑작스럽게 춘경으로 변해 버렸다. 그로서는 더이상 두 사람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
문득 그는 왜 아직 장천림이 쓰러지지 않는 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붉은 옥병 속의 약은 바로 진짜 해약이었던 것이다. 이때 장천림은 망아의 귀에 속삭이고 있었다.
"당신을 데리러 오겠소. 언제든...... 일이 끝나는 대로......."
망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백유성의 아내였으나 그를 사랑할 수 없었다. 장천림을 간호하는 동안 그녀의 마음은 온통 그에게 쏠리고 있었다. 그를 영원히 자신의 곁에 붙들어 두고 싶었다. 그런 욕심이 그녀로 하여금 그에게 만성독약을 먹이게 한 것이었다.
장천림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었다. 그래서 그녀를 조금도 원망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 역시 망아가 좋았다. 왜냐하면 그들 두 사람은 상통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천림은 백가소의 복수를 위해 인생을 모두 걸었다. 그러나 그가 백가소를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실 그녀를 사랑하기에는 너무도 시간이 없었다.
그는 백가소의 원한을 갚기 위해 생명까지도 걸었으나 망아를 보는 순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여인은 바로 그녀같은 여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양자가 다같이 잘못 매듭지어진 운명에 참담하게 실패한 경우에 속했다. 그런 부류의 남녀가 짧은 시간 동안에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지도 몰랐다.
③
홍무(洪武) 15년 9월 19일.
중인들은 무거운 분위기에 싸여 있었다. 그들은 한 사람을 지켜 보고 있었다.
방 안에 누워있는 사나이. 그는 바로 장천림이었다.
장천림은 혼수상태였다. 북리웅풍에 의해 철주부를 빠져 나온 이후 그는 줄곧 혼수상태를 헤매고 있었다.
북리웅풍은 장천림의 상태에 대해 짐작가는 바가 있었다. 사실 망아의 정신상태는 정상이라고 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그녀가 해약이라고 준 것이 어느 정도 효력이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해약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었다. 사실 그의 판단은 어느 정도 맞는 것이었다.
장천림이 복용한 것은 해약임에는 틀림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먹은 만성독약의 양이 과다했다. 그래서 해약의 효력이 부족한 것이었다.
한편, 장하영 일행은 북리웅풍이 자신들을 대신하여 철주부로 들어간다고 했을 때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장천림을 안고 나타났을 때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것으로 그는 두 번씩이나 일행을 도왔다.
그는 자신을 참회객(懺悔客)이라고 했다. 그밖에는 아무 것도 밝히지 않았다. 비록 그가 두 차례에 걸쳐 일행을 도왔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믿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가 왜, 무엇 때문에 그들을 돕는 지 분명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는 이상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금 장하영, 석회림, 조천백이 묵고 있는 곳은 한 채의 농가(農家)였다. 농가의 한 방에서 장천림은 열이 펄펄 끓는 몸으로 혼수상태로 있었다.
장하영이 침중하게 입을 열었다.
"이곳에 더이상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무림맹에서 우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이상 머지 않아 노출되고 말 거야."
"......."
"어쨌든 이곳을 떠나야 한다. 그 시기는 빠를 수록 좋아."
조천백도 동의를 표했다.
"네 말이 맞다. 어쨌든 이곳은 적지니 지금이라도 떠나자."
그러나 반대하고 나선 것은 북리웅풍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러분의 말도 맞으나 문제는 이 분이오."
그는 장천림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지금 상세를 치료하지 않으면 더욱 악화될 뿐더러 만일 도중에 습격이라도 받게 된다면 그때는 더욱 위험하게 되오. 우선은 상세를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요."
장하영은 탄식했다.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오. 그러나 지금 무슨 수로 치료를 한단 말이오?"
석회림이 말했다.
"나도 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아는 바가 있소. 그러나 천림의 독은 만성독약인지라 간단히 해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오. 천림의 독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영약이 필요하오."
북리웅풍의 눈이 빛났다.
"어떤 영약을 말씀하시는 것이오?"
"세 가지중 하나만 있어도 되나...... 지금 구할 수가 없소이다."
"......?"
"구지설련자(九枝雪蓮子)나 학정홍(鶴精紅), 또는 소림의 비전영약인 대환단(大還丹) 중 하나만 있다면 가능하오. 하지만 어디서 그런 것을 구한단 말이오?"
순간 북리웅풍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소림의 대환단?"
조천백이 실소했다.
"대환단은 소림의 진산지보이거늘 그들이 어찌 그것을 내주겠소? 그림의 떡일 뿐이오."
그러나 이미 북리웅풍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일행을 향해 포권을 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여러분은 나에게 하루의 시간을 주시오. 만일 하루 안에 돌아온다면 반드시 대환단을 구해 오겠소. 그러나 혹시 그 안에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때는 전력을 다해 이곳을 빠져 나가시오."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밖으로 사라졌다.
"......?"
방 안에 남게 된 삼인은 한결같이 의혹의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장하영에게로 모였다. 장하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나도 몰라. 그는 자신을 참회객이라고만 밝혔다네. 무협에서도 그의 도움을 받았지.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는 참회객이 그에게 준 영패 이야기를 꺼냈다.
"그 영패는 금어령(金魚令)이란 것으로 무림맹에서 아주 중요한 신물이었네."
그 말에 조천백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혹시 그도 무림맹의 인물이 아닐까?"
석회림도 동감이라는 듯 말했다.
"맞아. 무림맹의 인물이 아니고서야 어찌 금어령을 갖고 있단 말인가?"
장하영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네. 무림맹의 인물이라면 우리를 도울 까닭이 없지 않은가?"
"......."
중인들은 그 말에 할 말을 잃었다. 하기야 무림맹의 인물이 그들을 도울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아무튼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하루만 더 기다려 보자구."
④
그것은 모험이었다.
세상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타인을 위해 모험을 감행할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어쩌면 전무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부류의 인간은 그런 모험을 아주 당연하게 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북리웅풍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대환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그가 철주부에 나타난 것은 석양이 피처럼 붉게 흘러내리는 황혼녘이었다.
그는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어 비틀거리며 나타났다. 그를 발견한, 철주부의 대문을 지키던 무사들은 깜짝 놀랐다. 너무나도 비참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북리웅풍은 도저히 산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중상을 입고 있었다. 그는 전신에 최소한 열여섯 군데 이상의 검상을 입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그의 가슴은 파헤쳐져 늑골까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런 상태로 살아서 철주부까지 걸어 왔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는 대문에 당도하자마자 푹 쓰러지며 말했다.
"오현대사를......."
그 한 마디뿐이었다.
오현대사는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심한 갈등에 휩싸여 있었다.
'인명(人命)이 중하냐...... 사문의 지보(至寶)가 중하냐......'
그는 불문의 인물이었다.
그는 소림의 차기 장문인으로 내정되어 있었으며 그만큼 소림에서는 비중이 큰 인물이었다.
그에게는 한 알의 소림지보가 있었다. 바로 대환단(大還丹)이었다.
한 알이면 능히 이십 년의 내공화후를 얻을 수 있으며,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비전의 영약이었다.
그런 귀중한 영단이 그에게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림의 차기 장문인이 될 인물이기에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도록 소지하게 된 것이었다.
그와 같은 인물이 만에 하나 목숨이 경각에 달리게 된다 해도 구명의 영단으로 회생할 수 있도록 안배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환단은 소림에서도 불과 수개밖에 남아 있지 않은 물건이었다.
그야말로 보물 중의 보물이었다.
지금 오현대사는 침상에 누워 있는 한 청년을 내려다보며 착잡한 감상에 젖고 있었다. 상대가 북리웅풍이기에 그는 더욱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 이런 중상을 입었는지는 몰라도 대환단이 아니라면 목숨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하나 뿐인 대환단을 사용한다면 훗날 그 사실이 소림의 원로원에 알려져 필히 문책을 당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가 대환단을 소지하고 있는 것은 비밀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가 대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들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갈등하는 것은 오현이 너무나도 양심적인 위인이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한다......? 더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분명 죽을 것이다.'
마침내 그는 결정을 내렸다.
'아무리 보물이 귀중하다 해도 인명보다 귀할 수는 없는 법....... 영단이란 어차피 인명을 구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설사 문책을 받는 한이 있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로다. 아미타불.......'
그는 하나뿐인 대환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찌 알았으랴. 정작 사경을 헤매도록 중상을 입고 있는 북리웅풍은 생명을 걸고 도박을 한 것이었다.
그는 오현대사가 대환단을 가지고 있을 지 확실한 자신은 없었다.
그러나 오현의 비중으로 볼 때 가능성은 충분했다.
또 오현이 대환단을 지니고 있다 해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얻을 수가 없었다. 방법은 오직 하나, 그의 대의명분을 자극하는 일 뿐이었다.
결국 그는 스스로 자해했다. 스스로의 검으로 몸을 가르고, 중상을 입혔다.
고육지계(苦肉之計)! 그러나 그것은 생명을 걸고 도박하는 것이었다.
만에 하나 오현이 대환단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그의 생명만 허비하는 셈이 될 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런 무모한 도박을 하는 것은 자신의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결국 그는 생명을 건 도박에 성공했다.
그는 혼미 중에 입 안으로 들어오는 향긋한 영단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랴! 그는 대환단을 삼키지 않고 입 안에 머금고 있었다.
"아미타불......."
오현대사는 그에게 대환단을 복용시킨 후 불호를 외우며 밖으로 나갔다.
그런 후 비틀거리며 방 안을 나가는 인영이 있었다. 북리웅풍이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영단을 삼키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철주부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참회객!"
농가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장하영 일행은 피투성이가 되어 들어서는 북리웅풍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도무지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북리웅풍은 손에 쥔 대환단을 내밀며 말했다.
"대환단이오....... 어서...... 복용시키시오......."
그 말을 내뱉은 후 그는 정신을 잃어 버렸다.
장하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나 일이 워낙 급한 지라 더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석회림이 대환단을 살펴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틀림없는 소림의 대환단이야. 그가 이걸 어떻게 얻었을까?"
물론 그들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장하영은 피투성이가 된 북리웅풍을 바라보며 내심 짐작이 가는 것이 있었다.
'어쩌면.......'
짐작되는 것이 있는 반면에 그의 의혹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왜......? 대체 왜 그가 우리를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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