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8일 목요일
[무협] 강호무정 제24장 유정(有情)의 결말(終末) - 검궁인
제24장 유정(有情)의 결말(終末)
①
홍무(洪武) 16년 4월 3일.
만겁마옥의 옥문(獄門)을 지키는 다섯 명의 병사들은 험악한 검문관의 산로를 통해 다가오고 있는 두 명의 인물을 보고 왠지 기이한 느낌을 들었다.
이곳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다. 검문산의 다른 곳은 나뭇꾼들이 다닐 수 있어도 만겁마옥이 있는 곳만은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또한 어떤 자라도 사전의 통보 없이는 이곳을 방문할 수 없는 것이 규칙이기도 했다. 따라서 늘 통보를 받고 방문객을 대비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그런데 지금 옥문을 향해 좁은 소로를 걸어오고 있는 이인의 방문객에 대해서는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
"저 자들이 누구지?"
병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을 줄 수 없었다. 차츰 두 명의 인물이 다가왔다.
한 명은 갓 사십쯤 되어 보이는 강인한 인상의 사나이였고, 한 명은 오십대의 노인으로 그의 시종쯤으로 보였다.
만겁마옥의 수비장은 두 사람이 다가오자 앞을 막아섰다.
"귀하들은 누구요?"
그가 존칭은 붙인 것은 두 사람의 내력이 범상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순간, 오십대의 사나이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 놈! 이 분이 뉘시라고 감히 그렇게 부르느냐?"
"......!"
수비장은 움찔했다. 그는 수하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모두 당황하고 있었다. 이때 사나이가 손을 저었다.
"아서라, 저 놈이 뭘 안다고 그러느냐? 다만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옥주가 추성결이 맞느냐? 그리고 과거 황궁에서 근무한 것도 맞느냐?"
"......!"
수비장은 안색이 변했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상관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그러나 그는 얼른 머리를 굴렸다.
'이크....... 아마도 더 높으신 분인가 보군.'
"예예....... 맞습니다요. 하온데......?"
이때였다.
"그래도 저 놈이? 썩 안으로 연락을 하지 않고 무얼 꾸물거리느냐?"
다시 오십대의 노인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수비장은 그만 얼이 빠져버렸다.
"아, 알겠습니다!"
그는 황급히 안으로 직접 달려 들어갔다.
②
추성결은 몹시 기분이 나빴다.
그것은 얼마 전 특급뇌옥으로 승급한 사내들의 동태 때문이었다. 그의 예상과는 달리 특급수인으로 들어간 그들이 더이상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는 보고가 들어온 것이었다.
그는 그 속에서 두 사람이 환사금을 괴롭히기를 바랬다. 그런데 보고에 의하면 그들은 도리어 환사금을 극진하게 돌보고 있다지 않는가?
'빌어먹을 ......! 도무지 제대로 되는 것이 없군.'
그가 이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대장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누구냐?"
그는 짜증스럽게 버럭 외쳤다.
"그, 그게......."
옥문을 지키던 수비장은 울상을 지었다. 추성결은 눈썹을 곤두세웠다.
"누구냐니까?"
"그...... 그것이....... 대장님을 안다고 하면서...... 황궁에서 온 듯한 두 분이었습니다."
추성결은 그만 화가 났다.
"뭐라고? 그럼 신분도 확인하지 않고 들여 보냈단 말이냐?"
이때였다. 또다른 수하가 들어오더니 쟁반 위에 배첩을 받쳐들고 왔다.
"또 뭐냐?"
수하는 무릎을 꿇고 배첩을 바쳤다. 그 배첩 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 전(前) 동창 부영반 장하영이 뵙기를 청하오.
추성결은 부르르 떨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당황하여 소리지르고 있었다.
"어서...... 어서......모시어라! 아니다, 내가 직접 나가겠다......!"
추성결의 모습을 본 수비장은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었다.
'휴우! 과연 대장님보다 훨씬 높은 분이신가 보군. 하마터면 실수할 뻔 했다.'
꽝!
굉음이 터졌다. 동시에 동굴을 가로막고 있는 철창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자욱한 돌가루와 먼지가 날리는 가운데 말소리가 들렸다.
"어서 가자. 회림!"
"히히! 그래. 지금쯤 그도 당도했을 테지."
한 가닥 가냘프게 떨리는 여인의 음성이 뒤를 이었다.
"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죠?"
"후후....... 우리들은 아우의 부탁을 받고 제수씨를 구하러 온 사람들이오."
자욱한 돌가루가 날리는 가운데 한 명의 임신부와 두 명의 꾀죄죄한 인물이 걸어나왔다. 그들은 다름아닌 장천림과 석회림, 환사금이었다.
이때 폭음 소리를 듣고 우르르 뛰어나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호통 소리가 울렸다.
"무슨 일이냐?"
"막아라! 탈출하려 한다!"
과연 수십 명의 경비병들이 소리 지르며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돌먼지가 자욱한 동굴 앞에서 멈추었다.
잠시 후 그들은 먼지 속에서 유유히 걸어나오고 있는 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이남일녀였다. 또한 만겁마옥의 죄수들이기도 했다. 경비병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호통쳤다.
"서라!"
"감히 어딜 달아나려는 것이냐?"
"어리석은 것들! 달아날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장천림과 석회림은 이미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병사들을 향해 유유히 걸어갔다. 그들의 손과 발을 묶은 쇠사슬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사실 쇠사슬 따위가 문제될 리가 없었다. 그들은 혈명단에서 수많은 잡술(雜術)을 익혔다. 따라서 쇠사슬을 간단히 벗어날 수 있었다.
"길을 비켜라. 비키지 않으면 다친다."
석회림이 경비병들을 향해 외치며 무엇인가를 던졌다.
펑!
폭음과 함께 자욱한 연기가 뭉클뭉클 피어 올랐다. 연기는 삽시간에 동굴을 뒤덮었다.
"헉! 연막이다!"
경비병들은 다급히 외쳤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연막이 아니었다. 연기 속에는 일종의 강한 매운 기운이 포함되어 있었다.
"에...... 에취!"
병사들은 연신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기침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시야가 자욱한 연기로 차단되어 있었다.
장천림과 석회림은 그들 사이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유유히 걸어나왔다.
그러나 경비병들을 통과했다고 탈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완전히 이 지하세계를 벗어나려면 앞으로도 열 여덟 개의 철창을 지나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도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보다 큰 문제는 이 만겁마옥을 완전히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만겁마옥이 생긴 이래로 단 한 명도 탈출에 성공한 자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이곳이 절지(絶地)이기 때문이었다.
'안배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기만 한다면......'
장천림은 천운(天運)을 빌었다.
'마지막으로 단 한 번....... 하늘이여!'
그 이후의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돌아갈 길은 없었다. 아니 있다해도 그는 결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③
추성결은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장대인......!"
지금 그의 눈 앞에 있는 인물은 방금 전 만겁마옥을 정문으로 통과해온 인물이었다. 삼십대의 중년인으로 변장한 인물은 다름아닌 장하영이었다.
장하영은 슬쩍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손을 움직이자 본래의 얼굴이 잠깐 드러났다 사라졌다. 그 얼굴을 본 순간 추성결은 한쪽 무릎을 꺾었다.
"일어나게. 일개 야인(野人)에 불과한데 이럴 것까지는 없네."
장하영은 황궁 내에서 서열상으로 본다면 추성결의 상관이었다. 추성결은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말씀을....... 비직은......"
장하영은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이어 그는 접견실을 둘러보았다. 그는 안색이 약간 변했다. 접견실은 과거 황궁의 집무실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조촐하기 그지 없었다.
'이런 곳에서 자신을 유폐시키다시피 하다니....... 무서운 집념이구나.'
그는 추성결을 바라보며 물었다.
"추성결. 어째서 이런 곳으로 왔소?"
추성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비직이 못나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장하영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 스스로가 선택한 길인가? 아니면 강요에 의한 것인가? 만일 강요에 의했다면 내가......"
"제 스스로 선택한 길입니다. 누구의 강요도 없었습니다."
추성결의 의지에 찬 말에 장하영은 고개를 저었다.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자네의 능력을 이런 데서 썩히는가? 설사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해도 그동안의 자네의 공만으로도 충분히......"
"비직 스스로가 못견디기 때문입니다. 황궁을 떠날 때 서약했습니다.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결코 돌아갈 수 없습니다."
장하영은 내심 중얼거렸다.
'자네의 신념은 높이 살만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 여인의 운명이 달려 있다네. 미안하지만 자네는 영원히 그 임무를 완성할 수 없을 걸세.'
추성결은 문득 의아한 듯 물었다.
"부영반께서는 어째서 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인지......?"
"나 말인가?"
장하영은 기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접견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한 때는 황금과 권능으로 둘러싸인 곳이었지만 돌아보면 그곳은 내겐 무덤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네. 손만 뻗으면 얼마든지 미녀를 안을 수 있고 아쉬운 것 하나 없는 곳이었지만 정작 그곳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존재하지 않았네."
추성결은 궁금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게 무엇입니까?"
"사람에게 누구나 있어야 할 것, 바로 뜨거운 감정이 없었네."
"......?"
"내 혈관 속에는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네. 그러나 황궁에서는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었네. 우정도 사랑도...... 그곳에는 존재하지가 않았지."
"그럼...... 지금은 그 모든 것을 얻으셨습니까?"
"후후! 최소한 한 가지는 얻었지."
"그게 무엇입니까?"
"이리 가까이 와보게."
"......?"
추성결은 의혹의 표정을 지었다. 장하영은 손짓해서 그를 불렀네.
"자네가 궁금하다니 지금 알려 주겠네. 가까이 오게."
추성결은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한 때 하늘같은 그의 상관인 장하영의 명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약간 의심이 일긴 했지만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그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비록 겉으로는 공경한 듯 했으나 사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장하영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하고 있었다.
그는 장하영에게 다가가면서 진기를 가득 끌어올리고 있었다. 여차하며 반응할 생각이었다.
"그것은 바로......."
장하영은 느긋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때였다. 추성결은 잠깐 잊어 버렸다. 방 안에는 그 두 사람 외에도 또 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가 장하영에게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다가가는 동안 뒤에 서있던 오순 가량의 늙은이의 눈빛이 번뜩였다.
슉!
미세한 경풍 소리가 일어났다.
'아차!'
비로소 추성결은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으며 허리춤의 검을 뽑았다. 그러나 검자루에 손이 닿기도 전에 목덜미가 뜨끔했다. 옥침혈(玉沈穴)에 작은 침이 박혀버린 것이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고목처럼 쓰러졌다.
"와아아......! 잡아라! 탈출이다!"
산봉우리를 향해 수백 명의 병사들이 쫓고 있었다. 그 앞에는 이남일녀가 산봉우리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그들은 다름아닌 장천림과 석회림이었다.
그들은 열여덟 군데의 관문을 뚫고 마침내 지하세계를 빠져나온 것이었다. 그것은 극적(劇的)인 탈출이었다.
그들이 탈출하는 동안 수인들이 반란을 일으킴으로써 탈출이 더욱 용이하게 된 것이었다. 수인들은 만겁마옥에서 죽으나 싸우나 마찬가지라는 심정으로 반란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경비병들은 그들을 잡을 수 없었다. 장천림은 석회림과 함께 환사금을 데리고 무사히 지하뇌옥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길은 오직 한 곳뿐이었다. 정문으로 돌파하여 빠져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겁마옥을 지키는 수백 명의 병사들과 피비린내나는 혈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만일 환사금만 없었다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러나 만삭이 된 그녀를 무사히 탈출시키려면 애당초 계획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산봉우리를 향해 달렸다. 봉우리 위에는 푸른 하늘과 깎아지른 벼랑밖에 없었다.
병사들도 산봉우리를 향해 추적해 왔다. 그들은 세 사람이 봉우리로 오르는 것을 보며 의아했다. 그것은 자살행위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장천림 일행은 봉우리에 당도했다. 봉우리 아래 쪽에서 병사들의 함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석회림은 발 아래의 낭떠러지를 내려다 보며 중얼거렸다.
"시간을 정확히 맞추어야 할 텐데......."
장천림은 염려스러운 듯 환사금을 바라보며 물었다.
"몸은 어떻소......?"
그 말에 입술을 악물고 있던 환사금은 손으로 아랫배를 만지며 신음을 발했다.
"아아......! 진통이......."
장천림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어찌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한 번도 이런 경우를 당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때 환사금은 스르르 바닥에 주저 앉더니 잔뜩 아랫배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으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했다.
"아니......?"
석회림도 눈이 동그래졌다. 환사금은 만삭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급박한 순간에 출산할 기미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 이걸 어떻게 한다?"
석회림도 속수무책인 표정이었다. 주저앉은 환사금에게 다가가지도 못한 채 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실로 난감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이때 장천림의 안색이 굳어졌다. 봉우리 아래쪽에서 수백 명의 병사들이 까맣게 몰려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회림! 진천자(震天子)는 몇 알이나 남았지?"
석회림은 고개를 저었다.
"고작 두 개뿐이야."
"큰일이군."
장천림은 땅에 주저앉아 신음하고 있는 환사금을 바라보며 초조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사월의 하늘은 끝없이 푸르기만 할 뿐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와아아!"
함성은 점점 가까와지고 있었다. 이윽고 병사들의 모습이 봉우리 위로 올라서고 있었다.
"던져!"
장천림의 말에 석회림은 망설이지 않고 무엇인가를 던졌다.
쾅---!
"으아악!"
폭음과 함께 산봉우리가 무너질 듯 진동했다. 석회림이 던진 것은 진천자로 일종의 화탄(火彈)이었다. 화탄이 터지자 막 봉우리로 올라 오려면 병사들이 무더기로 비명과 함께 날아갔다.
화탄이 터지자 병사들은 더이상 올라오지 못하고 도로 산봉우리 아래로 후퇴했다.
장천림은 한숨을 쉬었다.
"일단 시간은 번 셈이군."
"문제는 한 개밖에 남지 않았다는 거야. 그것마저 사용하고 나면 속수무책이다. 빌어먹을! 대체 뭐하느라고 아직 보이지 않는 거야?"
"아악! 아아......!"
갑작스런 환사금의 비명소리에 두 사람은 부르르 떨었다. 환사금은 다리를 벌린 채 아랫배를 부여잡고 고통에 찬 신음을 발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하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그야말로 낭패였다. 하필이면 이런 때 해산하려 하다니, 하늘도 무심했다.
이때였다. 봉우리 아래를 내려다 보던 석회림이 부르짖었다.
"이, 이런 제기랄! 우린 이제 끝장이군!"
장천림은 급히 봉우리 아래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봉우리 아래에서 병사들이 화포(火砲)를 장치하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거대한 철통으로 연결된 것으로 한 마장 이상 떨어진 곳으로 화탄을 쏘아올릴 수 있는 것이었다.
석회림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러나 그들이 있는 곳은 고작해야 이십여 장 정도의 공간밖에 없었다. 달아날래야 달아날 곳이 있을 턱이 없었다.
만일 화탄이 봉우리를 향해 발사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들은 흔적도 없이 날아갈 것이다.
두 사람은 절망을 느꼈다. 한 쪽에서는 해산하기 직전이고, 봉우리 아래에서는 화탄을 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땅으로 숨거나 하늘로 솟아 오르지 않는 한 죽음을 면할 방법은 없었다.
이때였다.
"저기 온다!"
석회림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 말에 장천림은 고개를 하늘로 향했다. 순간 그의 눈에서 희망의 빛이 번쩍였다.
과연......! 서쪽 하늘로부터 하나의 연(鳶)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연은 거대했다. 마침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연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연에는 사람이 타고 있었다. 연에 탄 사람은 장천림과 석회림을 발견하자 손을 흔들었다.
"제기랄! 빨리 오라구! 여유부릴 시간이 없단 말야!"
석회림도 조급하게 손을 흔들었다.
연은 바람을 타고 이쪽으로 순식간에 날아왔다. 연이 가까워졌다. 연 위에 탄 사람은 다름아닌 백리진강이었다.
"진강! 빨리 움직여라......!"
석회림이 소리치자 백리진강은 연에서 뛰어내렸다. 석회림은 연이 달아나지 않도록 끈을 당겨 바위에 묶었다.
"사금!"
백리진강은 땅에 주저앉아 신음하고 있는 환사금을 발견하고 달려가 그녀를 부둥켜 안았다.
"다, 당신은......?"
환사금의 땀에 젖은 얼굴에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는 눈을 부볐다. 마치 눈 앞의 현실이 꿈인 아닌가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저, 정말 진강...... 당신이 맞나요?"
"맞소! 나요! 사금......."
백리진강은 눈물을 흘리며 환사금을 끌어 안았다.
"아아! 믿을 수 없어요. 제가 꿈을 꾸는 건 아닌지요......?"
환사금은 고개를 흔들었다. 백리진강은 그녀를 꽉 끌어 안았다. 얼마만인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목이 쉬도록 불렀던 여인, 환사금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이제 안심해. 다시는 당신과 헤어지지 않을 거야."
"아......."
환사금은 전신을 가늘게 떨었다. 이때였다.
"악!"
환사금이 돌연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엄습했던 것이다.
"왜 그래? 사금!"
백리진강이 놀라 멍한 표정을 짓자 환사금은 아랫배를 감싸며 말했다.
"아기가...... 아기가......."
그녀는 말을 다하지 못했다. 걷잡을 수 없는 진통이 밀려온 것이었다. 이때 장천림이 곁에서 재촉했다.
"해산하려 한다. 어서 가라!"
"해산!"
백리진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희열에 젖은 얼굴로 환사금를 끌어 안았다.
"아아! 우리들의 아이가 태어난다고?"
"이런! 죽고 싶으냐? 어서 데리고 가란 말이다!"
석회림이 소리를 빽 질렀다. 그제서야 백리진강은 정신을 차렸다.
장천림이 급히 말했다.
"진강! 어서 데리고 가라. 이곳에서 아기를 낳을 순 없지 않느냐?"
"그, 그렇지요......."
그러나 백리진강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환사금은 더욱 진통이 오는 지 전신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석회림이 욕을 퍼부었다.
"빌어먹을! 어서 가란 말이다! 우물거리다간 이곳에서 모두 뼈를 묻고 말 거야!"
그 말에 백리진강은 안색이 변했다.
"사금....... 이리로......!"
그는 신음하고 있는 환사금을 안고 연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연에 환사금을 태웠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악......!"
갑자기 환사금이 비명을 질러대는 것이 아닌가?
"으앙......!"
돌연 힘찬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환사금은 비명과 함께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었다. 그녀의 치마는 피로 젖었으며 다시 그 사이로 핏덩이가 밀려 나왔다.
운명치고는 실로 묘한 운명이었다. 이 긴박한 순간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 것이었다.
"......!"
장천림, 석회림, 백리진강은 어찌 할 바를 몰랐다. 그들은 남자였다. 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체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나은 것은 환사금이었다.
그녀는 벌써 이런 일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핏덩이나 다름없는 아기를 끌어안고는 탯줄을 재빨리 이빨로 물어 끊었다.
아기는 앙증맞은 두 주먹을 움켜쥔 채 힘찬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으앙! 으앙......!"
"아가야....... 울지 마라......."
환사금은 울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기묘한 표정으로 어린아이를 끌어 안은 채 달래고 있었다. 격렬한 산고(産苦)도 잊은 듯 그녀는 순간적으로 성스러운 모성애를 드러내고 있었다.
"어서...... 가야 해요....... 아기 목욕도 시켜야죠."
"......!"
그 말에 세 사람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진강! 빨리 가라! 이곳은 우리가 맡겠다."
장천림의 말에 백리진강은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형님들은......."
"빨리 가라니까!"
석회림이 다시 고함을 빽 질렀다. 백리진강은 할 수 없이 연에 올라탔다. 이때 장천림은 화포의 끝이 봉우리를 향해 겨누어지는 것을 보았다.
병사들은 그들이 있는 쪽을 향해 화포를 장진하고 있었다.
'맙소사!'
그는 아찔함을 느꼈다. 화포가 발사되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좁은 봉우리 위에서는 피할 길이 없었다.
그는 문득 공허로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런 공포심도 들지 않았다. 일단 끝이라는 생각이 들자 도리어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는 환사금에게 다가가 팔을 내밀었다.
"아기를 잠깐 안아볼 수 있소?"
그 말에 환사금은 수줍게 웃었다.
"물론이에요. 그런데 아기가...... 아빠를 닮았어요."
장천림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기를 받았다. 그의 눈에 핏딱지도 씻어내지 못한 아기의 가랑이 사이에 매달린 작은 고추가 보였다.
"허...... 사내놈이군."
아기는 눈을 떴다. 그러자 태양처럼 맑고 밝은 눈망울이 그를 올려다 보았다.
"아!"
장천림은 탄성을 발했다. 그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 말할 수 없는 정감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 해맑은 얼굴과 맑은 눈동자! 거기에는 한 점의 오욕이나 거짓이 없었다.
'그래! 넌 새로운 세상에서 마음껏 활개치며 살아야 한다. 네게 더이상의 어둠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장천림은 아기를 한 번 안아 보고는 환사금에게 건네 주었다. 짧은 순간에 그는 무한한 생명의 신비를 느꼈다. 그리고 더이상 생의 미련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바위에 묶어 두었던 끈을 잘랐다.
휘이이잉!
부는 바람을 타고 연이 날아 올랐다. 연은 새로 태어난 아기와 백리진강, 환사금을 태우고 금세 높이높이 날아올랐다.
"......."
석회림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천림도 마찬가지였다.
"왠지 허탈하군......."
석회림의 말에 장천림은 싱긋 웃었다.
"이제 우리의 할 일도 대충 끝난 것 같군."
돌연 석회림은 악을 썼다.
"씨팔! 그런데 하영이 놈은 뭘 하고 있는 거야? 정말 우릴 이곳에 매장해 버릴 셈인가?"
이때였다.
콰아앙---!
무엇인가가 터졌다. 순간 산봉우리에 있던 장천림과 석회림은 머리가 빙그르르 도는 것을 느꼈다. 그들의 몸이 부웅 떠오르고 있었다.
더이상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들은 전신이 분해되는 것을 느끼며 세상도, 우주도, 마음조차도 온통 하얗게 비어버린 무(無)와 공(空)의 세계로 귀일하는 것만을 어렴풋이 느낄 뿐이었다.
그들은 허공 중에서 웃고 있었다. 조금도 후회스럽다거나 억울한 웃음이 아니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웃음을 허공 중에서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되 인간의 뿌리를 가지지 못하고, 일생을 부초처럼 살아온 그들에게 있어 이런 종말은 어쩌면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④
장천림이 눈을 떴을 때는 한 쌍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
그는 이곳이 저승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저승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주위가 너무나 평온하고 안락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있는 방 안은 아주 정갈하였고, 여인의 세심한 손길이 구석구석 배인 따스한 곳이었다.
눈길을 돌리면 창가에 화병(花甁)이 있고, 화병에는 노란 색의 서향화(瑞香花)가 한 무더기 꽂혀 있었다. 서향화의 향기가 방 안을 은은히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서향화보다 더욱 향기로운 것은 여인의 향기였다.
"이제 정신이 드셨나요......? 너무 긴 잠을 주무셨어요."
장천림은 어리둥절했다.
"망아(忘我)....... 당신이 어떻게......?"
놀랍게도 그를 내려다 보던 여인은 망아였다. 철주부에 있어야 할 망아가 지금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장천림은 한동안 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멍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섰다.
"하하하......! 천림. 자네는 무슨 잠을 그리도 오래 자나? 무려 한 달씩이나 자니 말이야?"
"......?"
장천림은 그가 매우 낯이 익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혼란된 정신을 수습하기 위해 눈을 몇 번인가 감았다가 떴다. 비로소 생각이 났다.
'넌 장하영!'
또 한 사람이 들어섰다. 놀랍게도 그는 온 얼굴을 붕대로 칭칭 동여매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즉각 그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회림!'
두 개의 눈구멍만 빼놓고 붕대로 얼굴을 모두 감고 있었으나 그는 틀림없는 석회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헤헤헤......! 네 놈이 나보다 허약하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구! 최소한 난 너보다 사흘은 일찍 깨어났단 말이야."
석회림은 그렇게 낄낄거리고 있었다. 장천림은 뭐라 말하려 했으나 음성이 잠긴 듯 발음이 잘 되지 않았다.
이때 또 한 사람이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들어서자 마자 큰 소리로 말했다.
"이봐! 천림. 아기 이름 하나 짓게. 아직도 이름을 짓지 못했단 말이야. 어서 멋진 이름 하나 지으라구!"
조천백의 뒤를 이어 들어오는 것은 한 쌍의 부부였다. 장천림은 눈을 크게 떴다. 그들은 백리진강과 환사금이었다.
환사금은 화사한 유의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품에는 강보에 싸인 어린아이가 안겨 있었다. 환사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강보에 싸인 아기를 장천림의 손으로 건네주었다.
"......!"
장천림은 자신을 향해 방긋방긋 웃고 있는 어린아이를 바라보며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아기가 바로 그......?"
그는 비소로 발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말을 다 하지 못하고 그만 목이 꽉 막혀 버렸다. 가슴이 벅찬 감동으로 진동하고 있었다.
순진무구한 아기의 눈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앙증맞은 아기의 손이 무엇인가를 움켜쥐려 하는 것을 보았다. 아기의 손이 그의 뺨에 닿았다.
'오오!'
그는 눈시울이 젖는 것을 느꼈다. 커다란 감동이 일어났다. 아기의 부드러운 손이 느껴지는 순간 생명의 고귀함이 눈물겹게 다가왔다.
이때 장하영이 밝은 음성으로 말했다.
"미안해. 좀 늦어서 자넬 제 때 구하지 못했네."
그러나 장천림은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는 아기를 보느라 온통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듣거나 말거나 장하영은 경과 보고를 했다.
"추성결을 설득하려 했으나 실패했네. 할 수 없이 그를 제압한 후 봉우리로 달려갔을 때는 자네들은 이미 걸레조각이 되어 쓰러져 있더군. 하하! 하지만 다행히도 끈질긴 목숨을 가지고 있더군. 피떡이 된 채로도 비틀거리며 싸울 태도더군."
"......."
장천림은 비로소 자신이 극적으로 살아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와 석회림은 뒤늦게 달려온 장하영과 조천백에 의해 구조된 것이었다.
장하영은 만겁마옥의 옥주인 추성결의 목숨을 미끼로 그들을 구해낸 것이었다. 장천림은 마치 한 바탕의 긴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랬었군. 난 또 이곳이 저승세계인 줄 알았지.'
그는 눈을 감았다. 편안한 기분이었다. 이제 더이상 할 일은 없을 것이다. 뭐 한 달씩이나 잤다고? 그런데 왜 또 이렇게 졸리운 거지?
장천림은 눈을 감은 채 슬며시 미소지었다. 공연히 웃음이 쿡쿡 나왔다.
'훗! 진강이 놈, 새파란 놈이 나보다 먼저 아버지가 되다니.......'
이때였다. 하나의 부드러운 손이 뻗어 오더니 그의 손을 잡았다.
"......?"
장천림은 눈을 떴다. 순간 그의 눈썹이 바르르 떨었다. 눈 앞에 한 여인이 있었다. 그는 눈을 크게 떴다. 이번에야말로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건 정말 꿈인 것 같군."
그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러자 여인이 섬섬옥수로 그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아니예요. 분명한 현실이랍니다. 결국 당신 곁에 오고야 말았어요......."
여인은 눈시울을 붉혔다. 더이상 소복을 입지 않고 있는 여인, 그녀는 바로 망아였다.
망아는 수줍은 듯 얼굴을 떨구며 기어 들어가는 음성으로 말했다.
"장하영님께서 이곳에 오면 당신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그녀는 얼굴에 이어 하얀 목덜미까지 발그레하게 물들고 있었다. 장천림은 가슴이 터질 듯이 격동하는 것을 느꼈다.
"잘 왔소. 정말 잘 왔소. 정말......."
그는 더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이 순간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도무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얼마나 그리워 했었던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곤 했었다. 몇 번씩이나 그녀의 모습을 그려보곤 했었다.
어울릴 수 없는 사이였지만 그 모든 벽이 두 사람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그들은 서로를 이해했고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만남의 시간이 짧다고 누가 말하겠는가? 십 년을 만난 것보다 백 년을 만난 것보다 더한 운명적인 느낌을 똑같이 느꼈던 두 사람이었다.
"하하핫...! 자자, 우리는 방해하지 말고 나가자구. 저 두 사람은 할 말이 많을 거야. 안 그래? 회림, 천백, 우린 나가서 술이나 퍼마시자구!"
장하영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방 안의 사람들은 하나 둘 밖으로 사라졌다. 조천백이 마지막으로 나가며 다짐하고 있었다.
"천림. 아기의 이름이나 생각해 두라구. 엉?"
장천림은 중얼거렸다.
"아기의 이름은 벌써 지었다네."
"뭐? 뭔데?"
조천백이 문앞에서 고개를 돌렸다.
"성이 백리(百里)씨고....... 이름은 유정(有情)이라네."
조천백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눈알을 굴리며 중얼거렸다.
"유정(有情)이라고? 유정...... 유정....... 좋은데?"
그는 중얼거리며 사라졌다.
방 안에는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오월의 향기가 창문을 통해 흘러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 향기보다 더욱 짙은 향기가 장천림의 코로 다가들고 있었다.
"사랑해요."
망아가 고개를 숙이며 속삭였다. 그녀의 향긋한 입김이 장천림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그는 코 앞에 있는 망아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눈...... 감아요."
장천림은 시키는 대로 했다. 눈을 감자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느낌만이 가득 다가왔다. 그리고 그 느낌은 온통 그의 영혼을 가득 채웠다.
망아의 입술이 그의 입술에 닿았다.
장천림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달콤한 향기가 온 몸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그는 수십 마리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었다. 그리고 수많은 꽃들이 봉오리를 일제히 벌리며 개화(開花)하는 소리를 들었다.
때는 오월.
창 밖으로 눈부신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오후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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