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8일 목요일
강호무정 제7장 친구들 - 검궁인
제7장 친구들
①
홍무(洪武) 14년 10월 21일.
쏴아아아아........
낙양(洛陽) 거리는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가을비로 인해 온통 젖어가고 있었다.
가을비치고는 폭우였다. 거리는 온통 흙탕물이었고, 저 편의 산자락은 자욱한 우막에 가리고 있다.
천하객점(天下客店).
낙양 중심가에 자리잡은 객점은 한산했다. 객점의 이층에 있는 한 객방.
열려진 객실의 창문 안 쪽에 서서 묵묵히 가을비를 바라보는 사나이가 있었다. 장천림이었다.
"......."
그는 처마에 방울방울 맺히는 빗방울을 바라보다가 아름다운 얼굴 하나를 떠올리고 있었다.
백가소였다.
빗방울 하나마다 백가소의 얼굴로 보이고 있었다.
'가소........ 불쌍한........'
그는 오열이 이는 것을 참지 못하고 기어이 어깨를 들먹이고 말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철혈의 의지를 지닌 장천림이 한낱 여인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오열을 참지 못하다니.
그러나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백가소에 대하여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어찌 그녀를 위한 복수를 이토록 집요하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
날이 갈수록 백가소의 죽음은 그의 가슴에 상처를 깊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는 지난 날을 생각할 때마다 백가소에 대한 온갖 추억들이 더욱 무거운 무게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불귀곡에서 외롭게 무공을 연마할 때마다 그에게 친구가 되어준 것은 바로 그녀에 대한 추억이었다.
문득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섰다. 다소 뚱뚱해 보이는 체격의 화복청년으로 조천백이었다.
"알아 보았나?"
장천림은 눈을 문지르며 물었다. 그러나 조천백은 이미 그가 울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는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장천림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낙양장(洛陽莊)에 와 있는 것이 확실해. 놈의 얼굴은 못 보았지만 수 차례에 걸쳐 정보를 검토한 바에 의하면 놈이 왔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네."
"음. 다행이군."
조천백은 과거 현무단 소속이었다. 현무단은 주로 잠입, 추적술에 관한 것을 훈련 받았다. 따라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는 전문가였다.
조천백의 분석이라면 거의 정확할 것이다. 장천림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물었다.
"그나저나 석회림은 왜 아직.......?"
"곧 오겠지."
조천백은 간단히 대답하고는 슬쩍 지나가는 투로 물었다.
"천림. 이제 말할 때가 되지 않았나?"
"뭘?"
"도대체 무슨 이유로 강호사공자와 원한을 맺게 되었는지 말일세."
장천림은 그 말에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말을 해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말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네."
"으음."
조천백은 쓴 입맛을 다셨다. 그는 이제까지 그 사실이 가장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말을 하지 않으니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장천림은 문득 비장한 어투로 말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해."
".......?"
"그놈들과는 절대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네."
"......."
어색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흐른다. 조천백은 감히 더 물을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는 다만 마음 속으로 강호사공자와 장천림이 풀 수 없는 원한을 맺었다는 것을 짐작할 뿐이었다. 기실 가능하기만 하다면 서로가 중재하고 양보하여 원한을 풀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강호사공자가 누구인가?
그들은 당금 무림의 떠오르는 신성일 뿐더러 이제는 무림연맹의 중추적인 직책을 담당하고 있는 유수한 명가의 제자들이 아닌가?
아무리 장천림의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그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불나방같은 짓이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두 사람이 어색한 표정으로 창 밖에 내리는 가을비를 바라보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 밖으로 나갔던 석회림이 들어온 것이다.
석회림은 들어서자마자 옷깃에 묻은 빗방울을 털 생각도 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일단 조사를 끝냈어. 하지만 충분하지가 않을 거야."
그는 품 속에서 비에 젖지 않게 양피지로 감싼 두루마리를 꺼냈다.
그 두루마리에는 강호사공자의 일인인 종남파의 제이인자 권왕(拳王) 상관중(上官重)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
장천림은 그 모든 것을 끝까지 읽었다. 그런 연후 두루마리를 접으며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별로 약점이 없군."
그 말에 조천백이 나섰다.
"맞아. 그리고 우리의 무공과 상관중의 무공을 비교 검토해 본 결과 역시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지. 우리 모두가 합공한다 해도 삽십 초 이상은 소모될 거야. 또한 자네 혼자 상대한다면 적어도 이백 초 이상은 소요되어야 할 거야."
장천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조천백의 말을 믿었다. 그의 분석이라면 정확하니까.
석회림은 신음을 발했다.
"으음. 그건 너무 시간이 길어."
조천백이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단 둘이 있을 때 얘기야. 그러나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그가 혼자 떨어져 있게 하기는 불가능해. 또 지난 사흘 간 그가 낙양장을 벗어난 횟수는 겨우 일회에 불과해. 그것도 호위무사들을 대동한 채 말이야. 그러니 그를 척살하려면 좀더 색다른 방법을 써야 할 것 같아."
석회림은 걱정이 되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어쩌지.......?"
"......."
장내에는 침묵이 흘렀다. 그들은 서로 입을 다물고 묘안이 없을까를 구상하고 있었다.
장천림은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려 떨어지는 가을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먼저 입을 연 것은 조천백이었다.
"한 가지 가능성이 있어."
".......?"
두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상관중은 조금 묘한 습성을 지니고 있지. 그는 지나치게 외곬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가령 자신의 옷도 반드시 하남성의 비단으로 만든 백의 만을 고집한다는 것과, 신발도 천축의 흑색혁화, 그리고 마시는 차(茶)까지도 반드시 남해의 설빙로(雪氷露) 만 고집한다는 거야.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여자에 대한 것이야."
"여자?"
석회림이 반문한다.
"그래 여자지. 그 녀석의 성생활은 다소 변태적이야.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놈은 자신이 좋아하는 형이 아니면 절대 근처에 접근조차 하지도 못하게 하며 성교조차 반드시 한 가지 체위 만을 고집한다는 거야."
장천림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사실을 어떻게.......?"
"하하하! 날 얕보는 건가? 이래뵈도 현무단 출신일세."
"그렇군."
장천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혈명단의 아이들은 불가능이란 없도록 훈련받았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했다. 다만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대원제국의 운이 다했을 뿐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혈명단이 완성되었을 경우 대명제국은 지상에서 세워지지도 못했을 것이다.
조천백의 말이 이어졌다.
"좀더 자세히 이야기하지."
그는 군뜸을 들이려는 듯 잠시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놈이 좋아하는 형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청순가련형이고 눈매가 맑은 여자여만 해. 또 성교는 반드시 대낮에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만 해. 그것도 여성의 손을 뒤로 묶고 나무에 엎드리게 한 채 하의만을 벗기고는 뒤로........ 어때? 조금 미친 놈같지?"
이때였다.
조천백의 말이 계속될 수록 장천림의 안색은 창백해지고 있었다. 그는 안색이 하얗게 탈색된 채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석회림은 침을 타악 창 밖으로 뱉고 있었다.
"정말 변태적인 놈이군. 그런 놈이 무림맹의 총순찰(總巡察)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니 무림맹도 썩었군........"
이때였다.
장천림은 갑자기 엉뚱한 얘기를 꺼내놓고 있었다.
"낙양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畵家)가 누구지?"
"화가?"
조천백과 석회림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느닷없이 화가라니?
그들은 장천림이 무엇 때문에 화가를 찾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장천림은 이미 계획이 서 있는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화가를 찾으러 갔다 오겠네."
".......?"
두 사람은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장천림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과거에도 그랬다. 그는 소년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말이 없는 아이로 통했다. 따라서 장하영이 선동하여 반란을 획책하였을 적에도 그에게만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실 당시만 하여도 어쩌면 장천림이 원의 첩자인지도 모른다고 의심했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도리어 그가 아니었다면 그들 삼인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예상이란 왕왕 엉뚱하게 빗나가는 법이다.
"화가는 왜.......?"
"이것은?"
"아니오."
"그럼 이런 눈(眼)은.......?"
"그것도 아니오. 좀더 크고 끝이 둥그렇게 위로 말려 올라간 눈이오."
"허허........ 그럼 이것은?"
"조금 비슷하기는 하나 그것도 아니오. 왼쪽을 약간 크게 그리시오."
화가. 그는 낙양성에서 그림을 그리며 밥을 먹는 자다. 그는 평생에 걸쳐 이렇게 까다로운 손님은 처음 만났다.
흑의를 입은 청년은 그에게 여인의 인물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그 여인의 초상화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해달라, 눈은 어쩌구........ 코는 어쩌구........
그는 벌써 사오십 장째를 버리고 있었다. 그의 이마에는 진땀이 흐르고 있었다. 평생 많은 그림을 그려 왔지만 이런 생고생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청년은 그림 한 장을 그리는데 물경 오백 냥을 제시했던 것이다. 화가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리고 한나절이 다 지나서야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완성해 놓고 보니 자신이 보아도 반할 정도의 기막힌 미소녀였다.
그 미소녀는 그림 속에서 웃고 있었다.
목에는 손톱 반 만한 크기의 작은 점이 나 있었는데 그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고 있었다.
"휴우........ 아무튼 내 평생 이런 고생은 처음이요."
방 안에는 수백 장의 파지(破紙)가 흩어져 있었다.
"수고했소."
장천림은 그에게 약속한 대로 은자 오백 냥을 주고 초상화를 든 채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는 곧장 객점으로 돌아왔다.
기다리고 있던 조천백이 그가 한 장의 초상화를 내밀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게 뭔가?"
"똑같은 인피면구를 만들어 주게."
"면구.......?"
조천백은 눈치가 빠르다. 그는 비로소 장천림이 무엇을 의도하는지 깨달았다. 그는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하하하하.......! 그랬었군! 기막혀! 정말 멋진 계획이야."
장천림은 고개를 돌려 석회림에게 부탁했다.
"자네는 이 그림을 잘 보고 몸매가 비슷한 여자를 구할 수 있겠지?"
석회림의 눈이 빛났다.
"후후! 날 보고 탐화랑이 되라 이건가?"
장천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중을 잡는 미끼지."
"정말 기가 막히는군. 장가야. 넌 생각보다 치밀하군. 하긴........ 그렇지 않았으면 그때 우리를 구해내지도 못했을 테지만."
②
상관중은 아침부터 기분이 몹시 나빠 있었다.
낙양장의 시녀가 영 자신의 취향에 어긋나게 구는 것이다. 어제 저녁 목욕물만 해도 너무 뜨거웠다. 그뿐이 아니다.
침상의 이불도 본견(本絹:비단을 말함)이 아니었고, 오늘 아침 마신 차 역시 남해산 설빙로가 아니었다.
물론 모든 것이 객지에 나와 있는 상태에서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나마 시녀의 머리가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가 아니었다면 그는 벌써 호통을 치거나 뺨을 후려 갈기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는 지금 공무수행 중이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거처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본래 자신의 거처를 떠나는 것을 싫어했다. 그것은 성격이 까다롭고 자신의 비위를 맞출 사람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직책상 순찰을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그에게 있어서 외지생활이란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때로는 색다른 재미를 볼 때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몹시 기분이 나빴다. 맹을 떠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거의 모르고 있었으나 상관중은 특이한 위인이었다. 그는 복고조에 빠져 있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한 번 좋아한 것이나 즐겨하는 것이라면 여하한 경우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다소 병적이기까지 했다. 여자만 하여도 그렇다.
상관중은 본래 전신에 교태가 흐르고 색기(色氣)가 흐르는 여자를 좋아했다. 그런데 몇 년 전 한 명의 여자를 겪은 이후로는 이상스럽게도 여자에 대한 취향이 바뀌어 버렸다.
믿을 수 없게도 그 이후로는 여자에 대한 관념이 완전히 변한 것이다. 그 이후에는........
상관중은 여기까지 생각하자 갑자기 아랫도리가 뿌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후후! 그러고 보니 그 계집종이........'
그는 모든 것을 마음에 들지 않게 하는 이곳 낙양장의 계집종이 떠올랐다. 계집종의 인상은 그가 새롭게 좋아하게 된 상이었다.
'후후, 그 계집을 불러서.......?'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계집종은 그가 이곳에 온 사흘 간 이미 실컷 주물렀다.
그러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생각보다는 신통치가 않았던 것이다.
낙양장의 장주는 무림맹 산하의 낙양지부장이다.
그는 순찰인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아낌없이 바치는 위인이었다. 아마도 그가 자신의 딸을 원한다면 딸 역시 바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는 사흘 간 부용(芙容)이란 이름을 가진 계집종을 계속 품었다. 아마도 낙양장주인 심전도(心傳刀) 추관명이란 위인은 정보를 듣고 일부러 긴머리를 가진 계집을 하녀로 배속해 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상관중이 실망한 것은 부용이 이미 처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니 처녀가 아닌 것은 물론이려니와 남자 경험이 무척이나 많다는 것이었다.
상관중은 그 방면에 있어서 이미 전문가였다.
따라서 그는 첫날 밤에 알아보았다. 그녀는 불과 행위의 절반도 진행되지 않았을때 이미 온 몸을 흔들며 난리를 피웠던 것이다.
그런 류의 여인은 그가 딱 싫어하는 형이다. 물론 과거에는 그와 정반대였지만........
상관중은 권태감이 일었다.
더이상 낙양장에 처박혀 있기에는 갑갑증이 났다. 그렇다고 달리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정사대전 이후로는 무림맹에서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순찰이라는 것도 그저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에이! 밖으로 나가 바람이나 쐬자. 뭐 특별한 일이 있을 지도 모르니.'
그는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사영(四影). 바람쐬러 가자!"
그가 그렇게 말하자, 어디선가 사인이 바람처럼 나타났다.
그들은 등에 검을 멘 장년인들로 하나같이 눈빛이 부리부리하고 기도가 심상치 않은 위인들이었다.
종남사영(終南四影)이란 별호를 지니고 있는 자들로 언제나 상관중을 그림자처럼 따르는 위인들이었다.
"어디가 좋을까?"
한 명이 대답했다.
"일단 저자로 나가 보지요."
"그럴까?"
오인의 사나이는 거들먹거리며 걸어나갔다.
낙양에서 그들이 두려워하거나 꺼릴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황제나 다름없는 것이다.
강호제일루(江湖第一樓).
이곳은 낙양 제일의 주루였다. 밤이 되자 낙양은 불야성을 이루었고, 주루에는 많은 주객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분위기는 한껏 흥청거리고 있었고 시끌벅적한 소음은 오늘따라 유난히 들뜬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창가에 한 명의 백의청년이 앉아 있었다.
그는 일견하기에 평범한 복장이었으나 준수한 용모와 약간은 길게 찢어진 듯한 눈매가 은연중 범인들을 압도하는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그는 홀로 앉아 술을 자작하고 있었다.
얼마 후 두 명의 흑의 사나이가 그에게 다가오더니 공손히 인사했다.
그러나 청년은 가볍게 목례를 할 뿐 그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흑의사나이들은 중년이었는데 그들의 인상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눈빛이 안으로 갈무리되어 있어 강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숨은 내가고수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흑의인들은 청년의 맞은 편에 착석했다.
"어찌 되었나?"
백의청년은 하댓말을 쓰고 있었다. 보아하니 주종관계이거나 신분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흑의인이 공손히 대답했다.
"아직 종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놈은 아마도 깊이 숨어버린 것 같습니다."
백의청년의 얼굴에 슬며시 짜증이 어렸다.
"아마도 놈은 은밀한 곳에 숨어 그 무경을 연마하는 것 같습니다."
흑의인의 말에 청년은 역시 눈살을 펴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으음. 이제 나타날 때가 되었을 텐데........"
그들은 누구인가?
바로 동창에서 파견된 장하영과 그를 수행하는 환영팔신 중의 두 명이었다.
장하영. 그는 소수마경을 가지고 사라진 등진강, 아니 백리진강을 잡으러 강호에 나온 지 어언 일 년이 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는 백리진강의 그림자조차도 보지 못했다. 그는 황궁을 떠날 당시 장영걸에게 단단히 부탁받고 나왔다.
그러므로 그를 잡아 무경을 회수하지 않고는 금릉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입장이었다.
사실 장하영은 애당초 이 일을 맡을 때부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사실 그의 마음은 딴 데 가 있었다. 그는 오랫만에 강호에 나와 세상 나들이도 할겸 또 한편으로는 옛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서 승낙을 한 것이다.
그래서 다소 짜증이 나더라도 참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헛탕을 쳤다. 그는 두 명의 친구들이 개봉부에 있다는 말을 들어 그곳으로 가면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친구들을 쉽게 찾을 줄 알았고 또 반드시 그들을 만나 회포를 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개봉부에서 허탕을 친 것이었다. 그들이 생활터전을 정리하고 어디론가 떠났다는 소식 만을 들었을 뿐이었다. 그 이후 두 사람의 행방을 수소문해 보았으나 도무지 오리무중이었다.
그는 그때문에 더욱 심기가 좋지 못했다. 그가 이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였다.
문득 계단쪽이 시끄러워지더니 오인의 인물이 올라왔다. 그는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앞장 선 자는 현의 비단을 입은, 얼굴이 뿌연 청년이었다. 나이는 대략 이십오륙 세 가량 되어 보였다.
그는 평소 안하무인격인 성품인지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중인들을 무시하는 표정이 배어 있었다.
그를 수행하는 듯한 네 명의 사나이들은 그를 마치 황태자라도 되는 양 모시며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거들먹거리고 있었다. 마침 주루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현의청년이 앉을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그는 시선을 한바탕 장내로 굴리더니 한 곳에 멈추었다. 그곳은 주루에서 가장 좋은 장소였다.
마침 그곳에는 삼인의 중년상인이 앉아 담소하고 있었다.
"자리를 내라."
청년은 나직하게 말했다.
자리를 내라니?
그러나 그의 뒤를 따르던 네 명의 중년인들은 예! 하고 대답하더니 성큼성큼 상인들에게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상인들은 그들이 자신들을 향해 오자 겁에 질렸다.
일견하기에도 그들 중년인들은 무사로 보였다. 상인으로서는 강호의 무사들을 겁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일어서라. 공자께서 이 자리를 쓰시겠단다."
한 명의 중년무사가 차갑게 말하자 상인들은 울상을 지었다. 아무리 무사라고는 하지만 이런 모욕이 어디 있는가?
한 명의 상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는 우리가 먼저....... 으악!"
그는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뺨을 세차게 한 대 얻어맞고 저만치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그 바람에 그의 이빨은 네 개나 부러졌다. 뿐만 아니라 온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 바람에 장내는 금세 싸늘해졌다.
그러나 중년무사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고집을 부리겠다면 목숨이 열 개인 것으로 간주하고 널 다루어주마."
그 말에 대항할 자가 어디 있겠는가?
"아, 알겠습니다. 나리........"
상인들은 저만치 날아가 혼절해 있는 동료를 이끌고 꽁지가 빠지게 달아났다.
자리는 간단히 비워졌다.
비단옷을 입은 청년은 의기양양하게 그 빈자리에 가 앉았다. 그는 장내의 소란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지극히 태연한 표정이었다.
아니, 이런 현상은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한편 장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이런 일을 보고 더욱 짜증이 나고 있었다.
그가 누군가?
대명 최고의 권력집행기관인 동창의 부영반인 것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막강한 권력의 제이인자인 것이다.
그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저들은 누구인가?"
환영이신이 대답했다.
그는 강호사정에 정통한 위인답게 즉각 그들을 알아보았다.
"예. 비단옷을 입은 청년은 종남파 출신의 무림맹 총순찰인 권왕 상관중이라는 자이고 그 옆에는 그 자의 심복들로 종남사영이라고 합니다."
"흥! 철없는 것들........"
장하영이 코웃음을 치자 삼인은 즉시 묻는다.
"훈계할까요?"
사실 황궁과 무림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었다. 따라서 건드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굳이 분란이 일어난다면 무림 쪽에서 다소 양보를 하는 것이 관례였다. 더욱이 동창 부영반인 장하영 쪽이 유리한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지금 이 순간 장하영은 모든 것이 귀찮은 심정이었다.
"놔둬라. 공연히 시끄럽게 할 필요가 없다."
"알겠습니다."
장하영은 눈길을 창 밖으로 돌렸다. 밤거리에는 불빛이 명멸하고 있었다.
낙양의 번화가에는 청등홍등이 걸리고 있었다. 가까운 환락가로부터 까르륵거리는 웃음소리가 아득히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밤 경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지금 다른 생각에 젖어 있었다.
그 옛날 불귀곡에서 헤어진 친구들을 하나 둘 떠올리고 있었다.
조천백........ 석회림........ 장천림........
너희들은 지금 어디 있느냐?
③
가신 이 그리워 눈을 감으면
뒷산에서 들려오는 소쩍새 소리
행여나 님이신가 귀 기울이면
들창에 문풍지만 혼자 울어요.
손 내밀면 쥐일 듯한 님의 숨결은
숨어든 한풍에 흩어져 가고
홀로 되어 눈물 짓는 이 내 슬픔만
새벽녘 서리 되어 흘러 내려요........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절로 코 끝이 찡해지는 슬픈 노래였다. 그 노랫소리는 강호제일루를 은은한 분위기로 만들고 있었다.
소녀는 십칠팔 세 가량 되어 보이는 가냘픈 체구로 머리는 길게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있었다.
얼굴도 청순하기 이를 데 없다. 그녀는 주루에 올라와 비파를 타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녀가 장내를 한 바퀴 돌았을 때 손님들의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짝짝짝......!
"잘 한다!"
사실 주객들은 노래보다도 소녀의 미모에 더욱 취해 있었다.
강호에는 이렇게 노래를 파는 소녀들이 있었다. 소녀도 그런 부류인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 옆에는 칠순이 넘어 보이는 늙은이가 모자를 거꾸로 들고 따라다니며 손님들에게 구걸을 요청하고 있었다.
늙은이와 너무나 대조적인 탓인지 소녀의 미모는 더욱 돋보이고 있었다. 술을 마시던 주객들의 시선은 소녀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르고 있었다.
".......!"
특히 그중에서도 상관중의 시선은 소녀에게서 떠나갈 줄 몰랐다. 그는 발견한 것이다. 마침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을 만난 것이다. 실로 생각지도 않았던 행운이었다.
그는 설마 오늘밤의 산책이 이런 좋은 결과를 낳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의 입술이 슬며시 벌어지며 웃음이 스며나오고 있었다.
'흐음........ 정말 나오기를 잘 했군.'
그의 가슴은 점차 뜨거워지고 있었다.
시종일관 소녀의 몸매를 훑어보던 그는 더욱더 몸이 달아 올랐다. 한 줌에 쥐일 것 같은 잘록한 허리, 동그랗고 팽팽해 보이는 둔부, 게다가 가슴은 벗겨 놓으면 알토란같을 것이다.
그의 눈가가 가늘게 춤추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마음에 들어하는 물건을 볼 때마다 즐겨 취하는 표정이었다.
'후후! 어디서 저런 아이가 다 나왔지? 안아보면 기가 막힐 몸매로군!'
한편 창가에 앉아있던 장하영도 소녀를 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한 가닥 의혹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소녀의 얼굴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노인의 얼굴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서서히 경악이 떠오르고 있었다.
'저들은.......!'
무엇을 발견한 것일까? 그는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이때 소녀는 노래를 한 곡(曲) 더 부른 후 사뿐사뿐 걸어 마침내 상관중의 앞까지 갔다.
"나리. 소녀에게 온정을 베풀어 주세요."
소녀가 나긋이 허리를 굽혀 절을 하자 상관중의 입술이 춤추듯 벌어졌다.
"후후! 노래 솜씨가 좋군. 네 이름이 무엇이냐?"
소녀는 수줍은 듯 고개를 떨구며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대답한다.
"소녀의 천명은....... 탁완상(卓婉霜)이옵니다."
"탁완상이라. 흐음, 얼굴 만큼 이름도 예쁘군."
그는 턱짓을 했다. 그러자 종남사영 중 한 명이 눈치를 채고 재빨리 품 속에서 은표를 꺼냈다.
"얼마를.......?"
"오백 냥을 주어라."
"옛?"
그는 깜짝 놀랐다. 기껏 노래 따위나 부르는 계집에게 오백 냥이라니?
그러나 그는 상관중의 성격을 안다. 두말 하지도 않고 즉시 은표 한 장을 찢어 소녀에게 주었다.
"넌 오늘 운이 트였다."
소녀는 기쁜 듯 입을 벌리며 절을 했다.
"감사합니다. 나리."
상관중은 내심 중얼거렸다.
'고마와 할 것 없다. 너는 그 값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소녀와 노인은 곧 밖으로 걸어내려 갔다. 그들이 나가자 즉시 상관중은 몸을 일으켰다.
한편 창가에 앉아있던 장하영도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우리도 간다."
".......?"
환영이신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묻지 않고 그들도 따라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낙양 외곽.
한적한 밤길에는 행인이 드물다. 그 길을 일노일소(一老一少)가 걷고 있었다.
얼마 전 강호제일루에서 노래를 부르던 소녀와 노인이었다. 그들은 하루의 일당을 흡족하게 채웠음인지 걸음도 가벼이 걷고 있었다.
낙양성을 빠져 나온 한적한 길이었다. 약간 이상한 점이 있다면 이들이 낙양성내로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일면으로는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밤을 틈타 벌이를 할 장소를 이동한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얼마쯤 갔을까?
".......?"
노인은 걸음을 멈추었다. 문득 맞은 편에서 사인의 그림자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났다. 그리고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
노인은 소녀의 손을 잡고 다시 걸었다. 설마하니 무슨 일이 있을려고........
노인은 가까이 다가간 순간 그들이 바로 강호제일루에서 은표를 주었던 네 명의 중년무사라는 것을 알고 어? 하고 신음을 발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슉! 슉슉!
문득 사인이 거의 동시에 손을 떨쳤다. 어둠이 짙어 그들의 손에서 무엇이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
문득 노인과 소녀는 가벼운 신음을 발하며 풀썩 쓰러지고 있었다. 인적도 없는 밤길이었다. 따라서 그들이 암습을 당하여 쓰러진다한들 달려와 볼 사람도 없었다.
네 명의 사나이는 쓰러진 소녀와 노인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신형을 날리더니 어디론가로 사라져버렸다.
그야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공연히 사람들을 암습해 놓고는 달아나 버리다니........
그러나 그 의문은 곧 풀렸다. 뒤이어 한 인영이 날아온 것이었다.
그는 즉시 땅에 떨어져 있는 소녀 만을 취해 어깨에 둘러멘 뒤 신속하게 숲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노인은 본 척도 하지 않고 내버려 둔 채였다.
인영이 소녀를 데리고 사라진 직후, 죽은 듯 누워있던 노인이 꿈틀거리더니 툭툭 먼지를 털며 일어나고 있었다. 노인은 혀를 차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쯧! 지독한 놈들이군.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독수(毒手)를 쓰다니........ 미리 방비하지 않았다면 깨끗이 저 세상으로 갈 뻔했군. 벼락을 맞을 놈들........"
문득 그는 숲 속을 바라보더니 히죽 웃는다.
"히히........ 그나저나 너도 이젠 끝이다. 이 놈아."
무슨 뜻인가?
노인은 뜻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사라지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걸어가는 동안 노인의 굽어져 있던 허리는 어느덧 곧게 펴져 있었고, 걸음걸이조차 힘차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노인, 그는 바로 조천백이었다.
"악! 나리........"
노래를 파는 소녀, 탁완상은 기겁을 하며 부르짖고 있었다. 그녀는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어찌된 셈인지 꼼작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손이 등 뒤로 묶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숲 속이다.
하늘에는 달이 떠있어 그다지 어둡지는 않았다. 따라서 주위의 풍물이 그런대로 보이고 있었다.
"후후! 화대(花代) 값을 치뤄야 하지 않느냐? 물론 너에게도 좋은 일이고."
등 뒤에서 한 가닥 들뜬 음성이 들려왔다. 바로 상관중이었다.
그의 눈은 어떤 기대감으로 열기가 올라 있었다. 지금 그는 오랫만에 취향에 맞는 계집을 목전에 두고 잔뜩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화, 화대요......?"
탁완상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맑은 눈을 굴렸다. 유난히 또랑또랑해 보이는 눈이었다. 그 눈 또한 상관중의 구미에 맞는 조건 중의 하나였다.
상관중은 침을 꿀꺽 삼켰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의 눈에 마침 좋은 것이 들어왔다. 그것은 벼락을 맞아 쓰러진 하나의 나무둥치였다.
상관중은 탁완상을 나무둥치에 엎드리게 했다.
"무....... 무엇하려는 거예요?"
탁완상은 더욱 더 기겁했다. 나무둥치에 엎드려진 자세는 그야말로 묘한 것이었다. 그녀는 손이 뒤로 묶여 있어 움직일 수가 없었으므로 더욱 당혹해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녀가 별로 놀라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달빛이 그녀의 아래로 숙여져 있는 얼굴을 비치고 있었다. 기이한 것은 그녀가 겁을 먹기는커녕 도리어 즐기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상관중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뒤쪽에 서 있었으므로 탁완상의 그런 표정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흐흐! 이제 너도 만족하게 될 것이다."
그는 음소를 흘리며 그녀의 치마를 활짝 걷어 올렸다. 그러자 탁완상의 치마 속에 있는 속곳이 드러났다. 속곳 아래로는 눈부시게 뽀얀 종아리가 보였다.
다만 종아리뿐이었는데도 상관중은 아랫도리가 불끈 일어서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야릇한 흥분을 느끼며 손을 움직여 속곳을 휙 벗겨냈다. 그러자 달빛 아래 희멀건 엉덩이가 드러났다.
마침내 탁완상의 하체가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말았다. 하늘을 향해 치켜 올려진 엉덩이는 달빛보다도 희었다. 상의는 그대로인 채 하체 만 발가벗겨진 모습은 상상 이상으로 아찔한 유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헉!"
상관중은 뜨거운 숨을 삼켰다.
이런 모습은 그에게 강한 자극을 주었다. 더욱이 한적한 숲 속에서 나무둥치에 엎어놓은 여자의 엉덩이라니........
마침내 상관중은 자신도 바지 만을 벗은 채 탁완상의 뒤쪽으로 다가갔다.
"아........"
탁완상은 사나이의 거친 동작에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상관중은 애무의 절차 따위는 완전히 무시해 버린 채 막바로 파고든 것이었다.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었다. 탁완상은 얼굴이 나무둥치에 밀려 짓이겨지고 있었으나 조금도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뒤쪽에서 강한 힘이 가해질 때마다 피부가 쓸리는 고통보다도 훨씬 더 큰 쾌감이 그녀의 전신을 경련하게 했다.
상관중은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는 여자의 긴 머리칼을 마치 고삐인 양 휘어잡고 있었고, 한 손으로는 여자의 엉덩이를 단단히 잡고 있었다.
얼마나 뜨겁게 운동하였을까? 그는 우화등선(羽化登仙)하는 기분을 느끼며 화려하게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바로 그때였다.
스슷!
미세한 인기척과 함께 그의 등 뒤로 삼인의 인영이 소리없이 나타났다. 그들은 한 명의 노인과 두 명의 청년이었다.
바로 조천백과 장천림, 그리고 석회림이었다.
"히히히! 풍경 좋군. 달밤에 숲 속에서 계집의 엉덩짝을 안고 땀을 흘리다니 정말 취미치고는 아주 괴상한 취미야. 그렇지 않은가? 천림?"
조천백의 말에 장천림은 뚫어져라 상관중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무섭게 불타고 있었다.
나무둥치에 엎어져 있는 여인은 인피면구를 쓰고 있는 화류계의 싸구려 창녀였다. 그녀가 쓰고 있는 인피면구 속의 얼굴은 얽고 각이 진 투박한 추녀일 뿐이었다.
그러나 인피면구상의 얼굴은 그가 그토록 잊지 못하는 백가소의 얼굴이었다.
백가소........
이런 모습으로 당했더냐.......?
나무둥치에 엎어져 있는 창녀를 바라보는 장천림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헉! 누, 누구냐!"
조천백의 비웃음 소리를 들은 상관중은 기겁을 하고 여인에게서 떨어졌다. 그야말로 꼴불견이었다.
그의 아랫도리는 발목 아래까지 흘러 내려져 있었고, 막 분출을 끝낸 그의 양물은 초라한 모양으로 축 늘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강호사공자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상관중은 낭패감을 느끼며 후다닥 바지를 치켜올렸다. 그와 동시에 눈을 부릅떴다.
"웬놈들이냐?"
장천림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더러운 놈. 널 죽이러 왔다."
".......!"
상관중은 안색이 싹 변했다. 그는 직감적으로 그들이 자신을 정말 죽이러 왔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쉽게 당할 상관중이 아니었다. 그의 별호가 권왕이니만큼 그의 권공(拳功)은 가히 후기지수 중의 무적이었다.
"가소로운 놈들........ 감히........"
막 주먹을 쥐고 내력을 일으키려던 그는 문득 안색이 새파래졌다. 운기한 순간 단전(丹田)이 텅 비어 있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이....... 이럴 수가.......!'
그는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이때 석회림에 의해 손을 묶인 끈을 풀어낸 탁완상이 일어섰다.
그녀는 갑갑하다는 듯이 얼굴을 쓱 문질렀다.
".......!"
인피면구 아래 드러난 그녀의 얼굴은 딴판이었다.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아니 그 얼굴은 상관중이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얼굴이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밑바닥 창녀의 흉한 얼굴이 아닌가!
"하....... 함정!"
상관중은 휘청거리며 부르짖었다. 그렇다. 그는 함정에 걸린 것이다. 눈 앞의 상대방들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치밀한 함정을 파두었던 것이다.
그는 산공독(散功毒)에 당했다.
그것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방법으로 당한 것이다. 바로 여인의 음문에 산공독을 발라놓았기에 정사를 하는 도중 그는 공력이 무산되어 버린 것이다.
"으으.......! 대체 네 놈들은 누구길래.......?"
그는 뒷걸음치고 있었다.
ㅆ....... 팟!
칙칙한 검광(劍光)이 일어났다.
"으아아악!"
상관중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놀랍게도 바지 앞자락과 함께 그의 양물이 깨끗이 잘려버린 것이다.
그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뒹구는 순간 장천림의 철검은 다시 호선을 그렸다.
고개를 떨구었던 것이 잘못이었다. 그것은 목을 쳐달라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캑........"
상관중의 수급이 저만치 굴러갔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어깨에서 분리되어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머리통 한가운데 박혀 있는 상관중의 동공은 크게 열려 있었다.
아직도 자신의 목은 어깨 위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듯이 그는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무림맹의 총순찰이라는 막강한 직위를 가진 강호사공자의 일인.
권왕 상관중은 이렇게 가장 저열한 모습으로 죽은 것이다.
④
"원상대로 해놓아라."
장하영의 음성은 착 가라앉아 있었다.
환영이신은 즉각 명대로 시행했다. 땅에 구덩이를 파고 상관중의 토막난 시신을 묻었다. 그리고 침을 퉤 뱉는 것이었다.
"지저분한 놈은 죽을 때도 지저분하게 죽는군."
그들은 장천림 일행이 사라진 뒤에 이곳에 나타났다. 그리고 장천림 일행이 땅에 매장한 상관중의 시신을 파헤쳤던 것이다.
장하영은 그 시신의 상태를 면밀히 조사했다. 그러는 사이 그의 안색은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다.
그는 본래 혈맥단에서 백호단 출신이었다. 백호단은 전술, 전략 및 기관 등의 전문가로 키워졌다.
그의 추리능력이나 분석력은 본래부터 뛰어난 편이었다. 고로 동창에서도 그의 명성은 크게 떨쳐지고 있었다.
그가 나서는 사건은 언제나 명백하게 밝혀지는 것이다.
"......."
달빛이 기울고 있었다.
장하영은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수시로 변하는 그의 얼굴은 어느 때는 심각하다가 어느 때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짓기까지 하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환영이신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도 짐작할 수가 없었다.
비록 나이는 어려도 그들은 장하영이란 존재를 언제나 두려워 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날 대명제국 창건의 일등공신인 대장군 장무혁의 독자로 어린 나이에 대명을 위해 원의 첩자로 들어갔던 인물인 것이다.
따라서 나이를 따질 수 없는 상관이자 무서운 능력의 위인인 것이다. 환영이신은 기다렸다. 그의 입에서 다음 명령이 나오기를.
이윽고 장하영은 입을 열었다.
"팔신을 소집해라. 장소는 하원객점 매화실. 내일 새벽까지다."
그 말이 끝이었다. 장하영은 명을 내리고 즉각 신형을 날려 사라졌다.
하원객점 매화실.
"......."
환영팔신은 부복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장하영이 뒷짐을 진 채 등을 돌리고 있었다.
장내의 분위기는 무겁게 깔리고 있었다.
팔신은 그가 무슨 명을 내릴 지는 몰라도 필시 아주 중요한 것일 거라는 예감에 젖어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까지 뜨거운 차 석 잔을 마실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지금 등을 돌린 장하영의 시선은 지금 창 밖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쉴새없이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이렇듯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흘리고 있다니.......
그는 무엇인가 즐거운 추억에 잠겨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대인(大人)......."
이윽고 환영일신이 침묵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오!"
그제서야 장하영은 생각난 듯이 빙글 돌아섰다. 그의 안색은 아주 밝았다.
환영팔신은 어리둥절했다. 일찍이 그들의 상전 장하영이 이렇게 밝은 표정을 보인 적은 없었던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황궁으로 돌아가라."
장하영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어검(御劍)을 풀었다.
그것은 황제가 친히 그의 무공을 포상하기 위해 하사한 것이었다.
"......!"
환영팔신은 깜짝 놀랐다. 뿐만 아니다. 장하영은 옷을 벗고 있었다. 그의 옷 안 쪽에는 날아가는 독수리 문양이 수놓아진 백색무복이 있었다.
그는 그것마저 벗고 미리 준비한 한 벌의 평범한 백삼을 걸쳐 입었다. 그는 백색무복을 탁자에 개어 놓았다.
"이 옷도 가지고 가라."
"대야!"
환영팔신은 떨리는 음성으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러나 또 있었다. 장하영은 소매 속에서 금패(金牌)마저 꺼냈다.
"이것도 필요없다. 가지고 가라."
"대야!"
이제는 심각해졌다. 그의 행동으로 미루어 지금 장하영은 황궁을 떠날 생각을 굳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야기 할 것 없다. 나는 이미 마음을 굳혔으니까. 너희들은 이 물건을 가지고 동창으로 돌아가 대영반께 이렇게 전해라. 장하영은 강호인으로 돌아간다고."
"......!"
"황궁은 나에게 어울리는 곳이 아니었다. 너희들은...... 새로운 부영반을 만나 그의 명을 받들어라."
"대, 대야!"
환영팔신은 놀라 부르짖었다.
"하하하하! 나는 꿈에도 그리던 옛 친구들을 만났다. 나는 그들과 함께 살겠다."
장하영은 감회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황궁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나에게는 감옥으로 느껴질 뿐이다. 훗훗......! 옛날부터 그랬었지. 내가 황궁을 떠나지 못한 것은 아버님 때문이었다. 아버님께서는 내가 장씨 무가를 이어주기를 바라고 계셨지."
환영팔신은 할 말을 잊은 채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길이 아님을 벌써부터 느끼고 있었다. 사람에게는 각자 길이 따로 있는 법이다. 나 장하영은 자유인(自由人)이다. 구속받고 계급이 있는 곳에서는 숨이 막혀 지내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건 너희들도 알고 있지 않느냐?"
"......."
장하영은 문득 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핫......!"
장하영은 한참 후에야 웃음을 그쳤다.
"너무 많은 말을 했다. 말을 많이 하면 즐거움이 감소되는 법이지. 할 말은 끝났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이 장하영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만일 가능하다면 등진강에 대한 건(件)은 강호에서 처리해 보겠다."
"대야!"
그러나 환영팔신이 재차 그를 불렀을 때 이미 그 자리에 장하영은 머물러 있지 않았다. 어느새 그는 열린 창문을 통하여 밖으로 신형을 날린 것이었다.
환영팔신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들은 장하영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한 번 마음먹은 것은 하늘이 무너져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너무나 급작스러운 일이었다. 환영팔신은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⑤
장천림은 혼자 있고 싶었다.
그는 상관중을 죽인 후 이상한 허탈감에 서로잡혀 있었다. 그는 조천백과 석회림에게 잠시 다녀오겠다고 이른 후 혼자 나왔다.
저자에서 그는 향 한 줌과 술 한 병을 샀다. 그리고 그가 간 곳은 낙양 교외의 한적한 야산이었다.
"......."
야산의 언덕.
하늘은 맑다. 끝없이 푸른 창천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장천림은 한동안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소.......
한 명을 죽였어.
네가 부탁한 복수는 지금부터 시작이란다. 놈을 죽인 순간 내 가슴은 찢어지는 것 같았지. 그런 놈들에게 티없이 청순한 너의 인생이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파괴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지고 이빨이 악다물려졌지.
가소.
너는 너무 일찍 죽었다. 살아서...... 이 천림이 너의 원수들을 하나 둘 처치하는 것을 꼭 너의 눈으로 직접 보았어야 하는 건데.
가소.......
장천림은 대지에 얼굴을 묻는다.
흙의 향기. 가을의 땅은 쓸쓸한 냄새를 지니고 있다. 그 향기는 지난 날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장천림은 사가지고 온 향을 끌렀다. 그는 흙을 모아 향로를 대신하여 향을 꽂았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향연 위로 백가소의 얼굴이 떠올랐다.
백가소의 얼굴은 그를 향하여 미소를 짓고 있었다.
림오빠.......
고마와요.......
장천림은 다시 얼굴을 땅에 묻었다. 오열이 어울리지 않게도 육 척의 건장한 사나이를 흔들리게 했다. 그는 한참 후에야 고개를 들고 하늘을 향하여 긴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후...... 후...... 하하하하......!"
술병을 땄다.
독한 주향이 풍겼다. 그가 막 술병을 입에 대려는 찰나 어디선가 꾸중이 들렸다.
"나쁜 녀석! 친구를 두고 혼자서만 맛있는 술을 몰래 마실 참이냐?"
"......!"
이 음성은?
그는 고개를 돌렸다. 사나이. 백의를 입은 준수한 사내 한 명이 우뚝 서 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 한데.......
문득 그는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다.
"넌...... 육백 호?"
장하영은 껄껄 웃으며 다가왔다. 그는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있었는데 장천림의 앞에 털썩 주저앉더니 보따리를 끌렀다.
"......?"
보따리 속에는 술과 안주 등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이봐. 천림. 너희들을 찾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니? 이 의리없는 놈들 같으니라구! 후후....... 하지만 결국은 찾아내고 말았지."
그는 안주를 벌려 놓더니 잔을 늘어놓는다. 그 잔은 한 개가 아니라 네 개였다.
"......?"
"천백과 회림도 곧 이곳으로 오게 될 거야."
장천림은 희미하게 웃었다.
"하영. 언제......?"
"훗! 낙양에서 너희들이 그 더러운 상관중이란 놈을 죽일 때 모두 보고 있었지."
장천림은 흠칫했다.
"내가 알기로 너는 황궁의......."
그는 말을 다 할 수 없었다.
"시끄러! 그 지긋지긋한 감옥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 지금 이 장하영은 강호인이고 야인일 뿐이야. 그리고 자네들의 친구일 뿐일세."
"......!"
장천림은 부르르 떨었다.
"후후....... 설마 너의 일에 날 끼워주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 아니 그럴 권리도 없어. 너희들이 날 거부한다면 나는 끝없이 훼방을 놓으며 다닐테니 말이야. 강호사공자가 어디 그렇게 만만한 놈들인가? 상관중이란 놈은 그 중 제일 보잘 것 없는 놈이지."
"하영......."
장천림의 눈에 이슬이 어린다. 그는 강한 사나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를 모르고 하는 말이었다. 기실 장천림은 누구보다 다정다감한 인물이었다.
다만 자라온 환경이 그를 고독하고 과묵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심경을 드러내지 않을 뿐 실제로는 무엇에나 심약한 정서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백가소의 죽음이 그의 인생을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바꾸어 놓지 못했을 것이다.
장하영은 술을 따르다 말고 장천림을 바라보았다.
"천림. 정말 보고 싶었다."
"......!"
장천림은 그를 마주 보았다. 두 사나이. 그들은 마주보는 시선 속에 뜨거운 감정을 보내고 있었다.
"하영!"
"천림!"
포옹. 사나이들끼리의 뜨거운 포옹이 이어졌다. 두 사람은 서로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며 굳세게 끌어안고 있었다.
이때였다.
"히히히! 정말 보기 좋은데?"
"껄껄! 글쎄 말이야. 이런 곳에서 사내놈들끼리 끌어안고 대체 무엇하는 짓이지?"
낯익은 음성들이다. 장하영은 벌떡 일어서더니 달려갔다.
덥썩!
세 사나이가 서로를 끌어안았다. 조천백, 석회림, 장하영, 세 사나이는 한데 어울려 언제까지고 떨어질 줄을 몰랐다.
"......."
그 광경을 바라보는 장천림의 시선은 젖어들고 있었다.
나는 외롭지 않다.......
저들이 있는 한.......
가을 하늘에 한 마리의 독수리가 비상하고 있었다. 독수리는 아득한 동쪽으로 사라졌는데 잠시 후에는 또 한 마리의 독수리가 그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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