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9일 화요일

23 소이비도 제2권 찾을 수 없는 길





찾을 수 없는 길



초류빈은 빙긋 미소를 띠며 말했다.

"대사께선 운수가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극락동자에 의해 독살된 사람은 실로 매우 보기가 흉하오."

심수 대사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초류빈은 서서히 입을 열었다.

"나는 몇 년 전에 극락동자에 의해 독살된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중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신이 검게 변했고 이내 온몸이 썩어 나중엔 뼈만 앙상하게 남았을 뿐이오. 그리고는 뼈까지 검게 변해 버렸소."

심수 대사는 심미 대사의 변한 얼굴을 바라보면서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하나 이사형께선 중독되신 지 며칠이 지났지만....."

그때, 초류빈은 감았던 눈을 번쩍 뜨며 세심히 시체를 살펴보았다.

"그렇습니다. 심미 대사께선 중독된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 무서운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소. 대사께선 무엇 때문인지 모르시오?"

심수 대사가 고개만 끄덕여 보이자, 초류빈은 정색을 하고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했다.

"그것은 심미 대사께서 또 한 가지 무서운 독에 독살되었기 때문이오."

심수 대사는 대경실색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초류빈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심미 대사께선 비록 극락동자의 오독수정에 중독되기는 했으나 독상은 그리 깊지가 않았소. 게다가 심후한 내력으로 독물을 체외로 밀어내 돌아올 때까지 독성이 발작하지 않았던 것이오."

심수는 이해하겠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초류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흉수는 심미 대사가 비밀을 폭로할 것이 두려워 다시 극히 무서운 독으로 심미 대사를 해친 것이오."

심수 대사는 의혹스런 표정으로 재차 물었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매우 많소. 그런데 어째서 또 독을 사용한 것일까요?"

"그것은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서 사람을 죽이든 자연 흔적이 남게 되기 때문이오. 심미 대사가 중독되었다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 아닙니까. 그래서 그 흉수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다시 독을 사용한 것이오."

심수 대사는 초류빈의 말이 모두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면 모든 사람들은 이사형이 극락동자의 독에 의해 죽었다고만 생각할 뿐 더 이상 흉수를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요."

초류빈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흉수는 비록 수법이 매우 세밀하고 노련했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심수 대사는 긴장하며 흥분한 신색으로 황급히 물었다.

"그것이 무엇이오?"

"그것은 바로 어떠한 독이건 간에 서로 상극된다는 것이오. 흉수가 내린 독이 오독수정독의 독성보다 강했기 때문에 심미 대사의 유체는 아직까지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던 거요."

심수 대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뜻은 알겠소. 하지만 독을 내린 자가 누구인지는 알 길이 없잖습니까?"

초류빈의 표정은 더욱 신중해졌다.

"대사께서는 심미 대사가 돌아오신 후 무엇을 복용했는지 아시는지요?"

심수는 눈동자를 굴리며 기억하려 애쓰더니 이내 생각이 났는지 입을 열었다.

"복용하신 거라고는 약 한 사발뿐이오."

"그 약을 누가 복용시켰습니까?"

"그 약은 칠사제 심감이 지은 것이고 먹이기는 사사형인 심촉(心觸)과 육사제 심등(心燈)이오."

심수 대사는 암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므로 그들 세 사람에게 모두 독을 쓸 기회가 주어진 것이지요."

초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천하의 독은 크게 나누어 두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 독약은 무색무미하지만 중독된 사람으로 하여금 처참히 죽게 할 수 있소. 이러한 독은 비단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무서운 독성은 천하의 모든 사람에게 경계심을 갖게 하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심수 대사가 급히 물었다.

"그 오독수정독은 물론 그러한 독에 속하는 것이겠군요?"

초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대답한 초류빈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또 한 가지의 독은 무색무미는 아닐지언정 독살된 사람으로 하여금 죽은 후에 아무런 이상도 나타나게 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독살되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게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럼 심미 사형을 독살한 사람이 바로 그러한 독을 사용했단 말입니까?

"바로 이 두 가지 독의 독성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서로 상극되는 것입니다. 첫 번째의 독도 무섭기는 하나 두 번째 독은 더욱 무서운 것으로 강호 중에서 그러한 독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한 그는 심수 대사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물었다.

"소림의 문하 중에서 독에 대하여 잘 아는 사람은 몇이나 있습 니까?"

그러자 심수 대사는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더듬거렸다.

"그것은....."

"소림사는 강호의 영도자격이며 무림의 정종으로써 물론 독에 대해선 금기로 삼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소."

잠시 머뭇거리던 심수 대사는 어떤 결단을 내린 듯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꺼냈다.

"소림의 칠십이 절예 중에 독이라는 것은 없소이다."

"심촉 대사와 심등 대사는....."

초류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심수 대사가 급급히 말을 받았 다.

"사사형께선 아홉 살 때 이미 삭발을 하셨으며 육사제는 강보에 싸인 채로 불문에 들어왔소. 그들 두 사람은 아마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독약을 보지도 못했을 것이오."

초류빈은 담담히 웃었다.

"그러면 독을 내린 자가 누구겠소?"

순간, 심수 대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럼 칠사제 심감의 짓이란 말이오?"

초류빈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심감 대사는 중도에 불문에 들어왔고 불문에 들어서기 이전에는 칠교서생(七巧書生)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독의 대가였던 것이다.

심수 대사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는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심감이.....

작은 정자 밑에 다섯 명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장문인 심호 대사를 위시하여 심촉 대사, 심등 대사, 심감 대사 그리고 백요생 등 이 모여 앉아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것같이 보였다.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굳어져 있어 주위의 공기마저도 그들 의 표정에 의해 응결된 것 같은 기분을 자아냈다. 낭천은 정자의 한구석에 있는 기둥 옆에 쓰러져 있었는데 머리를 들 기운조차 없는 듯 축 늘어져 있었다.

심호 대사는 낭천을 한참 동안이나 내려다보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백요생에게 말을 건넸다.

"초류빈의 표정이 어떠했소? 나올 것 같소?"

백요생은 자신이 있는 듯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그가 친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인물이라고 생각하오?"

백요생은 여전히 빙글거리고 있었다.

"도둑질에도 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심호 대사는 장탄식을 터뜨리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이오."

이렇게 말한 그는 그 자리에서 돌부처처럼 굳어졌다. 그의 눈에 심수 대사가 나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심수 대사는 이때 이 미 원내로 들어서고 있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초류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심호 대사는 매우 반가운 듯 급히 마중을 하면서 물었다.

"별고 없었는가?"

심호 대사는 소림의 장문인으로서 추호의 손색도 없는 인물답게심수 대사를 보자마자 우선 그의 몸부터 걱정을 한 것이다.

심수 대사는 공손히 합장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사형의 관대한 배려에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제가 무사히 나왔습니다."

이때 심감 대사가 심수에게 다가오며 궁금한 얼굴을 감추지 못 하며 물었다.

"초류빈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심수 대사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그는 이미 장경을 가지고 갔네."

심감 대사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뭐라고요? 어떤 장경을 가지고 갔습니까?"

그의 표정은 심수 대사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 다.

"장경각에서 잃었던 것 말일세."

순간 심감 대사는 얼굴에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며 이어 냉랭하게 웃었다.

"장경을 훔쳐 간 자가 바로 그였군요. 그런데 사형께선 어찌하 여 그를 가볍게 놓아 주었습니까?"

"그것은 장경을 훔쳐 간 자가 바로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일세."

이렇게 말한 그는 심감 대사의 속마음을 꿰뚫기라도 할 듯이 그의 표정을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말했다.

"장경을 훔쳐 간 자가 바로 이사형을 해친 흉수일세. 이사형께 서 그 흉수의 비밀을 발견하자 그는 자신의 비밀이 탄로날까 봐 이사형을 해쳐 입을 막은 것이지...하지만 그 흉수는 초류빈이 아니다."

심감 대사의 얼굴이 핼쓱하게 굳어지며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 다그쳤다.

"그럼 그게 누굽니까?"

심수 대사의 눈엔 그의 표정이 매우 불안해 보이는 것을 꿰뚫어 보며 두 눈으로 무서운 살기를 내뿜었다.

"바로 네놈이다!"

심감 대사의 얼굴이 변하면서 가벼운 경련이 일어났다. 그러나 애써 태연을 가장하며 말했다.

"아니...오사형께선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제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심수 대사는 냉막하게 소리쳤다.

"네가 모르면 누가 안단 말이냐!"

이미 모든 것이 판명되었는데도 시치미를 떼려 하는 심감 대사의 목을 당장에 잘라도 시원치 않을 것 같았다.

심감 대사는 더 이상 심수 대사와 대항할 용기가 없었다. 그는 급히 몸을 돌려 심호 대사를 향해 공손히 예를 취했다.

"대사형께선 이 일을 원만히 해결해 주십시오. 제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당치 않은 모함도 있습니까? 제자 정말 로 억울합니다."

심촉과 심등 그리고 백요생도 이 갑작스럽고도 믿어지지 않는 일에 대해서 크게 놀라 잠시 동안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심호 대사 역시 의외가 아닐 수 없었던지 극도로 창백해져 신음을 하듯 입을 열었다.

"이사제는 분명히 초류빈의 독수에 당했는데 자네는 어찌하여 그를 감싸고 도는가?"

이때 백요생이 급히 말을 받았다.

"만약 소생의 기억이 틀림없다면 심수 사형께서는 과거 초류빈과 같은 관직에 있었던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심감 대사는 분에 찬 어조로 소리쳤다.

"오사형께서도 초류빈의 속임수에 넘어간 것 같습니다."

심수 대사는 주위의 여러 사람의 말에 상관하지 않고 살기어린 어조로 말했다.

"이사형께서 돌아가시게 된 원인은 극락동자의 오독수 때문이 아닙니다."

심수 대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심감 대사가 급히 끼여들었다.

"사형께선 그것을 어떻게 단정지을 수가 있습니까?"

심감 대사는 심수 대사를 완전히 적대시하고 있었으나 심수 대사는 냉랭하게 코웃음을 날렸다.

"흐흥! 어리석은 놈! 너는 네가 한 짓이 영원히 감추어질 줄 알았느냐? 이사형께서 임종하시기 전에 한 가지 남기신 물건을 잊진 않았겠지?"

이렇게 소리친 그는 품속에서 심미 대사의 독경잡기를 꺼내 들었다.

심호 대사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물었다.

"그게 무엇인가?"

"이사형께서는 본사를 떠나시기 전에 이미 장경을 훔쳐 간 반역자가 누구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다만 너무나 착하신 이사형께선 사실을 증명하시지 않고 또 반역자의 이름을 밝히시기도 원치 않으셨기 때문에 만일에 대비해 이 책에다 이름을 남기셨던 것입니다."

심호 대사의 안색이 재차 변했다.

"아니, 그것이 사실인가?"

심감이 다시 끼여들었다.

"거기에 진짜 나의 이름이 적혀 있다면 저는 기꺼이....."

심수 대사는 냉랭하게 웃었다.

"흥! 기꺼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네놈이 비록 이름이 적혀 있던 마지막 장을 찢어내긴 했지만 너의 그 교활한 심보를 잘 알고 계신 이사형께서 또 한 장에다 이름을 써 놓았다는 사실을 몰랐구나."

심감은 대경실색하여 갑자기 심호 대사의 앞에 엎드리더니 떨리는 음성으로 소리쳤다.

"오사형께서는 외인과 내통하여 제자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합니다. 대사형께선 통촉해 주십시오."

심호 대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시선을 백요생에게로 옮겼다.

백요생은 주위 사람을 한 번 둘러보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

"백지 위에 비록 검은 글자가 쓰여져 있다고 해도 그것은 누구나가 다 쓸 수 있을 것이오."

심감 대사가 얼른 맞장구를 쳤다.

"그렇습니다. 설사 이사형의 책에 저의 이름이 쓰여 있다 해도 그것을 이사형께서 쓴 것이라고 어떻게 증명할 수가 있습니까?"

백요생이 담담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듣자하니 초탐화는 문무를 다 갖춘 자로서 특히 서예에 조예가 깊고 명가의 글이라면 모두 배웠다고 하오."

심감 대사가 다시 말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그러한 그가 한 사람의 필적을 모방한다는 것은 더할 수 없이 쉬울 것입니다."

심호 대사는 심수 대사를 똑바로 쳐다보며 꾸짖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자네는 평소에 매우 신중했거늘 오늘은 어째서 이렇게 경솔한 짓을 하는가?"

그러나 심수 대사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강경하면서도 공손하게 말했다.

"사형께서 만약 이 증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또 다른 증거를 대겠습니다."

"어서 말해 보게."

"원래 이사형의 방에 있던 달마역근경도 이미 없어졌습니다."

심호 대사는 아연실색하여 다그쳤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심수 대사는 엄숙한 표정을 짓고 우렁찬 음성으로 대답했다.

"초탐화는 그 장경이 아직 본사에서 나가지 못했으며 필시 심감의 방에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제자는 이미 일진과 일균을 시켜 심감의 방을 감시하도록 시켰습니다."

심감 대사는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여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사형께선 그의 말을 믿지 마십시오. 모든 것이 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귀를 기울일 가치조차 없습니다."

이렇게 소리친 그는 급히 밖으로 달려갔다.

장내의 대사들이 제각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이 뜻밖의 일을 긍정하려 들지 않았으나, 심수 대사의 얼굴엔 묘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는 가슴이 요동침을 느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눈앞의 일이 모두 사실이건만 심수 대사 역시 지금의 이 일들이 사실이 아니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심감이 바로 장경을 훔치고 이 사람을 죽인 흉수라니...앞으로 닥쳐올 일들이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다.

우선 자신도 소림의 한 제자로서 소림사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소림의 장문인 심호 대사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즉시 몸을 날려 심감 대사의 뒤를 따랐다. 그 역시 심감 대사가 자신을 배반했다는 치욕감에 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심감 대사는 정자에서 뛰어나와 단숨에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심감 대사의 방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그는 방안으로 뛰어들자마자 일장을 밀어내 목함을 부수었다. 과연 그 안에는 바로 심미 대사가 아끼던 역근경(易筋經)이 들어 있었다. 심감 대사는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미친 듯이 소리쳤다.

"이것은 본시 이사형의 방안에 있던 것인데 그들이 나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일부러 이곳에다 갖다 놓은 것입니다. 대사형께선 절대로 그들의 속임수에 넘어가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닥쳐라! 내 너에게 한 가지 묻겠다. 너는 역근경이 이 목함 속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어찌하여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이 목함을 부순 것이냐?"

그러자 심감 대사는 그 자리에 선 채 멍청해지며 대꾸할 말을 잊었다. 아니, 더 발악을 할 용기를 잃은 것이다.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눈총이 얼굴과 가슴 구석구석을 날카롭게 찔러오자, 그는 시커먼 절망의 막이 서서히 자신을 덮쳐 오고 있음을 느꼈다.

심수 대사는 심호 대사의 표정을 살피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초탐화는 이러한 방법을 써야만이 그의 혐의를 증명할 수가 있다고 제게 말해 주었습니다."

이때, 웃음 섞인 호탕한 음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저의 그러한 방법은 매우 모험적인 것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걸려들지 않았다면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동시에 초류빈의 모습이 장내에 나타나자 심호 대사는 장탄식을 터뜨리며 공손히 합장의 예를 취했다.

초류빈도 급히 포권의 예를 취해 답례를 했다. 쌍방간의 이 예의에는 숱한 대화가 포함되어 있었고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심감 대사는 서서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심촉 대사와 심등 대사가 이미 그의 퇴로를 막고 있었다. 두 사람의 표정은 매우 엄숙했다.

심호 대사는 부드득 이를 갈며 소리쳤다.

"단악! 소림은 오늘날까지 너를 후하게 대해 왔거늘 너는 무엇이 부족하여 이같은 일을 겁없이 저지른 것이냐?"

단악은 바로 심감 대사의 속명이다. 심호 대사가 그를 속명으로 부른 것은 이미 그를 불문에서 축출시켰다는 의미를 지닌 것이다.

단악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제자...잘...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는 땅에 엎드리더니 애걸을 하기 시작했다.

"제자는 사실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은 것입니다. 그에게 현혹당해 그만...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대사께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심호 대사는 눈을 휘둥그래 뜨고 대노하여 소리쳤다.

"누구에게 지시를 받은 것이냐?"

이때 백요생이 심호 대사에게 가까이 다가서면서 입을 열었다.

"누가 그를 지시했는지 소생은 대략 짐작이 갑니다."

심호 대사는 의아해하며 급히 다그쳤다.

"선생께선 어서 얘기해 보시오."

백요생은 음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흐흐흐...바로 나요."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백요생에게 집중되었다. 이때, 심호 대사의 안색은 누구보다 크게 변해 있었다. 백요생의 손이 이미 심호 대사의 병풍, 천정, 부분, 백호의 사대 혈도를 찍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안 심수 대사는 대경실색하여 소리쳤다.

"이제보니 심감을 지시했던 자가 바로 당신이었군!"

심수 대사는 물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백요생을 향해 싸늘한 살기를 폭사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백요생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가벼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소생은 그저 귀사의 장경을 한번 구경해 보고 싶었을 뿐이오. 흐흐흐...여러분들이 이렇게 소심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구려."

심호 대사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떠올랐다.

"흐흠, 나는 당신과 수십 년을 사귀어 왔지만 당신이 이렇게 나를 배신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소."

백요생은 장탄식을 터뜨리면서 말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소. 하지만 단악이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내가 만약 그를 도와주지 않으면 그는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을 거요."

"하지만 이젠 그 누구도 그를 구할 수 없게 되었소."

이때였다. 엎드린 채 용서를 빌던 단악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부리나케 뛰어나와 역근경을 집어 들고 음흉하게 웃었다.

"흐흐흐.....당신들의 말이 맞소. 이젠 누구도 나를 도울 수가 없으며 또 도울 필요조차 없소. 자! 이젠 장문인께서 우리를 산 밑까지 좀 바래다 주어야겠소. 당신들이 만약 장문인을 살리고 싶다면 경거망동을 삼가하시오."

심수 대사는 화가 치밀어 전신이 심하게 떨렸지만 장문인의 앞이어서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또한 심수 대사뿐만 아니라 다른 소림의 제자들도 심감 대사가 물어뜯고 싶도록 밉고 저주스러웠지만 감히 나서질 못했다. 장내는 무거운 침묵으로 사람들의 표정도 침통하게 굳어져 있었다.

잠시 후, 심호 대사는 소림의 제자들을 한 번 휘둘러보더니 명령조로 소리쳤다.

"자네들은 나의 말을 명심하게. 만약에 자네들이 소림을 중요시한다면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어서 이 반역자를 처치하게."

그러나 백요생은 느긋한 미소를 띠고 입을 열었다.

"대사께서 뭐라고 하시든 간에 저 사람들은 대사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하지는 못할 것이오. 흐흐흐...소림 장문인의 목숨 하나가 소림사의 모든 제자들의 목숨보다 더 중요하니까....."

그러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백요생의 마지막 한마디가 끝나는 순간 그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가 싹 가셔지고 몸이 석상처럼 굳어졌다.

순간, 칼빛이 번쩍하더니 비도탈명이 이미 날아가 백요생의 목에 여지없이 꽂히고 말았다. 어찌나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든지 초류빈이 어떻게 칼을 던졌는지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백요생은 심호 대사를 방패로 삼고 있었고 그의 목은 바로 심호 대사의 목 옆에 있어 수시로 심호 대사의 목 뒤로 자신의 목을 숨길 수가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감히 누가 경거망동을 할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칼빛이 번쩍하고 백요생이 미처 피하기도 전에 초류빈의 비도는 이미 백요생의 목에 관통되고 말았던 것이다. 심수 대사와 심촉 대사, 그리고 심등 대사는 본능적으로 몸을 날려 심호 대사를 보호했다.

백요생은 튀어나올 듯한 눈동자로 초류빈을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 얼굴이 경련에 따라 점점 일그러져 갔고 경악과 회의 그리고 의혹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는 초류빈의 비도가 자신의 목을 관통시킬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한참 동안이나 초류빈을 노려보던 백요생은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입을 실룩거렸으나 그의 입에서는 그 어떤 말도 나올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를 응시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백요생이 하고자 하는 말의 뜻을 입모양만으로도 짐작했다.

'내가 잘못했다...내가 잘못 생각했던 거야.'

그렇다. 백요생은 확실히 잘못 생각한 것이 있었다. 결국 자신의 꾀에 자신이 속은 것이라고 할까. 이윽고 백요생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졌다.

초류빈은 장탄식을 터뜨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저놈은 병기보를 만들어 천하의 병기를 비평하면서 무림의 지자(智者)로 군림해 오더니 결국 자신이 비평을 하던 병기에 의해 죽을 줄이야....."

초류빈의 비도는 백요생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더욱 신속하고 정확했던 것이다.

심호 대사는 초류빈의 앞에 합장의 예를 취했다.

"노승도 잘못 생각했었소."

이렇게 말하던 그는 갑자기 아연실색하면서 소리쳤다.

"반역자!"

단악은 어느새 방에서 빠져 달아난 것이다. 사실 단악이란 사람은 기회를 놓칠 리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반응이 빠를 뿐만 아니라 신법도 신속해 단숨에 마당으로 달려나간 것이다.

소림의 많은 문하들은 아직 이 일에 대해서 알지 못했고 설사 그를 보았다 해도 막지 못한다. 소림의 수석대사의 앞길을 누가 감히 막겠는가.

심감 대사 단악이 막 정자를 통과할 때 낭천은 마침 있는 힘을 다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백요생과 단악의 점혈수법이 비록 중하기는 했지만 가끔 그 효과를 잃을 때가 있었던 것이다.

낭천이 일어나는 모습을 발견한 단악의 두 눈에 즉시 살기가 번뜩였다. 지금 자신은 비록 쫓기고 있는 몸이지만 자신의 가슴을 무겁게 메우고 있는 모든 울분을 낭천의 몸에다 발산하리라고 마음을 다졌다.

단악은 몸을 잽싸게 날려 낭천에게 덮쳐 갔다. 이 때의 낭천은 전신에 아무런 기력도 없었고 마치 한 뭉치의 솜덩어리와 다를 바 없었다. 잔뜩 울분에 찬 단악이 이렇게 무기력한 낭천을 처치한다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단악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소림신권을 격출했다. 단악이 소림사에 들어온 지 이미 십여 년이 지났고 또 그 시간을 결코 헛되게 보내지 않았다. 소림신권은 당시 천하를 진동시키고 있는 매우 위력있는 공력으로써 그 힘은 더할 수 없이 강하여 낭천과 같이 무기력한 사람을 처치하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단악의 손이 낭천을 향해 덮치는 순간, 아무 힘도 없어 보이는 낭천의 팔도 앞으로 뻗쳐졌다. 낭천의 동작은 비록 느렸지만 마지막 순간에선 단악보다 빨랐다.

단악이 손을 내뻗는 다음 순간 그는 갑자기 목이 싸늘해지면서 심한 통증과 호흡이 정지되는 것을 느꼈다. 마치 마귀의 날카로운 손에 자신의 목이 여지없이 잡힌 것 같았다. 그의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기 시작했으며 그의 두 눈엔 경악과 회의 그리고 불신의 빛이 역력했다.

단악 역시 낭천의 동작이 얼마만큼 빠르고 유력한 것인지 이제야 깨달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청년이 무엇으로 자신의 목을 찌른 것인지 그는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었다. 이윽고 단악의 분노에 어린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더니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낭천은 난간에 기댄 채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이때, 단악을 뒤따라 달려온 심호 대사 일행이 이 광경을 보고 대경실색하며 그 자리에 굳어졌다.

그들은 역시 이 청년이 이렇게 허약한 중에서도 악에 받친 단악을 쓰러뜨릴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엄청난 일이었다.

단악의 몸에선 뜨거운 선혈이 쉴새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목 가운데엔 엄지손가락 굵기의 고드름이 꽂혀 있었다. 이때, 고드름은 뜨거운 피에 의해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정자의 바로 밑엔 많은 고드름이 맺혀 있었다. 낭천은 바로 그 중의 하나를 끊어 소림사의 칠대 고수인 심감 대사의 목숨을 빼앗은 것이다.

심호 대사는 낭천의 창백한 얼굴을 멍하니 바라볼 뿐 일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낭천은 소림사의 사람들은 보지도 않고 그저 초류빈만을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창백한 그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떠올랐다. 초류빈도 따라 웃었다.

심호 대사는 이제야 나직한 음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두 분께선 노승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낭천이 고개를 돌리며 심호 대사를 향하여 냉랭히 소리쳤다.

"초류빈이 매화도입니까?"

심호 대사는 당황했으나 이내 침착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그럼 내가 매화도인가요?"

"시주도 또한 아니오."

낭천은 심호 대사를 무섭게 쏘아보며 다그쳤다.

"그렇다면 이제 우린 가도 좋습니까?"

심호 대사는 만면에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러나 시주께선...행동이 불편하실 것 같은데...우선....."

그러나 심호 대사의 의도를 안 낭천은 그가 말을 다하기 전에 차갑게 소리쳤다.

"대사께서는 염려하시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직은 걸을 수 있습니다. 설사 걷지 못한다 해도 나는 기어서라도 이 산을 내려갑니다."

심촉 대사와 심등 대사도 고개를 떨구었다. 수백 년 이래 소림사의 장문인에게 감히 이렇게 무례하게 대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입이 열 개라도 입을 열지 못할 형편이었다.

낭천은 초류빈에게 다가가 덥석 손을 움켜잡더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낭천은 더욱 가슴을 폈다. 이 청년의 몸은 쇠로 만들어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 더할 수 없이 큰 학대를 해도 그를 결코 굴복시킬 수 없었다.

초류빈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돌려 심수 대사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대사들께선 저희들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훗날 다시 만나뵙겠습니다."

심수 대사가 급히 따라 나서며 말했다

"제가 배웅해 드리겠소."

초류빈은 빙그레 미소를 짓고 대꾸했다

"성의는 대단히 고맙습니다. 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대사께선 조금의 염려도 마십시오."

"그러시다면 내 염려하지 않겠소. 편히들 가시오."

초류빈과 낭천이 멀어지자 심호 대사는 그제야 장탄식을 터뜨렸다. 그는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지금의 심정은 더할 수 없이 괴로워 견디기 어려웠다.

심촉 대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형께선 그를 보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심호 대사는 침통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째서 그런가?"

"초류빈이 비록 장경을 훔치지 않았고 이사형을 살해한 흉수도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그가 매화도가 아니라고는 단정할 수가 없잖습니까?"

심호 대사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해야 그가 매화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으로서는 그가 진짜 매화도를 찾아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심호 대사는 다시 탄식을 터뜨리면서 말했다.

"그는 반드시 진짜 매화도를 찾아낼 것일세. 그리고 이곳으로 보내 줄 거야. 우리는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네. 다만 나머지 여섯 부의 장경을....."

한 부의 장경을 훔쳐 간 자를 이미 찾아냈지만 나머지 여섯 부의 장경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들은 여섯 부의 장경을 다른 누구인가에게 넘겨준 것이다. 그러나 그게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는 것이다. 이 사건의 뒤에는 또 다른 주모자가 존재한다는 것인가.....

초류빈은 걷기를 싫어했다. 특히 살을 에이는 듯한 엄동설한에 눈이 쌓인 빙판을 걷는 것은 더욱 싫어했다. 하지만 그는 걸어야만 했다. 지금으로선 당장 어디에서 말이나 마차를 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낭천은 걷는 데 숙달이 된 듯 아무 부담감없이 걸음을 옮겼다. 길을 걷는다는 것이 다른 사람에겐 일종의 노동일 수가 있지만 그에게는 차라리 휴식이었다.

낭천은 한걸음씩 옮길 때마다 그만큼 힘이 솟았다. 그의 걸음은 그다지 빠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느린 편도 아니었다. 걸음걸이가 마치 가벼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듯이 매우 경쾌해 보였다. 그들 두 사람은 그동안 자신들이 겪었던 일에 대해서 모두 얘기했다.

초류빈은 먼 곳을 바라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는 나나 자네가 모두 매화도가 아니라고 했는데 그럼 매화도는 누구란 말인가?"

낭천은 시선을 먼 곳에다 멈추고 대답했다.

"매화도는 이미 죽었습니다."

초류빈의 얼굴에 불신의 빛이 떠올랐다.

"아니...그것이 정말인가? 그럼 자네가 죽인 사람이 정말 매화도란 말인가?"

낭천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초류빈은 갑자기 환한 미소를 띠고 물었다.

"자네는 매화도가 어쩌면 남자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낭천이 의아해하자 초류빈은 농담을 하듯 여전히 빙글거리며 계속 입을 열었다.

"남자가 아니면 물론 여자지....."

낭천은 더욱 알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여자가 여자를 강간할 수 있습니까?"

"그것이 바로 그 여자가 펴놓은 연막전술일 수도 있지. 그렇게 하면 매화도가 여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 아닌가."

낭천은 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자가 어떻게 동성인 여자를 강간할 수 있습니까?"

초류빈은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그의 표정은 농담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자도 여자를 강간할 수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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