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9일 화요일
37 소이비도 제3권 죽음의 목소리
죽음의 목소리
초류빈은 곽숭양의 시체를 보며 길게 탄식을 터뜨렸다.
"그렇다. 나는 확실히 한걸음 늦게 왔다."
"그런데 죽은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할 수 있다는 건가요?"
초류빈의 표정은 비통에 가득차 있었다.
"어떠한 말들은 얘기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설영령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데 저는 어째서 알 수가 없죠?"
설영령은 갈수록 의혹스러워져 괜히 무섭기조차 했다. 사람이란 본래부터가 자신이 모르는 일에 대해선 십중팔구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다.
설영령이 말을 잃고 침묵을 지키자 초류빈이 온화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영령, 너도 그가 뭐라고 했는지 알고 싶으냐?"
설영령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초류빈을 똑바로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초류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는 너에게도 얘기를 해 주었다. 그러나 너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까닭에 듣지 못한 것뿐이다. 죽은 사람이 남긴 말은 때때로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말이 될 수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생명과 바꾼 교훈이기 때문이다. 네가 만약 죽은 사람이 한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아마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순간 설영령의 입술은 물론이고 얼굴까지 하얗게 변했다.
"그렇지만 죽은 사람의 말을 어떻게 들을 수 있다는 거죠?"
초류빈은 다시 긴 탄식을 터뜨렸다.
"죽은 사람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지. 하지만 인간이 태어나 몇 년을 더 살고 편히 지내고 싶으면 죽은 자의 말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아니, 이 방법을 배워야 하지."
초류빈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고 이 말이 농담이라는 것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설영령은 절로 감동을 한 듯 떨리는 음성으로 되물었다.
"그것을 어떻게 하면 배울 수 있죠? 제게 가르쳐 주시겠어요?"
"자, 그렇다면 자세히 한번 들어 보아라."
설영령은 그의 말대로 두 눈을 꼭 감은 후 온 정신을 귀에다 집중시켰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었다. 설영령의 표정에 의혹이 스치고 지나가자 초류빈이 다시 말했다.
"비단 귀를 써야 할 뿐 아니라 눈도 사용해야 한다."
설영령은 그의 말을 듣자 다시 눈을 떴다. 이 순간 곽숭양의 전신이 그의 시야로 들어왔다. 원래 곽숭양이 입고 있던 검은 옷은 검에 의해 조각조각 찢겨져 나가 있었다. 거기에다 강한 폭포에 휘말려 지금은 거의 벌거숭이 상태였다. 곽숭양의 몸은 모두 세찬 물에 의해 씻겨 변해 버렸고 검에 찔린 곳은 살갗이 뒤집혀져 있었으나 피는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자, 넌 무엇을 보고 또 무엇을 느꼈느냐?"
설영령은 마치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곽숭양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입을 떼었다.
"저는...그의 몸에 열아홉 군데의 상처가 있는 것을 보았어요....."
초류빈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다!"
설영령은 계속해서 말했다.
"이 상처들은 모두 검에 의해 난 상처들로써 그것도 매우 가늘고 예리한 검에 의해서 난 상처예요."
초류빈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
"곽숭양의 몸에 난 상처들은 모두가 매우 짧고 또 깊지가 않아요. 그러므로 필시 검의 예리한 끝부분에 의해 난 것일 거예요."
초류빈은 다시 물었다.
"넌 무엇으로 꼭 검의 끝이라고 단정하는 거냐?"
설영령은 계속 곽숭양의 시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것은 칼이나 창의 끝이 그처럼 예리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초류빈은 감탄한 듯 말했다.
"매우 잘 보았다. 넌 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설영령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빙그레 웃었다.
"그렇다면 그를 죽인 자는 형무명이 분명하겠군요. 상관금홍이 쓰는 병기는 검이 아니고 용봉환이니까요. 아니 상관금홍은 어쩌면 오지 않았는지도 모르죠."
그러자 초류빈은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이곳에 오기는 했지만 손은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설영령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서 말했다.
"아니, 그러고 보니 이 검상들은 모두 비스듬히 나 있는데 윗부분이 비교적 깊고 밑부분은 얕군요."
"오냐, 맞았다."
설영령은 총명하게 눈알을 굴리며 열띤 음성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보아 상대의 검은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이러한 검법은 매우 독특한 것으로 형무명의 독문 검법이 분명해요."
초류빈은 갑자기 탄식을 터뜨리며 표정을 어둡게 바꾸었다.
"그렇다. 형무명의 검법은 비단 오묘하고 괴이할 뿐 아니라 사람의 상상을 벗어난 검법이다."
초류빈은 곽숭양의 몸에 난 상처를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자, 이곳에 난 상처들을 한번 봐라. 이 일검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온 것이라면 결코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 상처도 밑부분이 매우 깊다. 이것으로 보아 상대의 이 일검도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설영령은 모든 것을 납득한 듯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맞았어요."
"이것으로 미루어 보아 형무명이 손을 쓴 부위는 무릎보다 더 얕은 곳이라는 걸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사용한 것도 완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설영령이 고개를 끄덕이자 초류빈이 다시 말했다.
"네가 본 것은 단지 그의 정면뿐 그의 등뒤에도 일곱 군데의 상처가 나 있다. 곽숭양의 공력 정도라면 상대에게 등을 내줄 리는 절대 없다."
설영령은 높은 어조로 맞장구를 쳤다.
"맞았어요. 제가 남과 싸운다 하더라도 상대에게 등을 보이진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등에 난 상처는 두 사람이 스쳐 지나갈 때 생긴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형무명의 검은 자신의 겨드랑이 밑을 향해서야만 상대를 죽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초류빈은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 길게 탄식을 터뜨리더니 다시 이었다.
"겨드랑이를 통해 손을 쓴다는 건 매우 드문 검법이다. 그런데 그 중 가장 이상한 것은 바로 등에 난 상처도 밑에서부터 위로 생겼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보아 형무명은 두 사람이 스쳐 지나갈 때 검을 고쳐 쥐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넌 그의 동작이 얼마나 신속한지 한번 생각해 보아라."
설영령은 그의 장황한 설명에 취한 듯이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마쯤 지났을 때에야 그녀는 겨우 한숨을 휴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제 보니 그는 당신에게 이런 것을 말해 주었군요."
초류빈은 암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공력으로 이처럼 많은 상처를 입을 수가 없었다."
설영령은 다시 소리쳐 물었다.
"아니 그것은 무엇 때문이죠?"
초류빈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심장하게 굳어졌다.
"고수의 대결에선 단 일 초로 승부가 결정나는 법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상대의 공력에 빈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절대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초류빈의 얼굴은 다시 고통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한번 잘 생각해 보아라. 그의 숭양철검은 이십 년 동안이나 무림에 그 명성을 떨쳤다. 검법 한 가지만으로 논해도 당금 무림에저 첫손가락에 꼽히는 고수인데 어째서 단 한 번의 싸움에서 스물여섯 번의 허점을 보일 수가 있겠느냐?"
설영령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그렇군요. 그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로군요."
초류빈은 다시 이었다.
"그리고 형무명의 검법이 비록 악랄하기는 하지만 곽숭양의 몸에 낸 것은 모두 가벼운 것이다. 그런데 형무명은 스물여섯 번의 허점을 발견했으면서도 곽숭양을 일검에 찔러 죽이지 못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말 그렇군요. 그것은 또 무엇 때문일까요?"
초류빈은 무겁게 탄식을 터뜨리더니 암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은 곽숭양이 고의로 스물여섯 번의 허점을 내보였다는 결론이다."
설영령은 깜짝 놀라며 다그쳤다.
"일부러 허점을 내보였다니 그건 무슨 말이죠?"
초류빈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바로 허점을 일부러 내보였기 때문에 매번 피할 수 있었고 그런 까닭에 몸에 난 것도 경상이다. 알겠느냐?"
설영령의 얼굴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가 그렇게 한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죠?"
초류빈은 일순 말을 잊고 곽숭양의 시체를 내려다보다가 무겁게 말했다.
"곽숭양이 이렇게 한 것은 형무명이 손을 쓰는 부위를 내게 가르쳐 주기 위해서였다."
설영령은 그만 크게 감동이 되어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가을바람이 스산하게 옷깃을 스쳐가며 바스락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를 낼때 설영령은 깊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떨구었다.
"저는 본래부터 이 세상엔 한 사람도 좋은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각기 친구를 사귀는 것은 서로 이용해 먹기 위해서인 것이며 어떤 사람이 만약 편안하게 살려면 우선 사람을 이용하는 것부터 배우고 절대로 도의를 지켜선 안 된다고 여겨 왔어요."
설영령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초류빈은 분노에 찬 음성으로 대꾸했다.
"그것은 모두 설소하가 가르쳐 준 것이지."
설영령은 힘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쁨과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이젠 그렇지 않아요. 저도 이 세상엔 좋은 사람이 있고 강호에서도 생사를 불구하고 의리를 귀중하게 여기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설영령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갑자기 곽숭양의 시체 앞에 무릎을 꿇더니 눈물을 비오듯 흘리는 것이었다.
"곽선생님, 당신은 비록 불행하게 돌아가셨지만 당신은 친구를 도우셨을 뿐 아니라 우매한 저에게도 사람의 도리가 어떤 것이라는 걸 가르쳐 주셨어요. 선생님...비록 차디찬 구천 지하에서나마 당신을 위해 슬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셔서 편히 눈을 감으세요."
다시 싸늘한 바람이 불어와 곽숭양의 차디차게 식어 버린, 그리고 회색 석고처럼 변한 시체 위에 낙엽을 떨어뜨렸다. 주위는 고요했고 무거운 침묵만이 어둠과 함께 서서히 대지에 깔렸다.
산 밖 고도 위로 두 사람이 걷고 있었다.
태양은 서산에 거의 다 모습을 감추고 마지막 붉은 빛을 남겨 두 사람의 옷을 붉게 물들였다. 두 사람은 똑같이 삿갓을 쓰고 있었는데 삿갓이 어찌나 큰지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완전히 덮고 있었다.
한 사람은 앞서 걷고 또 한 사람은 떨어질세라 그 뒤를 바싹 따르고 있었다. 그들의 걸음걸이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고 매우 안정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묵묵히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 얘기는 물론이고 단지 걷는 것 외에는 아무런 동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두 사람의 몸에 은은한 무형의 살기가 서려 있는 것 같았다. 이들이 숲에 들어서기도 전에 숲 속에 있던 새들은 그들의 무서운 살기에 놀란 듯 일제히 날개를 퍼득여 그 모습을 감추었다. 후닥닥 하며 동작이 좀 느린 새가 마침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날았다.
갑자기 뒤에 서 있는 사람이 날아가는 새를 보자 공중을 향해 크게 팔을 내휘둘렀다. 순간 싸늘한 광채가 위로 폭사돼 나가는가 싶더니 그 새는 짹 소리도 못하고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새를 죽인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앞서 가는 사람의 뒤를 다시 바싹 따랐다.
생명!
비록 말은 하지 못하고 우는 것이 새라지만 그것도 역시 따뜻한 피가 흐르는 한 생명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눈에는 생명이라는 것이 전혀 어떤 관심을 끌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애초부터 생명의 존엄성은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숲 속은 매우 조용하고 또 음침했다. 그때 앞서 가던 사람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동시에 뒤를 따르던 사람도 자동적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앞서 가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이닌 바로 상관금홍이었고 뒤따르는 자는 바로 형무명이었다.
상관금홍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갑자기 물었다.
"곽숭양의 검법은 어떠하던가?"
형무명은 솔직히 대꾸했다.
"매우 좋았습니다."
"매우 좋았다고?"
"칠대 검파의 장문인을 능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는 싸움을 할때 스물여섯 번이나 허점을 보였다.
"스물아홉 번이었는데 세 번은 제가 손을 쓰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세 번은 손을 쓰지 않은 것인가?"
"만약 그 세 번에 제가 손을 썼다면 그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그가 보인 허점이 일부러 한 것이라는 걸 알았는가?"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일찍 죽는 것을 원치 않았던 까닭에 저는 그의 몸을 이용해 검법을 연습해 보았던 것입니다."
상관금홍은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싸늘하게 외쳤다.
"자네는 그가 무엇 때문에 일부러 허점을 보였는지는 알고 있는가?"
형무명은 별관심이 없는 어조로 대꾸했다.
"모릅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요."
상관금홍은 이빨을 지그시 물었다.
"그가 일부러 허점을 드러낸 것은 자신의 몸에다 상처를 내기 위한 것이었네."
형무명은 깜짝 놀라는 어조로 다그쳤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상관금홍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차갑게 이었다.
"그는 자기가 우리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네. 그래서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지. 그것은 바로 초류빈이 자기의 상처를 본 후 자네가 손을 쓰는 부위를 알게 하려는 생각이었네."
상관금홍은 약간 삿갓을 쳐들어 어둠 속에 짐승처럼 버티고 있는 먼 산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이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는 초류빈이 뒤따라 올 줄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네. 아마 지금 우리가 그곳으로 되돌아 가면 초류빈을 만날 수 있을 테지."
한편 초류빈은 낭천의 통나무집에서 삽을 찾아내어 무덤을 만들고 있었다. 어디에서 죽으면 어디에 묻는다는 것쯤은 대부분의 강호인들이라면 모두 상례로 알고 있는 일이다.
이때 설영령은 한 구석에 멍하니 선 채 초류빈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한참 동안이나 초류빈을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입을 열어 물었다.
"당신은 정말 곽선생을 이곳에다 묻을 건가요?"
초류빈은 아무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설영령은 훅 하고 한숨을 내쉬고 나서 천천히 말했다.
"그래요. 영광스럽게 죽은 사람은 어느 곳에 묻히든 영광스러운 것이에요."
초류빈은 재차 고개만 끄덕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영령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다가 갑자기 또 말을 꺼냈다.
"그러나 당신은 그를 이곳에다 묻지 말아야 해요."
초류빈은 그제야 겨우 입을 떼었다.
"이곳에다 묻지 않으면 어느 곳에다 묻느냐?"
"그분의 시체를 다시 폭포에다 걸어 놓는 게 좋지 않을까요?"
초류빈은 침묵을 지키며 일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설영령이 다시 말했다.
"상관금홍이나 형무명 같은 효웅들도 언젠가는 곽선생의 뜻을 알아차릴 거예요."
초류빈은 말없이 다시 고개만 끄덕였고 설영령은 계속했다.
"형무명이야 물론 당신이 자기가 손을 쓴 부위를 아는 걸 원치 않겠지요. 그러므로 그는 곽선생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필경 다시 올 거예요."
초류빈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영령은 잠시 그를 쳐다보고 있다가 계속했다.
"그들은 돌아와서 곽선생의 시체가 그곳에 없다면 물론 당신이 왔다 간 것을 곧 알아차리겠죠."
하지만 초류빈은 역시 고갯짓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묵묵히 무덤을 파는 일을 계속했다.
설영령은 애가 타는 듯 앙칼진 음성으로 반박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싸울 때 필경 검법을 바꿀 거예요. 제 말이 틀렸나요?"
초류빈은 갑자기 벙어리가 된 듯 연신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되면 곽선생의 장렬한 죽음은 수포가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에요?"
설영령이 쉬지 않고 계속 조잘거려도 초류빈은 계속 땅을 팠고 이제 무덤은 거의 다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설영령은 무덤이 조금씩 완성될 때마다 애간장을 태우며 안달했다.
"당신이 만약 곽선생과 절친한 친구 사이라면 그의 죽음을 가치 있게 해야 해요. 그래서 제 말은 그를 이곳에 묻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초류빈은 드디어 서서히 입을 열었다.
"네가 지금까지 한 말에 대해선 나도 모두 생각해 보았다."
설영령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렇다면 어째서 곽선생의 시체를 제자리에 걸어 두지 않는 거죠?"
초류빈은 크게 숨을 한 번 내뿜고는 한마디 한마디 분명하게 잘라 말했다.
"나는 절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는 나를 위해 죽었으므로 나는....."
순간 설영령은 그의 말을 가로채면서 표독스럽게 외쳤다.
"그분이 당신 때문에 죽었다고 당신이 꼭 이렇게 해야 하나요? 그렇게 되면 그분의 죽음은 헛된 것이 되고 말 텐데, 그가 죽은들 어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단 말인가요?"
설영령은 파르르 전신을 떨고 있었으나 초류빈은 그래도 묵연하게 말이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초류빈은 겨우 입을 떼었다.
"내 감히 네 앞에서 단언을 하지만 상관금홍과 형무명은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한편 숲 속에서 길을 재촉하고 있던 형무명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섰다.
상관금홍은 그의 심중을 알아차린 듯 냉랭한 어조로 물었다.
"자네 지금 초류빈을 찾으러 갈 작정인가?"
형무명의 두 눈에는 무서운 결심이 비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상관금홍의 음성은 부드럽기는 했으나 강경한 빛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자네가 이미 오래 전부터 그와 겨루고 싶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네. 하지만 지금 자네는 갈 수가 없네."
"그건 무엇 때문입니까?"
"만약 자네가 지금 간다면 영락없이 그의 손에 패하고 말 것일세."
"제가 어째서 패한다는 것입니까?"
"자네는 지금 곽숭양을 죽인 뒤라 살기가 크게 감소되어 있네. 그 반대로 초류빈은 지금 곽숭양의 죽음을 본 후라 살기와 분노가 넘쳐 있네. 그러니 자네가 만약 그와 싸운다면 이미 저 세상으로 삼 할을 지고 들어가는 셈이라네."
형무명이 냉랭하게 코웃음쳤다.
"흥!"
상관금홍은 계속해서 이유를 피력했다.
"자네는 이미 곽숭양과 일전을 벌인 데다 긴 여행을 하여 체력에 커다란 소모를 가져왔네. 그러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초류빈은 삼 할의 큰 이점을 얻게 되는 것이네."
형무명이 무엇이라 반박하려 했으나 상관금홍은 여유를 주지 않고 계속했다.
"자네가 만약 나와 힘을 합한다면 물론 그를 처치할 수가 있네. 그러나 초류빈이 설마 혈혈단신 혼자 와 있으리라고는 누가 감히 단정을 하겠는가? 만약 그가 손영감과 같이 있다면....."
"설마 그들 두 사람이 같이 있다고 해도....."
"내 이미 자네에게 이야기를 했지 않는가? 내가 이번에 강호에 나온 이상 오직 승리만 있을 뿐 패배는 없다고 말일세. 때문에 확고한 자신이 없는 이상 절대 싸워선 안 되네."
형무명은 호통을 듣자 더 이상 무엇이라 반박을 하지 못했다.
상관금홍이 계속해서 냉랭하게 말했다.
"뿐만 아니라 오늘의 자네는 이미 옛날의 자네가 아니지 않은 가?"
형무명은 그의 말이 아픈 가슴을 그대로 찌른 듯 거친 음성으로 반박했다.
"그러나 저는 역시 제가 아닙니까?"
"하지만 자네에겐 이미 정(情)이 생겼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제게는 정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들이 가질 수 있는 그 본질의 정 말입니다."
"자네가 남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네에게 정이 없었기 때문일세. 그런데 오늘날에 와 그 정이 생겼다면 자네와 자네의 검은 날로 쇠약해져 갈 것일세."
형무명은 그제야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형무명은 지금 품고 있는 자기의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적나라하게 과시된 듯 어느 새 검을 쥐고 있는 손에도 힘이 풀려져 있었다.
상관금홍은 다그치듯 물었다.
"자넨 전날엔 그렇지 않았는데 어째서 갑자기 정이 생겨난 건가?도대체 누구에 의해 마음이 움직인 것인가?"
형무명은 그를 바로 볼 수 없는 듯 몸을 홱 돌렸다.
"아닙니다. 그 누구에 의해서도 아닙니다."
"나도 그게 누구인지 다그치고 싶은 생각은 없네. 그러나 자네가 남을 이기려면, 특히 초류빈을 이기려면 옛날의 자네로 돌아가야 하네. 그리고 자네를 옛날로 되돌리려면 우선 그 정이 생겨나게 만든 장본인을 죽여야 하네."
상관금홍은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꼭 다물고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형무명은 잠시 무엇인가 생각을 하고 있다가 즉시 상관금홍의 뒤를 따라갔다.
밤, 가을밤은 싸늘하게 깊어 있었다. 정적과 낮의 소음을 침묵 속으로 몰고 가는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지금 초류빈의 심정은 걷고 있는 발걸음만큼이나 침중했다. 곽숭양의 시체는 비통과 애도 속에 싸늘한 땅 속에 매장되었다. 천하를 진동시켰던 대검객도 죽을 때는 보통 평범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황토 속에 묻혀 한 줌의 흙으로 변해 가는 것이다.
곽숭양, 그의 죽음이 과연 남보다 가치가 있었을까. 아무튼 초류빈은 비통에 가득차 이 문제의 답안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초류빈은 다만 곽숭양이 죽지 않아도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죽지 말아야 할 사람이 죽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지한 일인가.
어쩌면 태고 이래 뛰어난 영웅들에게는 다소나마 그 어리석음이 맥맥히 전해 내려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사소한 감정으로 목숨을 버릴 만큼의 용기 아닌 만용을 과시해 온 것이다. 그러나 초류빈 자신은 어리석지 않고 영리하다는 말인가.
설영령은 계속 초류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갑자기 입을 열어 물었다.
"당신은 상관금홍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어떻게 알죠?"
초류빈은 별로 귀찮아하지 않고 대꾸했다.
"그들은 바로 당대의 효웅이기 때문이다. 효웅들은 그 행동이 남과 다른 점이 있다."
설영령은 두 눈을 깜박거리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
"어째서 다르다는 거죠?"
"그들은 먼저 뻗어낸 일격에 격중하든 안하든 일단 뻗어내면 반드시 후퇴해서 이차적으로 다시 유리한 기회를 노린다. 그것은 자신 없는 일은 절대 행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습성인 까닭이다."
초류빈은 여기까지 말하고 길게 탄식을 터뜨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효웅들은 어리석지 않은 까닭에 영웅과 다르다."
설영령은 눈을 깜박이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영웅들은 모두 어리석은 건가요?"
초류빈은 입가의 근육을 씰룩거리며 애매한 웃음을 흘리고 대꾸했다.
"어리석다는 그 자체가 바로 우스운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진정으로 인간의 본질적인 정을 지닌 사람만이 어리석음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설영령은 굽혔던 허리를 펴며 웃었다.
"어리석음도 배워야 하나요?"
"물론이다. 그러나 누구를 막론하고 어리석음을 배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리석음이라는 것은 바보 천치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검에 어리석은 사람만이 절묘한 검법을 연마해 낼 수가 있고 정에 어리석은 사람만이 남의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에 대해선 어리석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한다."
설영령은 이내 고개를 숙이고 그의 이 장황한 설명을 이해하기 위해서 깊은 생각에 빠져 들어갔다. 얼마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설영령은 가볍게 탄식을 터뜨리더니 다시 물었다.
"당신과 같이 있는 동안 저는 확실히 많은 것을 배웠어요. 다만 아쉬운 것이라면....."
설영령은 망설이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당신은 곧 떠나야 할 몸이고 절대 저 같은 것은 데려가지 않겠죠....."
초류빈은 그녀의 심정을 헤아리며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아니다. 최소한 나는 너를 꼭 데려다 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어째서 어두운 길로 가지 않는 거죠? 그 길이 훨씬 가까울 텐데요?"
"나는 쥐가 아니지 않느냐?"
초류빈은 반문 비슷한 대꾸를 하고 난 후 다시 이었다.
"하늘을 정정당당하게 대할 수 없는 사람만이 어두운 길로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만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될 수 있으면 어두운 길은 피하는 것이 좋다."
초류빈은 자기의 마음이 아무리 어둡고 침중해도 남의 마음을 유쾌하게 해 주기를 즐기는 사람이다. 설영령은 과연 웃었다. 그 웃음은 행복과 기쁨에 가득찬 웃음이었다.
"좋아요. 이젠 당신의 말대로 절대 쥐가 되지 않겠어요."
초류빈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벼운 한숨을 내뿜었다.
"자, 이것을 보아라. 이곳에는 맑고 시원한 바람이 있고 밝은 달이 대지를 비추며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그런데 어두운 길만 골라 다니는 사람은 어찌 이런 정경을 볼 수 있고 또 즐길 수 있겠느냐?"
설영령은 웃으며 작은 손을 가슴에다 모았다.
"저는 저 하늘에 걸린 달이 맛있는 빵이고 지상에 흐르는 이 물이 향기로운 술이길 원해요....."
설영령은 꼴깍 침을 삼키더니 무거운 한숨을 내뿜었다.
"솔직히 말해 저는 지금 몹시 허기에 지쳐 있어요. 아주 죽을 지경이에요. 저는 우선 돌아가면 부엌으로 가 맛있는 음식을 실컷 만들어 먹겠어요."
설영령은 갑자기 말을 끊고 코를 벌름거리기 시작했다. 이때 그녀는 맛있고 향기로운 음식냄새가 바람에 실려 오는 것을 맡은 것이다.
초류빈은 두 눈을 지그시 감더니 시를 읊듯 중얼거렸다.
"닭튀김, 구운 고기, 고추볶음...그리고 또 빠질 수 없는 매우 많은 진보주가 있군....."
설영령은 그에게 다가서며 다그쳤다.
"당신도 맡았나요?"
"나이가 들면 눈과 귀는 좀 어두워지지만 코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런데 당신은 이 냄새가 어디서 풍겨오는지 아세요?"
"나는 고을에 있는 작은 객점에서는 이처럼 좋은 술이 없고 또 이렇게 향기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집은 이미 문을 닫았죠."
"어쩌면 어떤 미식가가 밤참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에요.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이 고을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저는 모두 알고 있지만 이러한 밤참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요."
"어쩌면 먼 곳에서 손님이 와서 특별한 식탁을 마련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럴 리가 없어요. 이 고을에서 이처럼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에요."
"그래, 그게 누구지?"
설영령은 손을 들어 자기의 코를 가리켰다.
"바로 제 자신이에요."
그러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예요. 제가 부엌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이 음식 냄새는 어디서 나는 것이죠?"
이때 그들은 이미 산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초류빈은 그녀의 말을 듣자 급히 물었다.
"그렇다면 이 향기는 그 작은 누각 위에서부터 풍겨나오는 것이라는 말이냐?"
길고 곧게 뻗은 길 위는 보행자 하나 없이 매우 조용했다. 이 길에도 여지없이 어둠은 찾아오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일찍 잠자리에 드는 까닭에 온마을이 불빛 하나 없이 밤의 정적 속에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막상 단풍나무 숲에 들어갔을 때에는 작은 누각 위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누각 위에서는 음식과 술냄새가 진하게 풍겨나올 뿐만 아니라 남녀의 음탕한 웃음소리까지도 섞여 들려왔다.
설영령은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를 몰라 그 자리에서 넋을 잃고 말았다.
초류빈 역시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물었다.
"혹시 너의 아씨가 돌아온 것이 아니냐?"
설영령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그녀는 대여섯 달 후에나 돌아온다고 내게 분명히 말했어요."
"이곳을 찾는 손님이 매우 많은데 어쩌면 먼 곳의 손님이 왔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다가 주인이 없자 그들이 음식을 장만해서 먹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제가 올라가 보겠어요."
"아니다. 내가 먼저 올라가겠다."
"아니, 무엇 때문이죠? 이 사람들이 술과 음식을 장만해 노는 것으로 보아 무슨 악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제가 위험할까 봐 그러는 건가요?"
"나는 다만 시장기가 너무 들어 먼저 올라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영령은 더 이상 상관하지 않고 층계를 오르기 시작했다.
초류빈은 마치 이층에 있는 사람들이 함정을 설치해 놓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나 한 듯 매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렇다! 이 술과 음식의 향기는 바로 초류빈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누각 위의 문은 활짝 열려져 있었다.
초류빈은 막 문 입구 쪽으로 다가가다가 그만 안색이 싹 변하며 그 자리에 굳어지고 말았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초류빈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처럼 비대하고 이렇게 많은 여자 떼들은 처음 보았다. 초류빈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고 대했던 뚱뚱한 여인들을 다 합쳐도 여기 모인 여인의 반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누각은 비록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리 작은 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초류빈 같은 사람이라면 백 명은 수용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 누각 위에 있는 사람들은 단지 이십여 명에 불과한데 온 누각이 꽉 들어차 있었고 초류빈이 들어서기조차 불편할 정도였다.
누각 안은 본래 판자로 칸막이를 해서 몇 개의 방을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칸들이 모두 치워졌고 사방이 완전히 트여졌다. 그리고 크고 작은 상들을 한 데 모아 두었는데 그 상 위에는 각양 각색의 음식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방 안에는 십여 명의 여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여자들은 그 어떤 의자라 하더라도 앉을 수 없을 것이며 또 설사 앉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십중팔구는 부서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결코 돼지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이 세상에는 이 여자들만큼 비대한 돼지는 없을 뿐더러 설사 있다고 한들 이들만큼 많이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초류빈이 막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잘 튀겨진 열 몇 마리의 닭이 커다란 쟁반에 받쳐져 올라오고 있었다.
십여 명의 여인들은 닭튀김이 상 위에 채 내려지기도 전에 일제히 손을 뻗어 한 마리씩 잡고는 뜯기 시작했다. 이것을 보고 무엇이라 표현을 하나? 그녀들이 닭을 먹어치우는 속도와 그 씹는 소리는 도저히 말로는 형용할 수 없도록 무섭고 소름끼치는 것이었다.
만약 천진한 어린아이가 이 소리를 들었다면 밤새도록 무서운 악몽에 시달렸을 것이다. 초류빈은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음식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상 옆에는 대여섯 채의 이불이 깔려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이 누각에서 가장 비대한 여인이 그 몸매를 과시하듯 앉아 있었고 그 주위에는 대여섯 명의 남자가 호위를 하고 있었다.
남자들은 금방 눈에 띄는 선명한 붉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얼굴도 매우 준수할 뿐 아니라 나이도 젊었다. 그리고 그 남자들 중에는 얼굴에 분까지 바른 자들도 있었다.
남자들의 몸집은 그리 작거나 깡말랐다고는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가운데 앉아 있는 그 비대한 여인과 비교하면 마치 갓 태어난 새끼 원숭이와도 같았다. 그녀는 완전히 공포스러울 만큼 비대한 여인이었다.
여인은 몸집이 뚱뚱할 뿐 아니라 귀 또한 말할 수 없이 컸고 그 팔은 코끼리 다리보다 더 굵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신고 있는 신발 역시 최소한 일곱 자의 헝겊이 소요되었을 것 같았다. 초류빈은 지금 자기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세계에 와 있는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대여섯 명의 남자들은 그녀를 위해 안마를 해 주고 있었다.
어떤 남자는 다리를, 어떤 남자는 그녀의 머리와 어깨와 등, 그리고 또 다른 남자는 시원하게 부채질을 해 주는 등 술잔을 기울이며 제각기 맡은 일에 충실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 분을 바른 두 명의 남자는 작은 고양이처럼 그녀의 우람한 다리 밑에 누워 있었다.
비대한 여인은 충분한 안마를 받으며 때때로 닭고기를 뜯어 그들의 입에다 넣어 주고 있었다. 이때 초류빈은 자기가 얼마 동안 음식을 먹지 못한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마 먹었던 음식을 다 토해냈을 것이다.
초류빈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처럼 구역질이 나는 광경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초류빈은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으나 고개를 돌리지 않고 오히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순간 왁자지껄하던 모든 소리가 일시에 멈추었고 여인들의 모든 시선이 초류빈에게로 집중되었다.
십여 명이나 되는 여인들의 시선을 한꺼번에 받는다는 것은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은 못된다. 초류빈은 다시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특히 어떤 여자들은 초류빈을 기름에 튀긴 닭으로 착각을 한 듯, 한꺼번에 집중시키는 그 눈초리는 마치 초류빈을 잡아먹을 듯했다.
그 어떤 사람을 막론하고 만약 이런 경우에 처하게 되면 절로 위축되면서 매우 불안해질 것이다. 그러나 초류빈은 그렇지 않았다. 설사 속으로 어떤 견디지 못할 감각을 느낀다 해도 그는 절대 겉으로 내색하는 사람이 아니다.
초류빈은 오히려 방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까지 하면서 안색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그처럼 태연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때 가장 비대한 그 여인은 초류빈을 본 순간 안색이 싹 변했다. 그녀는 마치 한눈에 반한 듯 눈을 반쯤 내리감기까지 했다.
여인의 눈은 그렇게 작은 편이 아니었지만 얼굴에 온통 비곗살이 끼여 마치 눈을 감고 있는 듯 보였다. 목줄기 역시 겹겹이 살이 붙어 층을 이루고 있어 마치 어머니 젖을 빨고 있는 우량아와 같았다. 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 또한 약간 과장을 한다면 마치 산더미가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은 완전히 고깃덩어리로 이루어진 산이었다.
초류빈은 곧장 그녀의 앞으로 걸어가 가볍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대환희여보살입니까?"
순간 비대한 여인의 두 눈이 갑자기 밝아졌다.
"당신은 나를 알고 있나요?"
초류빈은 짐짓 깊은 예의를 표했다.
"오래 전부터 존경해 왔습니다."
대환희여보살은 눈망울을 굴리며 그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하지만 어째서 나를 보고 도망가지 않는 것이죠?"
"제가 무엇 때문에 도망을 가야 합니까?"
대환희여보살은 갑자기 소리내어 크게 웃었다. 그녀가 웃자 이 누각에 갑자기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그녀의 전신의 비곗살이 흔들리면서 커다란 파도를 일으킨 때문이었다.
아니 대환희여보살뿐만이 아니라 누각 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몸이 흔들리면서 일어나는 진동에 의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환희여보살의 등을 안마하고 있던 남자는 그녀의 살이 흔들리면서 일어나는 반탄력에 의해 뒤로 발랑 나자빠졌다.
그리고 상 위에 올려져 있던 접시와 술잔이 요란하게 흔들리는데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과 같았다. 다행히 모든 사람들의 넋을 빼는 그녀의 웃음은 곧 멎었다.
"내 비록 당신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신이 이곳에 온 뜻을 알 것 같군."
초류빈은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내가 온 뜻을 알겠다고요?"
대환희여보살은 비곗살에 파묻힌 눈을 최대한으로 크게 뜨며 되물었다.
"당신은 남갈자를 구하러 왔지?"
초류빈은 그 말에 속으로 크게 놀랐으나 이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대환희여보살이 다시 물어왔다.
"남갈자가 나의 사랑하는 제자를 죽인 것도 바로 당신 때문이겠지?"
초류빈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그녀를 구하러 온 것이오?"
"그렇습니다."
순간 의외로 대환희여보살의 만면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나는 당신과 같은 남자에게 양심이 남아 있을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소. 당신을 위해 살인까지 했던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군."
그러더니 퉁퉁한 엄지손가락을 쑥 내밀어 보이며 다시 이었다.
"하지만 남갈자도 매우 대단한 여자라고 할 수 있지. 뼈대가 있고 또 의리도 있지. 그녀는 내 사랑하는 제자를 살해한 후에도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나를 찾아와 이 사실을 말했지.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이런 여자일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당신과는 과연 천생의 한 쌍이라고 할 수 있겠소."
초류빈은 변명하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만약 여보살께서 굽어 살펴 주신다면 그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그녀를 데리고 갈 생각이오?"
"그렇습니다."
"그러나 만약 내가 이미 그녀를 죽였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 소?"
"그렇다면...나는 그녀를 위해 복수를 해야겠지요....."
"아하하하하...아주 멋진 사람이군. 비단 그 양심이 살아 있을 뿐 아니라 담량도 매우 크고 말이야. 난 어쩐지 당신을 죽일 생각이 들지 않는군."
대환희여보살은 탐스럽게 초류빈의 전신을 훑고 나서 자기의 다리 아래 엎드려 있는 사내를 향해 명령했다.
"자, 어서 더 신나게 술을 따라 드려라."
이 남자는 자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소매 언저리에는 화려한 수가 놓여져 있었다. 그의 몸은 그다지 작지 않았는데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어 더욱 작아 보였고 얼굴에는 여인처럼 짙은 분을 바르고 있었다.
사나이의 얼굴 윤곽이 선명함으로 보아 옛날에는 매우 영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옛날에 이 사내를 알았던 사람이 지금에 와서 본다면 정말 알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또 그가 이렇게 변해 있을 줄은 정녕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사나이는 두 손으로 금잔을 들어 초류빈의 앞으로 내밀며 웃음 띤 어조로 말했다.
"자, 드시오."
초류빈은 내심 탄식을 터뜨리며 대꾸했다.
"고맙소."
초류빈은 그 어떤 사람에 대해서든 차별없이 매우 친절하다. 인간은 비록 짐승의 탈을 쓰고 있어도 어디까지나 인간이다. 초류빈은 사람이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여색에 빠져 비참한 꼴이 되어 있으면서도 웃을 수 있는 그 사나이의 가련함에 대해 동정을 금치 못했다. 또 하나의 비참한 인간이 지금 초류빈의 앞에서 자신을 잊고 웃고 있는 것이다.
그 금잔은 어찌나 큰지 보통 술의 반말은 충분히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초류빈은 그 잔을 받는 즉시 단숨에 마셔 버렸다.
대환희여보살은 그 모습에 만족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좋은 주량을 가지셨군. 암, 남자라면 저런 주량은 가져야 사내대장부라 할 수 있지. 이곳에 있는 남자들 중 당신의 그 주량을 따를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소."
자색 옷을 입은 남자는 다시 술잔을 채워 주며 말했다.
"초탐화께선 한 잔의 술을 마셔서는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자, 한 잔 더 드시지요."
순간 초류빈의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이 남자가 어떻게 해서 자기를 알고 있다는 말인가.
대환희여보살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초탐화라고? 어떤 초탐화란 말인가?"
그 남자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초탐화는 이 세상에서 단 한 명뿐입니다. 바로 그 대명이 쟁쟁하신 비도탈명 초류빈입니다."
대환희여보살의 안색이 순간 크게 변했다. 그녀뿐만 아니라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두 눈이 휘둥그래진 채 넋을 잃고 말았다.
비도탈명 초류빈.
근 십 년 이래 이 강호상에서 이보다 더 유명한 인물이 있었던가. 대환희여보살은 잠시 멍청하게 있다가 갑자기 앙천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이것 정말 반가운 일이군. 비단 주량뿐만이 아니라 여자를 즐기는 데도 독보적인 조예를 지니고 있다고 들어왔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고 보니 과연 소문대로구려. 맞았소. 당신을 제외하고는 감히 이곳에 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요."
그러자 자색 옷을 입은 남자가 만면에 미소를 띠면서 입을 열었다.
"그것은 바로 대영웅의 기질이 아니겠습니까?"
초류빈은 그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물었다.
"귀하는 도대체 누구요?"
"초탐화께선 정말 건망증이 심하시군요. 옛친구까지 몰라 보시다니."
초류빈이 그래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대환희여보살이 웃으며 거들었다.
"저 사람은 너를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너의 검법에 대해선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남자는 갑자기 여자처럼 자지러질 듯 웃어젖혔다.
"하하하하하...나의 검법, 나의 검법에 대해서도 모두 잊었습니다."
대환희여보살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는 잊지 않았다. 가서 나의 검을 가지고 오너라."
그 남자는 그녀의 말에 순종하면서 그녀의 지시대로 누각의 뒤쪽으로 걸어갔다. 뒤쪽에서는 아직도 무엇인가 요리를 만드는 소리와 함께 향기가 풍겨오고 있었다. 이번에 만들고 있는 요리는 멧돼지 뒷다리 요리로써 이곳에서 가장 이름난 요리였다.
그 남자는 비록 목을 움츠리고 있었지만 그 행동은 매우 빨랐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 남자는 칼집에 든 장검을 한 자루 가지고 왔다.
대환희여보살은 즉시 명령을 내렸다.
"자, 그에게 한 수 보여 주어라."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튀김닭을 그 남자의 앞에 던져주었다. 그와 때를 같이해 누각 안에는 서늘한 검광이 번쩍였다.
그 남자는 허리를 뒤로 빼는 것과 동시에 장검을 뽑아 든 것이다. 이어 던져진 통닭은 네 조각으로 나누어진 채 그의 검 위에 꽂혀 있었다.
초류빈은 안색이 가볍게 변했으나 평정한 음성으로 감탄을 보냈다.
"매우 훌륭한 검법이군."
초류빈은 이 남자에게 이처럼 훌륭한 검법이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것은 그가 전개해 낸 검법이 매우 눈에 익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그와 한 번 손을 써 본 적도 있었다고 느껴졌다.
그 남자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천천히 걸어나왔다.
"이 튀김닭의 맛이 괜찮으니 초탐화께선 한번 잡숴 보십시오."
누런 기름이 잘잘 흐르고 있는 튀김닭이 싸늘한 검 위에 꽂혀 있는 모양은 어떻게 표현을 해야 적합한지 알 수가 없었다.
순간 초류빈은 안색이 싹 변해 크게 소리쳤다.
"탈정검!"
이 남자의 손에 들려져 있는 검은 바로 탈정검이었던 것이다.
초류빈은 사나이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전신을 심하게 떨었다.
"유룡생! 귀하는 혹시 장검산장의 유소장주가 아니오?"
남자는 웃으며 태연하게 대꾸했다.
"옛친구는 역시 옛친구구려.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니 정말 고맙소."
얼굴에 짙은 분을 바르고 여자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이 남자는 바로 장검산장의 소장주 유룡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바로 불과 이 년 전에 그렇게도 기풍이 당당했던 불가일세의 소년 호걸이란 말인가.
초류빈은 전신의 솜털이 한꺼번에 일어서는 것을 느꼈다. 그는 유룡생이 불과 이 년 만에 이처럼 변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아.....'
초류빈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뿜으며 유룡생에 대해 비통해 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이런 획기적인 변화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유룡생은 그런 찬란한 과거를 모두 망각한 듯 얼굴에서 시종일관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유룡생은 검에 꽂힌 닭을 통째로 입에 넣고 씹으며 중얼거렸다.
"정말 맛있군. 이처럼 맛있는 닭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지."
대환희여보살은 탄식을 내뿜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장검산장의 부엌에선 이런 음식을 만들지 못한다는 말이냐?"
유룡생은 탄식을 내뿜으며 대꾸했다.
"그들이 만들어 낸 닭 튀김은 정말 나무토막과 같습니다."
대환희여보살은 뚱뚱한 손으로 역시 뚱뚱한 턱을 쓰다듬었다.
"만약 내가 아니었다면 넌 이런 것을 먹을 수 있었겠느냐?"
"물론 먹을 수 없었습니다."
"음, 그럼 나와 함께 있는 게 어떻다고 생각하느냐?"
"한시도 떨어져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나와 남갈자 중에서 택일하라면 넌 누구를 택하겠느냐?"
"물론 대환희여보살님을 택할 것입니다."
"으하하하...네 이녀석, 그래도 눈은 제대로 박혔구나. 내 너를 귀여워해 준 것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어."
그러더니 그녀는 자기의 목을 가리켰다.
"자, 그럼 너는 검으로 나의 이곳을 찔러 초탐화에게 보여주도록 하라."
유룡생은 급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안 됩니다. 여보살님이 당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정말 제 가슴이 아닙니다."
"네 이놈! 네 주제에 날 상하게 하기란 어림도 없는 일이다. 자, 안심하고 찔러라!"
그러더니 목을 들어 유룡생의 앞으로 쑥 내밀었다.
유룡생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마지막 한 마디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유룡생은 싸늘한 검을 앞으로 내뻗었다. 차가운 광채가 허공에 번뜩이는가 싶더니 긴 장검이 대환희여보살의 목을 향해 그대로 돌진해 들어갔다. 유룡생의 검법이 비록 낭천보다 빠르지는 못해도 무림의 절정고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초류빈은 전날 그와 겨룬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환희여보살은 그 자리에 단정하게 앉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음 순간, 검광이 번쩍했다가 사라지더니 여지없이 그녀의 목을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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